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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탈리아 여행 마지막 날이다. 조금 느긋하게 일어나 여행을 즐기면 좋은데 여건이 그렇지 않다. 바로 바티칸 박물관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바티칸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이다.

바티칸 박물관은 오전 9시에 개장을 하는데도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오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다. 이탈리아 로마를 관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장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바티칸 시국을 대충 구경만 하는데도 반나절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대충 짐 정리를 마치고, 바로 바티칸 박물관으로 향했다. 도착을 하니 벌써 8시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1시간여를 기다리다 뒤를 잠시 쳐다보니 긴 행렬의 끝이 안 보인다.
  
요새 같은 성벽 옆에 서서 한참을 기다리다 왼쪽 코너로 접어들었다. 바티칸 박물관이라고 써놓은 정문이 보인다. 정문 바로 위에는 조각상이 새겨져 있다. 중앙에 교황 비오 11세 문장과 함께 좌측에는 미켈란젤로, 오른쪽에는 라파엘로의 조각상이 바티칸 입구에 조각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바티칸 시국

바티칸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이다. 바티칸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바티칸 시국 안에는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국경선이라 해봐야 성벽과 성 베드로 광장 한편에 그어 놓은 흰 줄이 고작이다.
  
바티칸 박물관 정문에 세워진 조각상 모습
 바티칸 박물관 정문에 세워진 조각상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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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은 불과 0.44㎢로 미국 국회의사당보다 작다. 1929년 당시 이탈리아 수상이었던 무솔리니와 로마 교황 비오 11세와의 합의 아래 세워졌다. 이 안에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대성당, 성 베드로 대성당, 성 베드로 광장, 교황 거처 및 교황청 건물들과 그 주변의 거리 등이 들어서 있다.

교황의 별장도 로마 근교에 별도로 있다. 그리고 독자적인 통신 체계와 은행 등 기관들이 있으며 화폐도 갖추고 있다. 바티칸은 또 작은 나라이지만 철도도 운행하고 있다. 상시 운행은 아니지만 필요한 바티칸 화물을 수송할 때 이용한다. 길이는 로마와 바티칸과의 선로 270m가 고작이다. 그리고 바티칸을 지키는 스위스 용병으로 구성된 근위병도 있다.

바티칸 박물관 투어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보안요원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공항 검색대를 그대로 여기에 옮겨 놓은 듯 입구부터 철저한 검색을 한다. 검색이 끝나면 지하철 들어갈 때처럼 회전 개찰구를 통과하여 입장한다.
  
바티칸 박물관 보안 검색대 로비에 있는 현대적인 조각상 모습
 바티칸 박물관 보안 검색대 로비에 있는 현대적인 조각상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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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검색이 끝나고 로비에 나와 보니 조각상이 하나 세워져 있다. 바로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의 작품 '문턱을 넘어(Crossing the Threshold)'이다. 반지는 현대판 미켈란젤로라고 부를 만큼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조각가이다.

로비에 세워 놓은 것으로 보아 바티칸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해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듯한 인상적인 조각상이다. 현대적 감각의 한껏 멋을 부린 남자 조각상이다. 남자 등 뒤 대리석판 양쪽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기도하는 모습도 부조되어 있다.

이제 2층으로 가서 입장권을 예매하고 수신기를 수령하면 본격적인 바티칸 박물관 구경에 나선다. 입장권을 받아 들고 다들 인증샷에 열중이다. 여기 방문한 기념으로 많이들 찍는 것 같다.

입장권에 있는 두 사람은 바티칸 박물관 아테네 학당 중앙에 있는 그림을 옮겨 인쇄해 놓았다. 오른손으로 위쪽을 가리키는 사람이 플라톤이고, 앞쪽을 향해 오른손을 쭉 뻗은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입장권 하나에도 많은 신경을 쓴 듯 예술적인 작품의 모습이 보인다.

피냐 정원 or 솔방울 정원

입장권을 받아들고 피냐 정원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도 각종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일이 보며 설명을 듣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대충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건너뛰어야 한다.

위층으로 올라가 건물 외벽으로 빠져나갔다. 정원 한편에는 카페 야외 식탁도 놓여 있고, 바로 옆에는 녹색의 잔디도 심어져 있다. 여기가 피냐(Pigna) 정원이다. 피냐는 솔방울에서 따온 이름이다. 마침 솔방울 정원은 공사 중이라 뒷모습은 가려져 있다.

피냐 정원은 바티칸의 유일한 정원으로 이탈리아 건축가 '피로 리고리오(Pirro Ligorio)'가 만든 것이다. 피냐 정원 여러 곳에 사람들이 무리 지어 투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본다. 바로 앞에는 그림판이 세워져 있다. 이 그림판이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모습이다.

설명을 시스티나 성당 현장에서 하지 않고 여기 그림판 앞에서 하는 이유가 있다. 천지창조가 그려진 곳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고 또 조용히 해야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미리 가이드의 설명을 듣거나 읽고 가라고 그림판을 설치해 두었다.

여기서 바티칸 박물관 투어 가이드의 설명이 30여 분간 이어진다. 시스티나 성당 편에 언급하겠지만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에 대한 설명이다.
 
바티칸 박물관 피냐 정원에 있는 솔방울 상 모습
 바티칸 박물관 피냐 정원에 있는 솔방울 상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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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냐 정원을 거닐다 보면 왼쪽에 세워진 4m 높이의 솔방울 상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중세 때 바티칸 대성당 앞에 있었는데 1608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솔방울 상 앞에 청동공작상이 보인다. 여기에 있는 청동공작상은 복제품이다. 진품은 브라초 누오보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개방하지 않는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무덤 장식을 본떠 만들었다.

솔방울 상 위 둥근 돔은 판테온을 모방한 것이다. 솔방울과 공작은 불변을 의미하는 것으로 교황청을 상징한다. 중앙에는 누군가를 주시하는 듯한 눈빛의 양각된 얼굴 부조와 분수가 있다. 바로 앞 분수 옆에 사자상이 있다. 좌우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인데, 기원전 4세기 이집트의 작품이다.

정원 중앙에 있는 구리로 만든 지구본은 바티칸 시국 내부에 있는 유일한 현대적 조형물이다. 1960년 로마 올림픽을 기념해 제작되었다. 이 지구본은 오염과 전쟁으로 멸망해 가는 병든 지구를 형상화 한 것이다.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지구본의 제목은 '지구 안의 지구(Sphere within Sphere)로 아르날도 포모도로(Arnaldo Pomodoro)의 작품이다. 피냐 정원에 있는 지구본은 성 베드로 성당 지붕 위의 둥근 것과 크기가 똑같다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에서는 흔히 '투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순례'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다. 바티칸 박물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지이기 때문이다. 비록 바쁜 발걸음을 옮겨 다니며 구경을 하지만 구경보다는 '순례'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다음 편에 계속>

[참고문헌]
정여울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정보상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태그:#바티칸 박물관, #피냐 정원, #솔방울 상, #바티칸 정문 조각상, #보안 검색대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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