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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로 한참 바쁜 어느날 오후였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기의 진동소리가 '징~잉~징~'요란스럽게 울려댑니다. 액정화면으로 눈길을 돌려보니 떠오르는 전화번호 발신인의 정보가 전혀 없어 무시해도 되는 전화로 치부할까 싶었습니다. 그럴 것이 웬만한 전화번호는 휴대폰에 다 저장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일상생활의 사적인 전화번호나, 회사 업무 차원의 공적인 전화번호나, 단 한 번의 인연만으로도 무조건 저장하고 보는 습관 때문입니다. 그런데 발신인의 정보가 없다는 것은 이 전화번호는 내 휴대폰에 저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나와 관련 없는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생각하려 했습니다.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혀 무시하기도 힘든 전화번호이기도 했습니다. 070 인터넷 전화 같은 뻔한 스팸번호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 번호이다 보니 비록 내 휴대폰에 저장은 안되어 있을지라도 어쩌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전화일 수 있다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 휴대폰으로 걸려온 그놈 전화번호
 내 휴대폰으로 걸려온 그놈 전화번호
ⓒ 신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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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 끝에 결국 통화 버턴을 누르고 말았습니다.

'네~저는 OOO입니다'

그러자 휴대폰 속에서 들려오는 중저음의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듭니다.

'여기 서울 중앙지검 OOO 검사인데요.'

서울 중앙지검 검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오다니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점심시간이 지난 지도 얼마 되지 않는 나른한 오후, 풀어진 긴장이 바짝 조여들기에 충분한 전화였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라고 묻자 검사라는 분이 이렇게 말을 걸어옵니다. '지금 님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이러쿵저러쿵...

이런 얘기를 듣자 마자 '아~' 이게 바로 말로만 들어왔던 보이스피싱인가 싶은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이와 동일한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기사를 이미 봐 왔던 터라 이놈의 전화는 틀림없는 보이스피싱일 거란 직감이 뇌리를 파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그놈의 말을 듣고 있을 필요성이 없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아무말도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할 일도 많다만 그렇게 할 짓이 없어 선량한 사람을 상대로 사기나 치고 사느냐고. 비록 그놈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 정도로 들리겠지만 그래도 따끔한 충고의 말 한마디 해주고 끊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분하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어렴풋이 남아 있는 그놈의 목소리를 곰곰이 재생해 보니 미세한 떨림이 섞어 있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심장부 서울 중앙지검 검사, 그래서 당당하게 검사 목소리로 사칭하고 싶었겠지만 보이스피싱은 엄연한 중범죄라는 사실 앞에 그놈 목소리도 어쩔 수 없이 떨릴 수밖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놈의 전화번호를 입력한 결과 오늘 오후 4시 10분 기준 21건이 해외 피싱으로 신고되어 있었습니다.
 그놈의 전화번호를 입력한 결과 오늘 오후 4시 10분 기준 21건이 해외 피싱으로 신고되어 있었습니다.
ⓒ 신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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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로만 듣고 기사로만 보아왔던 보이스피싱 전화를 직접 받고 보니 '풉~'하고 헛웃음도 나왔습니다. 이미 세상에 공개되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고리타분한 수법으로 나를 속이려 들다니.. 그놈의 한심스럽고 어이없는 배짱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던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동료 직원들에게 털어놨더니 그중 어느 동료가 그놈의 전화번호가 보이스피싱인지 확실이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확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포털 검색창에 스팸 전화번호를 검색하자 '안심통화 전화번호' 검색란이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곳에 그놈에게서 받은 전화번호를 입력한 결과 '해외 피싱'이라고 등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곧 그놈이 이 전화로 그 누군가에게 이미 전화를 걸어었다는 얘기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놈의 전화를 받은 그 누군가가 관련기관에 신고 등록이 된 것으로 보였는데 당시 기준으로 '싫어요' 건수가 4건이었고, 오늘 4시 10분 기준으로는 무려 21건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확인 결과로도 내가 그놈에게서 받은 전화는 보이스피싱이 분명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은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이 전화를 이용해 나에게도 전화를 걸어오는 무모한 용기를 보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 누군에겐가 전화를 걸고 있을 것으로 추정 됩니다.

따라서 나는 더 이상 이전화로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억울한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놈의 전화번호를 온 세상에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선량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아주 고약한 그놈의 전화번호 <010-9728-3950>입니다. 꼭  기억해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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