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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줍스'는 담배꽁초 줍는 어벤저스의 줄임말로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알리고, 봉사 활동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신개념 봉사 활동이다.
 "꽁줍스"는 담배꽁초 줍는 어벤저스의 줄임말로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알리고, 봉사 활동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신개념 봉사 활동이다.
ⓒ 꽁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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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저녁 뮤지컬 배우 A씨가 용산 해밀턴 호텔 근처에 나타났다. A씨는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에 출연해 자신의 기량을 인정 받았고, 최근에는 뮤지컬 '아이다' 출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에 바쁜데도 특별히 시간을 낸 것이다.

A씨를 반갑게 맞이한 사람들은 '꽁줍스' 멤버들이다. 이 날은 30대 청년들 여럿과 손서락 타임뱅크 코리아 대표가 자리를 함께했다. '꽁줍스' 멤버들이 격주 토요일 저녁마다 용산 해밀턴 호텔에 모이는 까닭은 '담배꽁초'를 줍기 위해서다. '꽁줍스'라는 이름도 '담배꽁초를 줍는 어벤저스'를 줄인 말로 자신들의 봉사활동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주말 저녁 이들은 왜 담배꽁초를 줍는 것일까? 이 모임의 최초 제안자인 이기영(34)씨로부터 그 사연을 들어 보았다.

이기영씨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과거 카카오TV를 통해 1인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 방송 중 시청자 공약으로 봉사 활동을 내건 것이 계기가 되어 6개월 여 전부터 이태원에 가서 쓰레기 줍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진짜 그 공약을 지키는지 궁금해서 직접 확인하려고 나온 시청자 한 분과 함께 둘이서 했다고 한다. 그동안 때로는 혼자 하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과 함께 하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홍보를 통해 모인 이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이씨 이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봉사활동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 학생 시절 봉사활동은 의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또는 학점 취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으로 별 재미도, 의미도 느끼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봉사활동을 좀 재미있게 할 수 없을까? 이왕이면 의미를 담아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그에 눈에 들어온 것이 '담배꽁초'였다. 흡연자들 입장에서 보면 담배를 피울 곳도 마땅치 않지만, 꽁초를 버릴 휴지통도 찾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길바닥 여기저기 담배꽁초를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용산 해밀턴 호텔 인근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이렇게 버려진 담배꽁초는 미관상 안좋은 것을 떠나 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바로 담배꽁초의 필터가 문제다. 필터는 목재 펄프에서 추출되는 합성 물질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만든다. 그런데 이 꽁초가 완전 분해 되는 데는 최소 18개월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

그러다보니 분해되는 동안에 필터에서 나온 플라스틱과 비소, 납, 니코틴 등이 땅과 물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결국 그 피해는 사람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이 영국 환경단체 킵 브리튼 타이디(Keep Britain Tidy, 영국을 깨끗하게)의 주장이다.

이 단체의 연구에 따르면 물 1리터당 담배꽁초 하나만 있어도 물고기에는 매우 유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흡연자들이 많은 담배꽁초들을 무분별하게 하수구에 버리는 실정이다.

그래서 '꽁줍스'는 담배꽁초 줍기 캠페인을 통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한다.
  
'꽁줍스'에서 담배꽁초를 줍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쓰레기 봉투에 가득 찰 정도로 담배꽁초 무단 투기 문제는 심각하다.
 "꽁줍스"에서 담배꽁초를 줍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쓰레기 봉투에 가득 찰 정도로 담배꽁초 무단 투기 문제는 심각하다.
ⓒ "꽁줍스"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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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의 봉사 활동은 단순히 담배꽁초를 줍는 봉사 활동으로 그치지 않는다. '꽁줍스' 만의 특별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봉사 활동하면 천편일률적으로 '봉사'라고 쓰여 있는 녹색조끼를 착용한 모습을 많이 생각한다. 또는 봉사 활동에 편리한 간편 복장을 생각한다.

이기영씨 생각은 다르다. 그는 '꽁줍스' 행사 날에는 클럽 파티에 간다는 기분으로 자신이 가장 아끼는 옷을 꺼내 한껏 차려 입는다. 그리고 심지어는 일부러 명품도 걸친다. 그가 왜 그러는지 까닭을 들어 보았다.

"청소부 아저씨가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쫙 빼입은 제가 담배 꽁초를 주우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요. 저희 활동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고, 담배꽁초를 버리려던 분들도 주춤하고 아주 효과가 좋아요. 봉사 활동도 파티처럼 재미있게, 멋지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그들은 봉사 활동 시간에도 끊임없이 수다 떨고, 흥얼거리고, 때로는 춤추며 그렇게 즐겁게 꽁초를 줍는다.
  
'꽁줍스'는 뮤지컬 배우, 장애인, 초등 교사 등 다양한 직업, 성별, 나이의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담배꽁초를 주우며 관계를 맺는다.
 "꽁줍스"는 뮤지컬 배우, 장애인, 초등 교사 등 다양한 직업, 성별, 나이의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담배꽁초를 주우며 관계를 맺는다.
ⓒ "꽁줍스"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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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진행하는 교육부 멘토링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인연이 되어 '꽁줍스' 활동에 참여하게 된 타임뱅크 코리아 손서락 대표는 그들의 이런 봉사 문화에 대해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소감문의 일부이다.

"저녁 8시에 모이기로 해서 8시부터 쓰레기 줍기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모이면서 서로 수다 떨고 대화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4-50분을 보내고 일어서 일을 시작하는 줄 알았더니 웬걸 저녁을 먹잔다. 헐! 저녁 먹으며 또 수다.
그렇게 두 시간을 대화로 시간을 보낸 후 본격적인 쓰레기 줍기 시작. 그런데 웬걸 거리에 흘러나오는 소리에 율동이 절로 흘러나온다. 쓰레기 줍기가 춤인 양 즐겁게 즐기는 것 같다. 난 무게 잡고 옆도 안보고 줍기만 하는데.ㅠㅠ"


하지만 손 대표는 이내 이들의 모습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들은 봉사를 통해서 사회에 단지 기여한다는 의무감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봉사 속에서 주는 관계의 즐거움이 더 커서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는 것이고, 봉사 활동을 통해 뿌듯함과 자신감을 오히려 얻어간다는 점이다.

손 대표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이 활동하는 타임뱅크가 30대들에게 더 다양한 관계의 망을 만드는 도구로 보일 수 있겠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타임뱅크는 '모두의 1시간은 평등하다'라는 정신으로, 각자의 재능을 교환함으로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회운동이다. 손 대표와 이기영씨는 '꽁줍스' 활동을 타임뱅크와 연계해 이들이 담배꽁초 줍는 봉사 활동을 통해 시간 화폐를 획득하고, 이 시간 화폐를 자신이 필요한 일로 바꾸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꽁줍스'의 특별한 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그동안 봉사의 대상으로만, 수혜자로만 여겨지던 장애인의 적극적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타임뱅크의 중요한 정신이기도 하다.

실제로 홍제동의 발달장애인 카페 프렌즈에서 온 요셉은 시작도 전에 혼자 담배꽁초를 줍기 시작해서, 비록 후반부에는 스피드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비장애인 누구보다도 '꽁줍스'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서로가 같은 일을 하는 친구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꽁줍스'가 추구하는 또 다른 목표이다.

인터뷰 말미 이기영씨는 몇 가지 바람을 나타냈다. 담배꽁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흡연자들이 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의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흡연 장소에 쓰레기통 설치를 요구할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봉사 활동이 '꽁줍스'처럼 즐겁게, 재미있게 참여 할 수 있는 자발적 활동으로 전환되기를 바랐다.

'꽁줍스'는 이런 바람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9월 21일에는 '꽁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꽁줍스' 활동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들이 나서 재능기부 형태의 콘서트를 열어서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날 계획을 밝혔다.

9월 7일(토) 저녁 용산 해밀턴 호텔 인근에 가면 흥겹게 담배꽁초를 주우며, 새로운인간 관계를 쌓아가는 '꽁줍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꽁줍스'를 알리는 웹자보. '꽁줍스'는 격주 토요일 저녁 8시 용산 해밀턴 호텔 인근에서 활동한다. 참여 문의는 인스타그램 '꽁줍스'
 "꽁줍스"를 알리는 웹자보. "꽁줍스"는 격주 토요일 저녁 8시 용산 해밀턴 호텔 인근에서 활동한다. 참여 문의는 인스타그램 "꽁줍스"
ⓒ 꽁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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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태그:#담배꽁초, #꽁줍스, #타임뱅크, #이기영, #손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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