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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대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채계순 대전시의원이 주최한 '컨택센터 노동자 권익증진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사례발표에 나선 A은행 콜센터 노동자 김현주, 반순금 씨(오른쪽 부터).
 15일 오후 대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채계순 대전시의원이 주최한 "컨택센터 노동자 권익증진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사례발표에 나선 A은행 콜센터 노동자 김현주, 반순금 씨(오른쪽 부터).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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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있으면 뭐 하나요. 실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데... 우리는 그저 '콜공장의 욕받이' 일 뿐입니다."

대전시의회 채계순(비례, 더불어민주당)의원은 15일 오후 대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컨택센터 노동자 권익증진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사례발표에 나선 콜센터 직원들은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와 과도한 노무관리 등으로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주제발제와 토론에 앞서 사례발표에 나선 김현주 씨는 A은행 콜센터 인바운드(전화를 받는 상담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다. 그는 "A은행은 2018년 순이익이 2조2243억 원이었고, 정규직 직원들은 은행권 최고수준인 평균연봉 1억원대인데, 비정규직인 우리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며 "비정규직인 우리는 용역업체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체크당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봉 1억 원을 받는 정규직들이 파업을 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우리가 고객들의 불만에 사과해야 한다"며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직 상담원들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임, 자궁질환, 방광질환 등 여성질환과 심리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우리에게 원청이 제공하는 것은 겨우 월 1만6250원의 감정노동수당 뿐"이라면서 "심지어 우리가 일하는 건물에 어린이집이 있지만 정규직만 이용하고 건물 내 노동자 80-90%인 비정규직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용역업체 입장에서는 재계약시점이 다가오면 콜수, 실적압박을 가한다. 하청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육아휴직이나 휴게시간 보장 등 법적인 조항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제휴식을 하도록 하고, 관련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또한 실태파악도 해야 한다"면서 "특히 업체 간 과도한 경쟁을 막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욕설 들으면 3번 경고? 우스운 일... 우리는 회사의 욕받이"

이번에는 반순금 씨가 나섰다. 반 씨 역시 은행의 콜센터 아웃바운드(전화를 거는 상담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그는 "아웃바운드는 고객의 필요에 의해서 생긴 곳이 아니라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생긴 곳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다는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더욱이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전화를 걸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이 불쾌하게 전화를 받는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객들의 욕설을 듣는 것은 다반사다. 규정에 욕설을 듣게 되면 3번 경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고객과 말이 겹치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욕설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1차 경고를 하면 곧 바로 더 많은 욕설이 돌아온다"며 "그렇게 3번의 경고를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저 우리는 회사의 '욕받이'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정규직 파업이 있었다. 고객의 불만과 욕설이 쏟아졌다. 당시 우리는 아웃바운드인데도 인바운드에 투입되어 아무것도 없이 고객들의 욕설을 듣고서 사과만 해야 했다"며 "휴가를 가거나 아파서 병가를 내면, '전체 실적이 떨어져서 다른 상담원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휴가 쓸 거냐'는 관리자의 핀잔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콜공장'에서 똑 같은 콜을 찍어내는 노동자라고 말한다"고 개탄했다.

이러한 콜센터 노동자들의 증언에 이어 이정훈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소장이 발제에 나섰다. 이 소장은 "기업들의 영업이익 속에는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처우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 그 한계 상황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례를 만들었고, 그 이후 대전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조례가 만들어 졌다. 지난 해 10월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항'이 신설됐다"며 "그러나 이러한 조항이 현장에서 준수되고 있느냐는 앞서 사례발표에서 들었듯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련기관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콜센터 상담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휴식시간 보장 ▲휴게 공간 확보 ▲고객 응대 매뉴얼 보유 ▲직무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 운영 ▲고충처리 창구 운영 등이 필요하다"며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실제 현장에서 지켜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대전시가 많은 콜센터를 유치하고 있다. 그런데 유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임금, 무분별한 통제와 모니터링, 실적 압박, 감정 소진, 불안정 고용구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대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채계순 대전시의원이 주최한 '컨택센터 노동자 권익증진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15일 오후 대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채계순 대전시의원이 주최한 "컨택센터 노동자 권익증진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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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권리보호지침 마련하고... 대전시청 콜센터 직원 정규직화 해야"

이러한 발제에 이어서는 토론이 이어졌다. '노무법인 여는'의 최영현 노무사는 "감정노동자를 위한 법과 조례가 있어도 실제 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의 고충을 얘기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휴식과 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 수준이다. 이러한 가학적 노무관리에 대해 대전시는 '인권조례'에 근거하여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민간기업이라고 해서 방치할 게 아니라 대전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홍춘기 대전시 노동권익센터장도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대전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대전시는 모범사업주로서 산하 공공기관 감정노동자권익증진을 위한 '감정노동 권리보호위원회 설치', '감정노동자 권리보호지침 마련 및 실행', '감정노동 전담 공무원 배치'를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대전시청 콜센터 직원의 정규직화, 대전시의 지원을 받는 각종 시설과 기관, 단체에 '감정노동자 권리보호지침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에는 박남구 (사)대전광역시컨택센터협회 회장과 정병순 대전시 일자리노동경제과장, 이규삼 대전시 투자유치과장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채계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대표적 취약 노동 분야로 알려져 있는 감정노동자들이 악성 고객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응 매뉴얼 및 악성 고객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 마련, 원청에 대한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 강화 요구 등 법적·제도적으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공공분야 차원에서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며 "대전시의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태그:#콜센터, #컨택센터, #콜센터노동자, #채계순, #대전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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