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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와중에 대다수의 정부들은 친 시장적 정책에 유혹을 느낀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세율을 낮추면서 경제에 자유를 준다는 명제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유효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문장에 강조 처리를 하였듯이 시장 자유는 유권자에게 유효한 방식이지 실제 삶을 영유해가는 평범한 민중들에게 시장 자유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친 기업적 정책만을 추구하게 되었을 때, 민중들은 경제적인 타격을 입게 되며 사회에서 차지하는 권력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시작된다. 선거 승리를 위해 친 기업적 정책을 펼쳐야 할지, 아니라면 대선 전부터 주장해온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유지해 나갈지 말이다.

이에 대한 좋은 사례로 연구할 만한 대상이 있다. 바로 미국의 민주당이다. 미국의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정부 이후 민중을 위한 정책과는 거리가 먼 경제정책을 펼쳐왔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문화적으로는 진보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읽어볼 만한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프랭크 토머스, 열린책들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프랭크 토머스, 열린책들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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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양극화의 미국

저자는 미국의 극단적 양극화를 비판한다. 평범한 미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이를 견디지 못할 것으로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민중들은 양극화 해결을 위해 민주당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그 결과가 8년간의 오바마 시대였다. 그러나 오바마와 민주당은 미국의 극단적 양극화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미국 민주당(이하 민주당) 비판을 시작한다.
 
"오늘날의 민주당은 실패했다. 여기에 그들의 실패가 더욱 쓴맛을 자아내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쪽)

2009년 신임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는 2008년 경제 대공황을 수습하기 위해 월 스트리트 재벌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명백한 잘못임을 저자는 지적하며 민주당이 고학력, 전문직, 중산층 이상의 계층을 대표하는 정당이 되었음을 비판한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는 고학력, 엘리트로 가득찬 정부였다.

이들은 전문직의 특권과 능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능력주의 신화를 맹신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정책은 곧 오바마와 민주당의 사회경제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위와 같은 사고방식에서 만들어진 빈곤정책은 교육 강화뿐이었다. 교육을 받는다면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 사고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민주당을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민주당의 다양한 개혁 운동을 통해 드러난, 하지만 그 진의가 의심스러운 여러 아이디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들이 1960년대 반(反) 문화에서 심오한 어떤 것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소외된 중산층을 대변하는 척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같이 뉴딜 체제를 거부하고 도래가 임박한 후기 산업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실제로 그 빌어먹을 것의 날이 밝았다" (171쪽)

민주당은 1970년대 이후 확산된 전문가에 의한 통치의 결과물이었다. 고학력 엘리트 집단으로서의 전문직 집단은 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들의 기호에 맞춘 정당이 되었다. 위와 같은 경향이 강화되면서 지미 카터 시기에 민주당은 자신들의 핵심지지 세력이었던 뉴딜 전통과 노동조합과 결별하게 된다. 이후 민주당은 점점 더 보수화 되어간다. 이때 민주당이 중도정당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 정점이자, 현 민주당의 모습의 원형이 빌 클린턴이었다. 아칸소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은 불평등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의 중산층이 외면 받지 않는 시대를 만들 것임을 천명했다. 대다수의 민중들은 민주당이 경제적 약자의 편에 섰던 뉴딜 정신의 민주당이 돌아왔다고 느꼈기에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클린턴과 민주당은 이제 세상이 변했기에 블루칼라 노동자는 교육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함을 주장했다. 불평등의 원인을 사회구조가 아닌 개인에게 돌렸던 것이다. 이는 불평등이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 불평등이라는 구조를 옹호하는 근거가 되었다. 

더 나아가 빌 클린턴과 민주당은 북미자유무역협정과 복지제도 축소를 통해 민중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빌 클린턴과 민주당은 월 스트리트에 우호적이었고 긴축 재정을 펼쳤으며, 자본 이득세 인하와 통신 규체 철폐를 통해 기업에 이익을 제공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복지급여 수령자가 감소했음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복지 혜택이 줄어든 결과였지 빈곤인구가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그 결과 미국은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일반 노동자보다 383배 많은 임금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미국의 민중들은 1996년 대선에서 두 명의 보수 후보 중 한 명을 택해야 했고 그 결과, 빌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했다.

헛되이 날린 기회

2009년 경제 대공황은 민주당의 뉴딜 정신을 다시 살릴 수 있던 기회였다. 실제로 민중들은 민주당에 큰 지지를 더해주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개혁은 없었다. 민주당에 대한 민중의 지지는 빠르게 감소했다.

오바마는 개인의 인기로 2012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민주당은 2011년 하원에서, 2015년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였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개혁을 할 수 있었다. 독점방지법도 여전히 존재했고 이를 통해 실제로 재벌에 일격을 가했던 전례도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와 민주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거대 은행들을 위한 정책까지 이들은 입안하기도 했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초당적 합의와 협력이 가능하며, 전문가들은 시대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에 해답 역시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민중들은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었다. 이들에게 전문가 지배체제가 내놓은 답들은 하나 같이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저자는 비판한다.

오바마와 민주당이 내놓은 대답은 혁신이었다. 실리콘 밸리로 상징되는 혁신이라는 운동과 혁신계급은 하나의 종교가 되었다. 그러나 혁신계급의 창조물인 우버, 아마존, 애어비앤비는 온라인에 독점시장을 구축했으며 일반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게다가 이들의 고용 형태는 노동자를 책임지는 형태가 아닌 플랫폼 노동과 같은 것이었기에 일반 고용노동자들까지 타격을 입게 되었다. 민주당이 맹신하는 혁신은 민중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영웅으로서의 힐러리, 그 결과는 트럼프
 
"전문가 계급의 진보주의는 그들의 지도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보다 큰 정의가 존재하는 어떤 장소로 나아가기 위해서 끝없이 탐사를 이어가는 듯하다.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인 선(善)이라는 주제를 찾아다니느라 늘 바쁘다.

그들이 찾고자 하는 주제는 그들이 추구하는 진보주의와 동일시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좋은 일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311쪽)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대표주자는 힐러리가 되었다.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기에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었다. 힐러리는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이었으며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인물로 비쳐졌다. 힐러리는 행사장에서 자신과 자신의 지지자들을 긍정적인 단어로 끝없이 찬양했다. 자신들은 고결한 선의를 지녔고, 이를 관철해나간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었다. 

반면 공화당과 트럼프는 악의 화신이며, 이를 막기 위해 자신과 민주당을 지지해야 함을 힐러리와 민주당은 호소했다. 그러나 힐러리가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기간 동안 그가 추진한 정책은 북미 자유무역 협정, 은행 규제 철폐, 대규모 교도소 증설이었다. 선과 악의 구도로 민주당과 공화당을 대립시켰지만 실제 정책은 민중에게 해악을 끼쳤던 것이 힐러리와 민주당의 과거였음을 저자는 비판한다. 언제나 그러했듯 민중의 삶은 외면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민주당이 이 시대의 대표적인 사회 문제인 소득 불균형 문제에 맞서 싸우는 데 어떻게 실패했는지,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의 주범인 월 스트리트에 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는지 집중 조명했다.

그럼에도 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좌파 정당이 전 세계 좌파 정당의 전통적인 제1 지지 기반인 노동자에게 흥미를 잃으면 이런 모양새가 된다는 것이다." (344-345쪽)

저자는 이 책 전체 내용을 통해 민중의 실제 삶은 외면한 상태로 민주당이 위와 같이 그때 유행하는 선으로 자신들을 포지셔닝 하고 홍보하며 지위를 지켜왔음을 지적한다. 그렇게 민주당은 유능함과 인기 모두를 잃어갔다. 자신들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일반 민중을 외면한 대가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트럼프였다.

실제로 트럼프는 몰락한 블루칼라 계급이 집중되어 있는 러스트 밸트 지역에서의 승리를 기반으로 대통령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당은 이 상황을 역전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과연 한국은 위와 같은 미국 민주당의 사례를 따라가지 않을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순간 가장 참고해야 할 모델이 바로 미국 민주당이며, 그 내용이 가장 잘 담긴 저서가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이다.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 미국 민주당의 실패에서 배우기

토마스 프랭크 (지은이), 고기탁 (옮긴이), 열린책들(2018)


태그:#미국민주당의착각과오만, #민주당, #뉴딜, #민중,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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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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