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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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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넘는 결정이었다. 지난 8월 22일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아래 지소미아)의 전격적인 종료를 결정했다. 일제시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이 경제보복이라는 카드를 행사하자 정부는 지난달부터 지소미아 파기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렸으나 한일 갈등에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려는 카드 정도로 인식됐다. 실제 지소미아의 연장 종료 결정을 하며 가진 브리핑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7월 말까지 정부 내에서는 지소미아에 대해 사실상 유지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랬던 정부 입장이 급선회한 데는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의 태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종료 결정이 있은 다음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기자브리핑을 자처해 한국이 여러차례 일본과의 외교적 방법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했으나 일본이 단순히 거부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국가적 자존심을 훼손할 정도로 무시로 일관했음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고 사전에 일본 측에 발표 내용 사실까지 알려주는 성의를 보였음에도 일본은 이 조차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관련해 "국가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이번 결정의 핵심적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결정 되돌리라는 오만한 미국

문제는 미국의 태도이다. 지난달 한국의 외교 당국자들이 미국을 방문해 한일 갈등의 중재 역할을 해달라 동분서주할 때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미 행정부가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 종료 결정을 내리자 적극적인 개입에 나선 것이다.

펜타곤과 미 국무부가 연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한국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라 지칭하며 실망과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소미아가 미국의 이익에 중요하다며 "우리는 두 나라가 그들의 관계를 '정확히 제자리(exactly the right place)'로 되돌리는 일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한 나라 통치권 차원의 결정을 미국의 이익을 위해 되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관료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소미아가 단순히 한일간의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이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은 냉전시기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동북아의 두 동맹국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군사패권체제 구축을 시도해왔고 이를 위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시작으로 역사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두 나라의 '강제적 화해'를 주도해왔다.

2016년 체결된 지소미아는 미국의 그러한 노력의 '중요한 결실'이었다. 미일과 미한이 동맹으로 연결된 상황에서 한일간의 군사협력체제만 구축하면 소위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체제의 마지막 변을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에 이어 한일간의 군수협력체제만 구축하면 완벽한 트라이앵글이 만들어지는 마당에 이번 상황은 오랜 기간 미국의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사태로 여겨졌을 것이다.

한국의 안보적 이익은 미국과 달라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폼페이오의 말처럼 지소미아를 원위치 시키라는 미국의 압력은 거세질 것이다. 보수 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을 두고 한미동맹 와해의 전조라느니, 방위비 분담금 등 미국의 동맹청구서가 걷잡을 수 없이 늘 것이라느니 아우성이 들린다.

문재인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과의 안보협력이 현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이더라도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동북아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군사패권전략은 중국에 대한 견제 및 봉쇄 목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체제의 강화도 그 목적에 기여하기 위해 설정되어 있는 것이고 지소미아는 그에 필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이다.

동맹이더라도 동맹 구성국의 안보적 이해는 다를 수 있으며 동북아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안보전략은 한국의 안보전략과 다르다. 현재의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선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정책에 편승해서는 한반도의 평화도 동북아의 평화도 요원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안보적 이익은 미국과 다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미간의 대화가 필수적이고 관련해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안보 이익에 한국의 안보이익을 편입시킬 수는 없다.

동맹은 수단이지 목적 아냐

북한의 태도도 변화되어야 한다. 최근 잦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가 말한대로 "많은 나라들이 쏘는 단거리 미사일들"이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세심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최근 보이는 것처럼 한국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의 언사는 자제되어야 한다. 한미훈련과 무기 도입 등을 겨냥해 한국을 압박하려는 대응으로 보이지만 남북관계를 중심에 두고 문제를 풀려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푼다해도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되면 한반도의 평화는 또 한 발 멀어지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옳은 결정이다. 그것은 언급한대로 지소미아가 한국의 안보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옳은 결정에는 그 결정을 지키고 진전시키기 위한 쉽지 않은 과정이 수반된다. 문재인 정부는 그 결정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힘을 믿고 나아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의 주간 뉴스레터 watch M 제201호에 실린 칼럼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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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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