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일본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사실 내가 준비한 이야기도 다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황교안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 아쉬움을 표했다.  황 대표는 1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더불어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대표 간 회동에 참석했다.

회동은 당초 예정보다 길어지며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회동 후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초당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공동 발표문이 나왔으나,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회동 당사자 중 한 명인 황 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의미 있는 대화, 깊이 있는 대화,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려면 사실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1:1로 만나야 한다"라며 "현안들에 대해서, 국가의 미래 만들기 위해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통령과의 1:1 회동 카드의 미련을 나타낸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경제 정책 대전환 요구에 큰 틀에서 동의"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책 대전환'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폐기와 정책 대전환 결단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라며 "국가 경제의 펀더멘탈(기초)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경제 정책 대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도 큰 틀에 동의해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공동 발표문에 나와 있는, 3번의 '국가 경제의 펀더멘탈 및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부분이 그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공동 발표문 3번의 전문은 "정부와 여야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경제의 펀더멘탈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또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하여 운영하기로 한다"이다. 황 대표는 이 3번 문항 일부가 자신의 요구로 관철된 것이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정책 변환을 언급했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자세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라며 "많은 말씀을 자세하게 드렸고, 대통령께서 공감한 부분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외교·안보 라인 경질에 답변 안한 대통령...추경 거부한 황교안

황 대표는 또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외교‧안보 라인의 책임을 물어서, 이를 즉각 경질할 것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안보실장 경질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라고 설명했고, 정경두 국방부장관을 포함한 안보라인 경질 요구에도 "듣기만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요구를 거절했다. '오늘 회동에서 가장 이견이 컸던 부분'으로 황 대표는 '추경'을 꼽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추경 이야기를 공동 발표문에 좀 넣자는 생각이 강했다"라며 "그렇지만,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고, 추경의 범위나 대상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 되지 않았다"라고 반발했다.

황 대표는 "(추경에 관해) 협의해야 될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데 섣불리 발표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며 "저는 그렇게 판단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있었다"라고만 답했다. 또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 처리가 중요한 이유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라고도 전했다.

이번 회동이 '빈손' 회동이었느냐는 질문에 황 대표는 "아까 제가 요청했고, 그런 것들이 어떻게 반영됐는가 말씀드리지 않았나"라며 "그런 것들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단독회담 요청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필요하면 요청해야 되겠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