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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6일 오전(현지시간) 제73차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 유엔 본부 내 양자회담장에서 수행원들과 이동하고 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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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북)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다."

북미 실무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적 비난일까.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에 일침을 가했다. 제재로 북한을 압박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경고다. 리 외무상은 23일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콕 짚어 문제 삼으며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후 4월과 6월에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30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한 이후 폼페이오 장관을 향한 비난은 없었다. 2개월여 만에 북한은 다시 폼페이오 장관을 언급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이 외무성 부상·제1부상이나 미국 담당 국장, 대변인 등의 명의로 담화를 발표하거나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의 입장을 낸 적은 있지만, 외무상 명의로 직접 담화를 낸 것 역시 이례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담화를 발표하는 이의 직급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에서 외무상은 우리의 외교부 장관에 해당하는 위치로 리용호 외무상의 카운터파트는 폼페이오 장관이다. 앞서 북한은 미국 담당 국장, 외무성 대변인을 거쳐 외무상 담화로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11일 북한은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담화에서 "한미훈련 해명 전엔 북남 접촉 어렵다"라고 했다. 22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군사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 흥미가 없다"라고 했다.

이날 리 외무상은 폼페이오 장관의 미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면서 " 폼페이오가 사실을 오도하며 케케묵은 제재 타령을 또다시 늘어놓은 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되어 있고 조미(북미)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라고 비난했다.

리 외무상은 폼페이오 장관의 인터뷰를 '망발'로 규정하거나 폼페이오 장관에 '미국외교의 독초'라고 쏘아붙였다.

그가 비난한 폼페이오 장관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공개된 미 정치전문지 <워싱턴 이그재미너>에서 공개된 내용이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난 여전히 김 위원장이 이것(비핵화)을 이행할 것이라는 데 희망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고, '그들이 비핵화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성은 이밖에도 "개꼬리는 3년을 두어도 황모(족제비 꼬리털)가 못된다. 세계 도처에서 미 중앙정보국의 가장 사악한 수법들을 외교 수단으로 써먹으며 비난을 받는 폼페이오가 바른 소리를 할리 만무하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어떻게 그가 이런 망발을 함부로 뇌까리는지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사람과 마주 앉아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실망감만 더해줄 뿐"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또 "일이 될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달아난다, 이것을 보면 그가 미국의 현 대외 정책보다 앞으로의 '정치적 포부'를 실현하는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라고 주장했다.

북한, 주도권 싸움 나서..."북, 안보문제 이슈화 하는 것"
 
취재진 질문받는 폼페이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돈 쁘나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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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리 외무상의 담화를 북미 실무협상의 '주도권 싸움'으로 풀이했다. 북한이 '주도권'을 가져오려 의제를 던졌다는 것.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끝나면서 대남 비난이 아니라 대미 비난이 시작됐다. 협상을 앞두고 협상 대상자인 미국에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북 외무성 담화에 향후 북미회담의 의제가 포함되어 있다고도 봤다. 그는 "하노이 회담 전까지 북미가 경제-안보를 두고 흥정했다면, 지금은 판이 바뀌었다. 리 외무상은 담화에서 제재를 언급했지만, 사실 북한이 원하는 건 체제 안전보장이다. 앞으로 북한은 안보 의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북한의 전략적 담화"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에서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미협상을 당장 시작하지 않아도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계속 불만을 드러내며 안보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이른바 어젠다 세팅을 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한편 통일부는 리용호 외무상의 담화를 두고 북미 양국이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조했다. 이날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간 상호 신뢰와 존중의 입장에서 비핵화 협상이 진행돼 좋은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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