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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를 마지막으로 낭송한 사람들은 배우 김영철과 시인 우에노 미야코 씨였다. 지난 18일 밤, KBS 공개홀에서는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 공개 녹화방송이 있었다. 이 녹화방송은 8월 15일 오후 6시 30분부터 KBS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KBS에서는 8월 15일 광복절 특집으로 윤동주 음악회를 마련했으며 이날 공개 녹화방송에 대미를 장식한 것은 바로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서시' 낭송이었다.
 
인천근대문학관 입구에 선 우에노 미야코 시인
▲ 인천근대문학관 입구 인천근대문학관 입구에 선 우에노 미야코 시인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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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근대문학관 전시장 안에는 ‘근대문학의 주역’ 사진이 있는데 그 가운데 윤동주 시인을 가리키는 우에노 미야코 시인
▲ 윤동주와 우에노 미야코  인천근대문학관 전시장 안에는 ‘근대문학의 주역’ 사진이 있는데 그 가운데 윤동주 시인을 가리키는 우에노 미야코 시인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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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미야코 시인이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에 KBS로부터 초대 받아 마지막 무대를 배우 김영철과 장식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왜냐하면 윤동주 시를 일본인에게 알리는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인 가운데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가 우에노 미야코 시인에 주목하여 일찍부터 그를 한국에 알리기 시작한 것은 다음과 같은 한마디 말 때문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한국어를 배워 윤동주의 시를 번역해보겠다는 당찬 꿈을 꾸었습니다. 돌아보면 나의 한 평생은 윤동주 시인의 시를 위해 살아온 세월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일본어판 윤동주 시집 번역은 10년이 걸린 작업입니다. 일본 출판계에서도 그다지 관심이 없어 자비(自費) 출판을 했습니다만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잘 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일본에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


참으로 가슴 뭉클한 일이다. 올해 칠순이 넘은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한 평생이 윤동주의 <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도쿄 콜삭사. 2015) 그 자체였다니 더욱 놀랍다.

그간 윤동주 시인의 단편적인 작품 번역과 논문이나 연구서 등은 일본에서 많이 나왔지만 문학성이 뛰어난 일본의 중견시인이 번역한 완역집은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책이 처음이다. 일본의 대표 시인 가운데 하나인 이시카와 이츠코(石川逸子, 87) 씨는 "우에노 시인의 번역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 시인의 섬세한 마음과 영혼까지 느끼게 해주는 뛰어난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윤동주 시인의 모형 옆에서 사진 한 장
▲ 윤동주와 우에노 미야코 2 윤동주 시인의 모형 옆에서 사진 한 장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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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KBS공개방송을 마치고 며칠 동안 한국에 머문 우에노 미야코 시인을 위해 필자는 윤동주 시인의 작은 흔적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지난 21일 함께 인천근대문학관을 찾았다. 이곳에는 초판본인 1948년판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 전시되어 있었고 곳곳에 윤동주 사진과 사진마당이 마련되어 있어 뜻밖에 우에노 미야코 시인에게는 감동의 장소가 되었다.

한 인물을 위해 자신의 평생을 건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시인 윤동주의 시에 매료되어 한 평생을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 역사에 빠져 살고 있는 우에노 미야코 시인과의 만남은 내게도 큰 기쁨이다. 일본인 가운데 윤동주 시인을 위해 평생을 헌신, 봉사하는 사람들은 많다. 특히 이번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 별 헤는 밤(8월 15일 방송 예정)" 공개 녹화방송에는 일본 각 지역에서 윤동주를 위한 추도회, 강연회, 독서회 등을 열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인들이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잠시 이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천근대문학관에 전시된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시집
▲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시집 인천근대문학관에 전시된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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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시집을 보고 있는 우에노 미야코 시인
▲ 윤동주와 우에노 미야코 3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시집을 보고 있는 우에노 미야코 시인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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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이 다니던 도쿄 릿쿄대학에서 해마다 성대한 추도회를 열고 있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詩人尹東柱を記念する立教の会)'의 야나기하라 야스코 (楊原泰子) 씨, 윤동주 시인이 숨진 후쿠오카 형무소 자리에서 해마다 추도회를 열뿐만 아니라 시를 공부하는 '후쿠오카・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福岡・尹東柱の詩を読む会)'의 대표 마나기 미키코(馬男木 美喜子) 등이 그들이다.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던 윤동주 시인은 이제 한국을 넘어 일본, 그리고 전 세계인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3.1독립운동 100돌의 새로운 시작의 첫해인 올해는 부디 그의 맑고 순결한 영혼이 침략과 식민으로 얼룩졌던 어두운 한 세기를 털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우에노 미야코, #우에노, #윤동주, #인천근대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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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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