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성명 봉서추모공원장묘협동조합 이사장. 최 이사장도 봉서리 주민이다.
 최성명 봉서추모공원장묘협동조합 이사장. 최 이사장도 봉서리 주민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한국의 장례식장에서는 유난히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한다.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 중요한 '예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장례식장에서의 일회용품을 자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쓰레기 대란 시대. '죽어서까지 후손에게 쓰레기폭탄을 떠넘기는 장례문화를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충남 홍성군 금마면 봉서리에 있는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서는 극히 일부 용품을 제외하고는 일회용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은 봉서리 주민들이 일종의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봉서추모공원장묘협동조합을 만들고 홍성군 소유의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퇴출시키고 있는 '봉서리 주민들'

주민들에 따르면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서도 처음에는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6년 전부터는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23일 최성명(56) 봉서추모공원장묘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성명 이사장은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퇴출시킨 장본인이다. 물론 최 이사장도 봉서리 주민이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이 퇴출된 이유는 환경문제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다보니 쓰레기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덕분에 주민들은 환경문제에도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5년 동안은 우리 장례식장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 상주들의 부담이 컸다. 일회용품 사용시 보통 80만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상주의 비용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일회용품을 쓰지 않았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다보니 이전보다 쓰레기 발생량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장례식장의 설거지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한다. 마을 주민 4명이 현장에서 설거지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홀서빙은 인력업체서 나온 분들이 맡아서 한다. 하지만 설거지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한다. 주민들이 굳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고 귀띔했다.

일부 상주들,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 선호...  설득하는 것도 '일'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일부 상주들은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상주들은 일회용품이 일반 그릇에 비해 위생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상주들을 설득하는 것도 '일'이다.

"일부 까다로운 상주의 경우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남이 쓰던 물건이라서 불결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런 분들에게는 상황을 설명을 드리고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주가 일회용품 사용을 극구 원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쓰기도 한다.

일부 일회용품에서는 유해물질이 나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회용품이 과연 세척한 그릇보다 깨끗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식기세척기로 씻고 소독하기 때문에 위생상에도 별 문제가 없다. 게다가 세척기에 무조건 식기부터 넣는 것도 아니다. 초벌 설거지를 한 다음, 세척기에 식기를 넣고 세척하는 과정을 거친다.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문제될 것은 없다."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는 식기세척기가 놓여있다. 이 장례식장에서는 일회용이 아닌 그릇을 사용한다.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는 식기세척기가 놓여있다. 이 장례식장에서는 일회용이 아닌 그릇을 사용한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장례식장에 일회용품 보내는 기업문화, 이제는 사라져야

최 이사장은 장례식장에 일회용품을 보내는 우리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날렸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사원들의 장례식장에 일회용품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 문화는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퇴출하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사원들이 상을 당했을 때 기업 차원에서 일회용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화만 사라져도 일회용품 사용이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 들 수 있다. 요즘 장례식장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지적하는 뉴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쓰레기를 처리할 때도 결국 우리의 세금이 들어간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것인지 이 시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서도 새우젓과 고추장 접시, 여섯칸 접시의 세 가지 품목은 여전히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앞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더욱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의 모든 장례식장에서 너도 나도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을 때,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은 그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른 선택을 했다. 쓰레기 대란 시대,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의 '다른 선택'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영우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훌륭한 실천을 하고 있는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 환경운동연합 차원에서 특별한 명패라도 달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서는 젓가락과 숟가락도 일회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에서는 젓가락과 숟가락도 일회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씻어서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식기들. 홍성추모공원 장례식장에서는 흔하게 볼수 있는 풍경이다.
 씻어서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식기들. 홍성추모공원 장례식장에서는 흔하게 볼수 있는 풍경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태그:#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 , #최성명 , #장례식장 일회용품, #일회용품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