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는 연기 경력 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검증된 배우 임수정의 열연은 예상 범위 내였다. 하지만 연기보다는 슈퍼모델 출신의 예쁜 외모가 더 유명했던 이다희가 25일 종영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아래 <검블유>)에서 보여준 연기는 꽤나 놀라웠다. <검블유>에서 포털사이트 바로의 소셜 본부장 차현을 연기한 이다희는 일할 때는 멋진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다가도 사랑에는 여리고 서툰 모습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은 박모건 역의 장기용도 기대 이상이었다. 전작 <나의 아저씨>에서 국민여동생 아이유에게 폭행도 서슴지 않는 악독한 사채업자를 연기하며 남자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던 장기용은 <검블유>에서 부모님에게 버림 받은 아픈 과거가 있는 작곡가 박모건 역으로 배타미(임수정 분)의 마음을 홀렸다.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 출신으로 첫 장편 드라마를 쓴 권도은 작가의 깔끔한 대본도 나무랄 데 없었다.

<검블유>는 포털사이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업계 2위 회사에서 힘을 합친 배타미와 차현의 이야기와 그들의 러브 스토리가 드라마의 중심을 잡고 있다. 하지만 여느 드라마처럼 <검블유>에서도 매력적인 여러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을 사로 잡으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순한 '빌런'인 줄 알았는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송가경
 
 유니콘의 이사였던 송가경은 재벌가의 며느리를 포기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유니콘의 대표 자리에 오른다.

유니콘의 이사였던 송가경은 재벌가의 며느리를 포기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유니콘의 대표 자리에 오른다. ⓒ tvN 화면캡처

 
상명대학교 영화학과 출신으로 1998년 영화 <죽이는 이야기>로 데뷔한 전혜진은 2002년 <네 멋대로 해라>에서 인디밴드 보컬 별리,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정신연령이 낮은 소지섭의 쌍둥이 누나 역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전혜진이라는 배우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09년 <하얀 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한창 떠오르던 이선균과 결혼을 하면서부터였다.

결혼 후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았던 전혜진은 2013년 <더 테러 라이브>에서 경찰청 직속 테러 팀장 박정민 역으로 복귀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2015년 이준익 감독의 <사도>에서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를 연기하며 2015년 청룡 영화제와 2016년 올해의 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 조금 늦은 나이에 대중들에게 인정 받기 시작했다.

작년 JTBC드라마 <미스티>를 통해 11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전혜진은 25일 종영된 <검블유>에서 포털사이트 유니콘의 이사 송가경을 연기했다. 경쟁업체인 바로에서 일하는 배타미, 차현과는 기본적으로 경쟁 및 대립관계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악역'이다. 실제로 방영 초기 전혜진의 연기도 드라마 속 흔한 악역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혜진은 풍부하고 깊은 감정연기를 통해 송가경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송가경은 유니콘에 다니던 배타미를 지도했고 팔을 다쳐 유도를 그만 둔 차현에게 공부를 가르쳐 좋은 대학에 진학시켰다. 그리고 마지막회에서는 자신과 유니콘을 이용해 정경유착을 시도한 KU그룹의 '최종보스' 장희은 회장(예수정 분)을 상대로 복수에 성공했다. 그렇게 전혜진은 <검블유>의 마지막회를 가장 멋지게 빛낸 배우가 됐다.

남자 캐릭터가 전부 '꼰대'는 아니라는 걸 보여준 브라이언
 
 검색어 조작사건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브라이언은 위기의 순간에 복귀해 배타미와 차현을 구한다.

검색어 조작사건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브라이언은 위기의 순간에 복귀해 배타미와 차현을 구한다. ⓒ tvN 화면캡처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의 권해효는 1990년대 초·중반부터 대학 동문인 고 박광정과 함께 연기 콤비로 활약하면서 많은 드라마에서 감초 연기를 도맡아 했다. 박광정이 코믹한 연기를 주로 했다면 권해효는 상대적으로 젠틀한 이미지를 통해 1996년 영화 <진짜 사나이>에서 단독 주연을 맡는 등 90년대 중·후반 충무로와 여의도를 대표하는 개성파 연기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각종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권해효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정원 '좌파연예인대응 TF'가 작성한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다. 2010년대 권해효의 필모그라피에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대중적인 작품보다는 저예산 영화나 독립 영화가 유독 많은 이유다. 권해효는 현재도 일본 내 조선학교를 돕는 비영리 시민단체 '몽당연필'의 대표를 맡고 있다.

권해효는 <검블유>에서 임수정과 이다희가 속한 작품 속 업계 2위 포털 사이트 바로의 대표를 연기했다. 극 중 본명은 민홍주지만 모든 직원이 영어이름을 쓰고 서로 존칭을 써야 하는 바로의 사내규정에 따라 민홍주 역시 '브라이언'이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회식 참석 여부도 철저하게 자율에 맡기고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부하 직원들에게 한 번도 반말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권위적인 상사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 <검블유>는 주인공 배타미와 차현을 비롯해 라이벌인 송가경, 그리고 '메인빌런' 장희은 회장까지 주요인물 대부분이 여성이다. <검블유> 속 남성 캐릭터는 주인공의 남자친구들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무능하거나 바람기가 많거나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브라이언을 통해 남자 캐릭터 중에도 인간적이고 소탈하고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멋진 상사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베테랑 배우 권해효가 연기했기에 더욱 빛이 난 캐릭터였다.

장모님을 사랑한 막장계의 아이돌, 현실(?)에선 순수 그 자체
 
 '드라마 속 드라마'의 막장캐릭터였던 설지환은 자신의 열성팬이었던 차현과 연인이 된다.

'드라마 속 드라마'의 막장캐릭터였던 설지환은 자신의 열성팬이었던 차현과 연인이 된다. ⓒ tvN 화면캡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가끔 극 중에서 또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에는 저승사자 왕여(이동욱 분)가 유난히 즐겨 보는 아침 드라마가 있었고 영화 <써니>에는 중년의 임나미(유호정 분)가 병원에 있는 엄마(김혜옥)의 면회를 갔을 때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과하게 몰입하던 드라마가 있었다. 보통 이야기의 흐름을 가볍게 전환할 때 등장한다.

<검블유>에도 '드라마 속 드라마' <장모님이 왜 그럴까>가 등장한다.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한 포털 사이트의 소셜 본부장임에도 사적으로는 막장드라마 마니아인 차현이 즐겨보는 방송이다. 하지만 <검블유>의 '드라마 속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개그요소만 던지고 무심하게 지나가지 않는다. 차현과 <장모님이 왜 그럴까>에 출연하는 배우 설지환(이재욱 분)이 극 중에서 실제로 '썸'을 타기 때문이다.

드라마 촬영 중이던 설지환을 도둑으로 오해해 다리를 걸어 넘어트려 제압하는 차현은 병원에 입원하는 설지환과 가까워진다. 극 중에서 설지환은 포털사이트에서 이름을 검색해도 아무 정보도 뜨지 않는 무명배우지만 과학고등학교 출신의 대단한 수재에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심성으로 차현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은 일찍 연인이 된 배타미와 박모건보다 차현-설지환 커플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처음 등장할 땐 철저한 무명배우였지만 막판엔 '막장계의 아이돌'로 떠오른 배우 설지환을 연기한 이재욱은 1998년생으로 <검블유>의 배우들 중 가장 어리다. 극 중에서도 차현과 설지환은 1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연상연하커플로 나오고 실제로도 이다희와 이재욱은 13살이나 차이 난다. <검블유>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이재욱은 추석 개봉을 앞둔 김명민, 메간 폭스 주연의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에도 출연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 임수정 전혜진 권해효 이재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