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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전경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전경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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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의 최종 결론이 드디어 나온다.

오늘(29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국정농단이 불거진 지 약 3년 만이다.

2016년 12월 꾸려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특검 박영수)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남용, 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받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공무원이나 문화예술단체에 불이익을 준 사실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하는 등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밝혀졌다.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박근혜-이재용 뇌물사건의 디테일을 두고 재판부마다 조금씩 다른 결론을 내놨다.

재판부마다 달랐던 디테일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 '유령회사'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맺는 형태로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했고(계약금 약 213억 원, 실지급 36억 3484억 원) ▲ 정씨에게 말 세 마리와 차량 등을 제공했으며(41억 6251만 원) ▲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세운 미르(125억 원)·K스포츠재단(79억 원)과 영재센터(16억 2800만 원)에 돈을 줬다고 봤다. 그리고 승마 쪽엔 단순뇌물죄(77억 9735만 원), 재단과 영재센터 지원부분에는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다.

최초 판단은 2017년 8월 25일에 나왔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개별 현안은 없었으나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이 존재했다며 이 부회장이 대가를 바라고 박 전 대통령 쪽에 뇌물을 건넨 게 맞다고 봤다. 다만 말 수송 차량 구입대금과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금을 제외한 89억 2227만 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결론적으로 이미 구속 중이던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가 지난해 4월 6일 내린 결론은 약간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경영권 승계작업은 없었다'는 대목이었다. 재판부는 따라서 제3자 뇌물죄 성립조건인 '부정한 청탁'도 없으니 이 혐의는 전부 무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승마지원금 중 72억 9427만 원은 단순뇌물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은 다른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한 혐의 등도 있었기 때문에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 선고를 받았다.

항소심에서 두 사건의 온도차는 더욱 커졌다. 2018년 2월 5일 이재용 부회장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1심이 일부 유죄로 판단한 제3자 뇌물죄도 전부 무죄로 결론내렸다.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본 승마 지원금 중에서도 정유라씨가 사용한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은 삼성에게 있다며 제외, 총 36억 3484만 원만 인정했다. 이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선고가 난 이 부회장은 1년 간의 구치소 생활을 끝냈다.

하지만 박근혜 항소심(서울고법 형사4부, 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은 폭넓은 범위에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 24일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작업은 포괄적 현안이었다'는 이재용 1심 판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 외국자본으로부터 삼성의 경영권 방어 ▲ 이 부회장이 적극 추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 지원 등을 개별 현안으로 인정했다. 또 삼성이 정유라씨를 계속 지원할 의사가 있었다며 '액수 미상의 뇌물 약속'까지 유죄로 봤다. 그러나 단순뇌물죄는 말 보험료 등을 제외, 70억 5281억 원만 인정했다.

대법원이 박근혜 항소심 결론 받아들이면 이재용은 재수감 가능성

대법원은 뇌물을 준 액수와 뇌물을 받은 액수, 제3자 뇌물죄의 법리뿐 아니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도 정리할 전망이다. 이 수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그대로 담겨 있어 국정농단 사건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였다. 그런데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만 유일하게 이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를 엿볼 수 있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날아간 덕분에 이 부회장은 사실상 강요로 뇌물을 건넨 피해자가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항소심 결론을 받아들이면 이 부회장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돼야 한다. 2심에서 뇌물 인정범위가 좁아지면서 횡령액까지 줄어 실형을 피했던 이 부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운 결론이다. 또 대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을 경영권 승계작업으로 인정하면, 삼성 뇌물사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이어진다. 어쩌면 이 부회장은 다시 한 번 검찰 포토라인에 서야 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악재에 악재가 겹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 29일 오후 2시, 그 결론이 대법정 현장은 물론 대법원 페이스북와 유튜브 채널, 네이버TV 생중계로 공개된다.
 
2017년 2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열린 박근혜퇴진 이재용구속 집중집회 참석자들이 삼성본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17년 2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열린 박근혜퇴진 이재용구속 집중집회 참석자들이 삼성본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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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정농단, #박근혜,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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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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