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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어린이도서관에서 그림연극을 한다고 했다. 참여대상에 연령제한 표시가 없고 "누구나"라고 쓰여 있어, 안심하고 22개월된 세 살 아들을 데리고 놀러갔다. 아이는 그림연극에는 관심이 없다며 칭얼거렸다. 처음 와 보는 공간에 낯선 사람이 잔뜩 있어 놀랐나 했더니, 마음대로 풀어주자 오히려 신나게 도서관 곳곳을 돌아다녔다. 공연 관람은 즉시 포기하고 아이를 데리고 아기둥지방으로 들어갔다.
 
 시립 어린이도서관의 자료실 내부에 설치된 아기둥지방.
 시립 어린이도서관의 자료실 내부에 설치된 아기둥지방.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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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관 자료실 내 아기둥지방에는 아기들을 위한 다양한 그림책과 더불어, 나무 자석 블록과 자동차 레일, 미끄럼틀, 악기 등 다양한 놀잇감이 갖추어져 있었다. 수유실과 유아전용 화장실도 있어 모유수유나 아기 기저귀 갈아주는 데도 용이했다. 특히,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어느 정도 소리를 내며 놀아도 허용되는 공간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림연극은 최소 6살 이상은 되어야 이해할 만한 내용이었나 보다. 곧이어 서너살 무렵의 또래아이들이 엄마들과 함께 아기둥지방으로 속속 들어왔다. 엄마 중 한 사람은 "유아들 대상인 줄 알았더니, 초등학생은 되어야 집중해서 감상하겠는 걸" 하고 말했다.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그림연극에 호기심이 향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공연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우리 아이는 태어나서 4개월쯤 되었을 때, 어린이도서관을 처음 방문했다. 생후 3~18개월 영아에게 그림책 2권과 헝겊 책꾸러미 가방을 선물하여 아기 때부터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 독서문화운동 차원의 '북스타트' 제도에 따라, 아이 이름으로 도서관 회원가입도 하고, 그림책을 선물받았다. 지금도 아이 이름으로 된 도서관 카드가 내 지갑 속에 들어있다.

하지만 아기가 돌이 지난 후로도 책이나 종이를 물어뜯고 찢는 습관이 계속되었고,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거나 아무거나 다 만지는 탓에 어린이도서관을 다시 방문하지 않았다. 책 읽어주기는 가끔 집에서만 이루어졌다. 언제쯤이면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도서관에 다닐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좀더 일찍 다녀도 좋을 뻔 했다고 후회했다.
 
 아빠와 함께 책을 가지고 놀이하는 22개월 아이
 아빠와 함께 책을 가지고 놀이하는 22개월 아이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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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관에는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이들이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어린 아기들도 와서 놀 수 있는 편안한 온돌방이 있었다. 바닥에는 다양한 카페트가 깔려 있고, 글씨가 많지 않은 월령병, 연령별 그림책과 함께 보행연습 도구와 돌 무렵의 아이가 타도 좋을 미끄럼틀이며, 다양한 장난감이 구비되어 있었다.

물론 아기가 너무 울어대는 이른 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림책에 관심을 보이고 조금씩 기어다니거나 걸음마 연습을 할 때쯤이면 데리고 와서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놀아주어도 안성맞춤일 것 같다. 아기둥지방은 책을 스스로 읽지 못하는 어린 아기들이 엄마와 함께 책을 보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아이가 활발하게 걸음마를 하고 뛰어다니기 시작한 13개월일 때, 아직 어린이집에는 다니지 않지만 바깥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자주 외출을 감행하곤 했다. 주로 놀이터에 가거나, 동네 산책 정도였지만, 한 번은 '굿모닝하우스'라고 경기 도지사의 관사로 활용하다가 한동안 시민에게 개방하여 카페, 미술관, 문화공간으로 이용되던 곳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 이곳은 임산부였을 때부터 몇 번 찾아왔던 곳이었다.

현재는 다시 도지사의 관사로 쓰이고 있지만, 지난 가을에는 경기도에서 관리하고 운영하는 이곳 카페에서 자주 클래식이나 뮤지컬 갈라콘서트 등 문화공연이 열렸다. 개방된 카페에 지역주민들이 많이 찾아와 문화생활을 즐겼다.

나도 출산 후 오랜만에 아이를 데리고 잠시 들렀다. 아이가 유모차에서 잠이 든 덕분에 문화적 감수성 좀 채우고 쉬었다 갈까 했던 것. 기대와 달리 아이가 곧바로 깨서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눈총을 받으며 쫓겨나듯 나온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저 야외 산책이나 놀이터, 키즈카페에만 다녀야 하는 줄 알았다. 진작 지역 내 어린이도서관의 아기둥지방과 같은 공간을 활용했다면 아이가 더 일찍 책과 친해지고, 더 활발하게 개방된 장소에서 또래와 어울리고 즐겁게 놀았을 거라 생각하니 아쉬웠다. 솔직히 집에서 아이와 단 둘이 놀아주는 것보다,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놀아주는 것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기분 전환이 된다.

수원시에는 도서관이 정말 많다. 인문학 수원을 표방하는 수원시에서는 각 도서관별로 특화된 분야가 있고, 도서관의 숫자도 매우 많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차로 5~15분 거리에 여러 개의 도서관이 있다. 어린이도서관이 아닌 일반 시립도서관에도 어린이자료실이 있고, 대부분 아기둥지방과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임산부 휴게실이나 모유수유실을 갖춘 곳도 많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야외활동이 부담스러울 때면 아이에게 최고의 놀이터이자 배움의 공간으로서 어린이도서관만 한 곳이 없을 것 같다. 우리 아이처럼 에너지가 넘치고,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며, 목소리가 크고 활발한 아이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아이는 몇 달 전부터 책을 물어뜯고 찢는 습관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집에서도 스스로 그림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며 그림에 집중하거나,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가져와 무릎에 앉는 경우가 많아졌다. 반 년 이상 앞당겨 도서관을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발견한 오아시스에 안타까움, 후회, 아쉬움이 겹쳤지만, 이제부터라도 아이를 데리고 부지런히 어린이도서관으로 놀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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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