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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청 전경
 광양시청 전경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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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 공무원들이 근무하면서 당했던 갑질의 가장 큰 주체는 다름 아닌, 공직 내부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 내부에서 갑질을 당하는 공무원들은 참고 넘어가며 오로지 개인이 감내하고 있었다. 갑질 폐단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광양시의 경직된 공직 문화, 수평적 의사구조가 아닌 수직적 권위주의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전국 통합 공무원노동조합 광양시지부(지부장 강삼연)는 최근 광양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공무원 조직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갑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 중 40%가 '심각하다'(약간 32%·매우 8%)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각하지 않다'에 응답한 공무원은 60%(전혀 심각하지 않다 6%, 별로 심각하지 않다 54%)로 나타나 10명 중 4명은 조직 내 갑질 문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갑질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공무원 중 43%는 직접 경험했고, 경험담이나 관련 게시물을 접한 경우는 47%였다. 갑질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권위주의적 조직문화-가해자에 대한 처벌 부족' 순으로 답했다.

수직적인 공무원 조직 문화에서 권위주의가 갑질을 유발시키고 처벌이 미미하다는 것은 고위 공무원들이 갑질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년간 갑질을 직접 경험한 공무원은 22%였는데, 이중 5년 미만의 공무원이 61명으로 49%를 차지, 신규 공무원에 대한 갑질이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이 많이 발생하는 분야는 ▲인허가 등 민원처리 업무 27% ▲예산편성·집행 업무 19% ▲단속·감사·조사 업무 15% ▲지도점검·감독 업무 14% ▲복지·보조금 업무 11% 순이었다. 인허가 등 민원처리 업무부서와 예산 관련 부서의 갑질이 다른 업무에 비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는 이에 대해 "인허가 등 민원처리 업무는 민원에 의한 갑질이 대부분"이라며 "민원인이 공무원에 대한 불신과 우월감으로 인한 생떼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원인에 대한 갑질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문에서는 조직 내부에서 갑질이 발생하고 있다.

갑질을 당했을 때 대처 방법으로는 그냥 참았다(68%)-동료·상사 등 업무관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19%)-갑질 당사자에게 항의(8%) 순으로 답했다. 그냥 참고 넘어가는 응답자가 많은 이유는 가해자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어서-신고해도 피해구제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불이익 등 2차 피해가 우려돼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당 지시, 간부 공무원 가장 많아

업무 추진과정에서 청탁, 압력, 부당한 지시 등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79% 정도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부당한 지시와 압력을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1%(직접경험 7%, 동료 경험 목격 14%)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부당 지시 당사자는 간부 공무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노조가 해마다 실시하는 설문조사결과 간부공무원들의 부당 지시는 2016년 51%로 가장 높았으며 2017년 28%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34%에 이어 올해 38%로 간부공무원의 부당 지시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부당 지시나 압력을 행사하는 단체는 민원인-시민사회단체-직장동료 순이다. 

공무원노조는 "상급기관 또는 감독기관에서 일과 상관없는 자료나 방대한 자료의 요구, 불필요한 업무 지시 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업비와 감독 권한을 근거로 민원인에게 부당한 특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업무 추진 중 상급자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폭행, 폭언 등 인격 모독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총무 업무 개선 요구 '여전'

공무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사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현복 광양시장의 인사에 대해 광양시 공무원들은 45%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41%에서 4% 상승한 수치다.

승진인사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에 56%가 답했는데 이는 2017년 72%에 비하면 약 15% 하락한 수치다. 공무원노조는 "승진인사가 투명하고 균형있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2017년 단체교섭에서 승진후보자 명부 공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무처리 과정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인사·총무(43%)로 꼽혔다. 이어 부서 간 업무 협력(29%)-결재·보고(18%)-예산·회계(7%) 순이다.

공무원노조는 "잦은 회의와 보고회가 조직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면서 "회의 개최와 증가에 따른 자료 준비가 많이 소요돼 업무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재권자의 잦은 자리 비움은 원활한 결재 진행을 방해하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토론회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갑질 개선 교육·처벌 절실

강삼연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장은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16일부터 시행된다"면서 "공직 내부에서 갑질 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고 밝혔다.

강 지부장은 "선배·고위 공직자들부터 갑질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무조건적인 강요,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광양시에 대해 갑질 개선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강 지부장은 "갑질은 개인의 성격·인성으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많다"며 "공직자들에 대한 갑질 인식 개선 교육을 철저히 하고, 예방·처벌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광양시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4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공무원노조는 조직도에 따라 부서별 배분 후 개인이 작성한 설문지를 노조 대의원이 수거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항목은 5개 분야 34개 문항 선다형·단답형으로 구성됐다.

설문 대상 인원은 총 1029명이며, 응답 공무원은 620명으로 응답률은 60%다. 근무 연수는 5년 미만이 38%로 가장 높았고, 20년 차 이상도 29%가량 참여했다.

근무 연수별 성별은 ▲5년 미만 근무자는 남성 38%, 여성 62% ▲20년 이상 장기 근무자는 남성 58%, 여성 42%이다.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는 공무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복지향상, 시민 복지 향상 등을 위한 정책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해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태그:#광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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