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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년을 한 자리에서 지켜 온 최종묵 씨
 47년을 한 자리에서 지켜 온 최종묵 씨
ⓒ 배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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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동안 한자리에 있는 옛날 짜장집, 우강반점을 모르는 마을사람은 없다. 올해로 72세, 중화요리만 59년을 이어온 최종묵씨의 마을사랑 이야기다.

당진 우강면 창1리는 얼마 전 마을회관 준공식을 가졌다. 기존의 마을회관이 아파트를 짓는 부지로 들어가게 되면서 창1리 마을회관은 새로운 곳에 터를 잡았다.

창1리의 문수일 이장은 마을회관의 준공을 앞두고 뜻밖의 기부금을 전달받았다. 마을 총무인 이상현씨가 밥값 계산 차 들렀다는 우강반점에서 '마을회관 준공에 써 달라'는 최종묵씨의 기부금을 전달받은 것이다. 이장에게 전해진 기부금은 마을회관을 준공하는 데 사용되었다.

"총무가 우강반점에서 100만원을 기부했다고 전했어요. 마을회관 짓는데 필요한 곳에 써달라고 했다면서. 동네에서 자그마한 가게하면서 마을을 위해 그렇게 큰 기부금을 전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또 고마운 일입니까."

면천에서 초등학교를 끝으로 사회에 발을 뗀 최종묵씨는 당시 당진에 있었던 동춘반점이 첫 직장이었다. 60년대만 해도 당진은 중국 산동지방과 가까워 중국에서 넘어온 중국인들이 많았다. 동춘반점 역시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종묵씨의 어머니는 들에서 나는 호박을 따다가 중국집에 자주 갖다 주었고 종묵씨는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62년 3월 동춘반점에서 일하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그게 우리 어머니 성의였나봐요. 우리 애 좀 써달라고. 시절이 시절인지라 초등학교 졸업하고 돈을 어떻게든 벌어야 되는데 이발소를 가볼까, 시계방을 가볼까 했어요. 근데 이발소는 도시락을 싸들고 와야 된다고 해요. 먹을 것이 귀해서 학교 다닐 때도 물만 먹고 다녔는데, 도시락은 꿈도 못 꾸죠. 그렇게 어머니 덕으로 동춘반점으로 들어간 것이 지금까지 중화요리를 만들고 있네요."

동춘반점과 인천, 서울, 순성의 중국집을 돌며 10년을 보내고 그는 '우강반점' 주방장으로 와서 그해 우강반점을 인수했다. 그로부터 47년을 부부는 한자리에서 장사를 했고 자녀 셋을 키웠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자식들을 무탈하게 길러내고 또 장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 마을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에 한번쯤은 마을을 위한 무언가를 종묵 씨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많은 돈도 아니고... 이장님이 감사하다고 해주시니까 오히려 더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사실 한 자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장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마을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마을회관이 새로 생긴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뭐라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큰 전자시계를 여러 개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이장님이 보시기에 진짜 필요한데 쓰시면 좋겠다 싶어서, 많이는 못하고 적은 기부금으로나마 고마움을 전했어요."

마을을 위해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종묵 씨의 착한 기부는 20년 전에도 있었다. 평소 어려운 이웃을 보면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서울의 대한노인회에 5년간 기부를 이어오기도 했다.

"그때는 전화가 직접 왔어요.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분들이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계신다,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연락이 오면 많이는 못해드려도 매년 10만 원 씩 작은 마음을 보태고는 했지요."

부인과 둘이서 경영하는 우강반점은 옛 합덕장이 들어서던 때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은퇴하려고 했던 그가 요즘 특별한 손님들 덕분에 정년을 65세로 다시 정했다며 웃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오래된 가게라고 인터넷에서 누가 올려준 것 보고 왔다면서 오는 젊은 손님들이 있어요. 어떤 분은 서울서 전화로 장사하는지 묻고 여기까지 와서 탕수육에 짜장면만 먹고 다시 돌아가는 분도 있었고요. 요즘은 또 정년이 65세라는데 지금까지 59년간 중국집을 운영해왔으니까 앞으로 6년은 더 하고 퇴직하려고요, 오시는 손님들 헛걸음하게 해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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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당진신문 기자 배길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