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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과 관련 세 차례 논평을 기고합니다.[편집자말]
지난 논평 (관련 기사: 오늘도 학벌사회는 건재하다) 에서 이 사안의 핵심이 학벌주의임을 밝혔다. 이번 논평에서는 사안 전개 과정에서 불거졌던 주요 사례를 조명하면서 학벌주의, 그리고 이에 기반한 사회적 불신의 배경에 대해 살피고자 한다.

'최악의 서울대인' 투표 보도... '학벌주의'에 기반한 행태
 
조국 사퇴 촉구 서울대 2차 촛불집회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대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2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국 사퇴 촉구 서울대 2차 촛불집회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대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2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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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 논란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점에서부터 학벌주의에 기반한 보도 행태가 눈에 띈다. 조국 후보자가 서울대학교 교수직을 유지한 채 공직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언론들은 학생 피해와 학생사회 내 비판여론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더불어 '최악의 서울대 동문'을 뽑는 투표에서 조국 후보자가 1위를 했다고 집중 보도했다. 이런 식의 비판은 일찍이 2017년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던 때에도 나타난 적이 있다. 다름 아닌 조국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비판할 때 쓰였던 것이다. 2년 만에 비판의 주체와 대상이 바뀐 셈인데, 바뀌지 않은 것은 학벌주의에 기반하여 '서울대 학생'들의 판단에 각별한 지위와 위상을 부여하려는 태도다.

과연 '서울대 재학생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동문 투표'에 무슨 공익적 가치가 있는가? 서울대 학생들에게 대학생 평균에 비해 수준 높은 시민의식, 보다 전문적인 정치적 견해가 있는 것처럼 전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벌주의를 가정하지 않으면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힘들다.
  
'같은 질문 하느라 고생하신다'며 법정 향하는 우병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방조' 2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 추명호 전 국장이 구속됐는데, 비선보고 받은 혐의는 인정하십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에이. 뭐 같은 말, 질문 하느라 고생하시네”라고 답변한 뒤 재판정으로 향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7년 11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방조" 2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 추명호 전 국장이 구속됐는데, 비선보고 받은 혐의는 인정하십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에이. 뭐 같은 말, 질문 하느라 고생하시네”라고 답변한 뒤 재판정으로 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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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서울대 재학생은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집단도 아니며, 좁게는 대학생을 대표할 수 있는 집단도 아니다. 오히려 수적으로나 계층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과거라면 '학생운동'이라는 연결고리, '대학생이기에 공유할 수 있는 울분' 이라도 있었겠지만, 2019년 현재 서울대와 비서울대의 경험, 환경, 전망, 이에 기반한 정치의식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요컨대, '서울대 최악의 동문 투표'는 대학 내에서 가십거리로나 다룰 사안이다. 그간 조국 후보자, 주류 언론, 조국 반대자 모두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학벌주의에서 못된 권위를 부여받은 설문을 이용했을 뿐이며, 애초 이 설문에는 정치적 공방의 재료가 될만한 그 어떤 전문성과 대표성도 존재한 적이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연구윤리 붕괴로 인한 사회적 불신



조국 법무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논란의 핵심은 논문 저자 표기에 관한 것이다. 어떤 문제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려면 부지런한 취재와 성실한 검증이 바탕이 되어야 할 텐데 어거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의 사회적 권위에 힘입어 자녀가 논문 저자로 표기된 것인지, 해당 논문이 자녀 입학에 영향을 주었는지, 아니면 특목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인지 등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기에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토록 쉽게 불신이 번지고, 반감이 퍼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 내에서 연구윤리가 심각하게 무너진 탓이다. 우리는 최근까지 논문 대필, 논문 표절, 가짜 논문 등 연구 부정행위를 끊임없이 목격하고 있다.

8월 25일 한국연구재단이 발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2015년 부실 추정 학술지 405종에 실린 논문의 5%가 한국 논문이었으며 2위를 한 국가는 2% 미만으로 한국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2018년 8월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실적 쌓기를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가짜학회' 문제를 보도했다. 가짜 학회는 수많은 대학 교수들의 참여 속에 '가짜 학문' 제조 공장 노릇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가짜학회에 투고된 논문 수와 연루 저자수에서 서울대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였고 연세대와 고려대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세 대학은 한국 학문을 선도하기는커녕 학문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데 앞장서 온 것이다.

그밖에 연구부정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12월 교육부 감사에서 충북대 교수 11명이 연구년 동안 독자 연구를 하지 않고 지도 대학원생의 학위논문을 요약 발표한 사례가 드러났다. 2019년 7월에는 전북대 교수가 자신의 논문 5건에 자녀 2명을 공저자로 등재하고 이를 전북대 입학에 악용했다가 들켜서 입학이 취소된 적도 있다.

광주 교육대학교 연구 윤리위원회에서는 특정 교수가 자신이 지도 중인 대학원생 논문을 가로챈 것이 명백하여 '연구부정행위'로 판단한 바 있는데, 이 교수는 징계를 받기는커녕 광주교대 총장에 임명되었다. 2019년 8월,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 사건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교육부는 아무런 시정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학벌주의가 뿌리 깊은 곳에서 대학은 학문 공간이 아니라, 학위를 거래하는 시장이나 사적 권력이 촘촘하게 짜인 조폭 조직으로 타락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은 교수 특권이 최우선인 공간이며, 교수들은 이 특권 속에서 연구에 몰두하기보다 연구 윤리를 무너뜨린다. 이러한 행태가 학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알맹이가 있는 연구와 껍데기 연구를 가려낼 최소한의 의지조차 잃어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조국 후보자 관련 사안의 핵심은 다시 한번 학벌주의다. 이를 넘어서려면 건강한 시민사회의 담론과 운동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흐름,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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