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럽에서 손꼽히는 라이벌전다웠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독일 원정길에서 후반에만 4골을 몰아치며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네덜란드는 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독일 함부르크 볼프스파크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 2020' 예선 C조 5차전에서 독일을 4-2로 제압했다.

이로써 승점 3을 챙긴 네덜란드는 2승 1패(승점 6)으로 한 경기를 더 치른 북아일랜드(4승 무패‧승점 12)와 독일(3승 1패‧승점 9)와의 격차를 줄이며 C조 3위에 위치하게 됐다.

스리백 네덜란드, 독일 카운터 어택에 선제골 헌납

역시 빅 매치였다. 무려 6골이 나온 난타전이었다. 독일은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세르쥬 그나브리가 최전방에 섰고, 마르코 로이스와 티모 베르너가 좌우에 포진했다. 미드필드진은 니코 슐츠, 토니 크로스, 요슈아 키미히, 루카스 클로스터만으로 구성됐다. 스리백은 요나단 타-니클라스 쥘레-마티아스 귄터, 골문은 마누엘 노이어가 지켰다.

이에 맞서는 네덜란드도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3-5-2 포메이션에서 멤피스 데파이와 라이언 바벨이 투톱을 이뤘고, 중원은 조르지뇨 바이날둠-마르텐 데 룬의 뒤를 프렝키 데 용이 받치는 형태였다. 좌우 윙백은 퀸시 프로메스, 덴젤 둠프리스가 포진했고, 스리백은 데일리 블린트-버질 반 다이크-마티아스 데 리흐트, 골키퍼 장갑은 야스퍼 실레센이 꼈다.

경기는 원정팀 네덜란드가 높은 볼 점유율을 확보하며 주도해 나갔다. 이날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평소와 다르게 공 소유 시간을 늘리는 점유율 축구 대신 수비의 안정화와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독일은 전반 9분 만에 소득을 얻었다. 킴미히가 정확한 침투 패스를 넣어줬고,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든 클로스터만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혔지만 그나브리가 마무리지었다.

이후 네덜란드는 빌드업에 능한 데 용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독일 진영에서 답답한 공격 전술로 인해 이렇다 할 찬스를 창출하지 못했다. 독일은 줄곧 5명의 수비 라인을 구축하면서 베르너, 로이스를 중심으로 하는 빠른 카운터 어택에 치중했다.

쿠만 감독, 변화무쌍한 용병술로 전세 역전

네덜란드의 로날드 쿠만 감독은 후반 13분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데 룬, 둠프리스르 빼고  다비 프뢰퍼, 돈옐 말렌을 투입했다. 데 룬의 자리에는 프뢰퍼가 대신했고, 공격수 말렌이 데파이와 투톱을 이뤘다. 이에 바벨이 왼쪽 윙백, 프로메스가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했다.

용병술은 불과 1분 만에 적중했다. 왼쪽으로 이동한 바벨이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데 용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어 네덜란드는 후반 21분 세트 피스의 우위를 점하며 타의 자책골을 이끌어냈다. 후반 28분 페널티 박스에서 데 리흐트가 핸드볼 파울을 범하면서 토니 크로스의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기동력과 역동성에서 앞선 네덜란드는 전방 압박으로 독일을 위협했다. 그리고 후반 34분 독일 진영에서 공을 가로채며 데파이, 바이날둠을 거친 패스는 말렌에게 연결돼 득점으로 이어졌다. 말렌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쿠만 감독은 세 번째 교체 카드로 나단 아케를 꺼내들었다. 전문 윙백이 아닌 바벨을 불러들였다. 아케는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로 포진했고, 블린트가 왼쪽 윙백으로 이동했다. 변화 무쌍한 쿠만 감독의 전술 시도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선수들은 흔들림 없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네덜란드 특유의 역동적이고 빠른 카운터 어택이 빛났다. 데파이의 감각적인 왼발 패스를 빠르게 침투하던 바이날둠이 밀어넣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10월 네이션스리그에서 빠른 속공과 역습으로 독일을 3-0으로 잠재운 바 있다. 이후 올해 3월 열린 유로 2020 예선 리턴 매치에서 독일에 2-3으로 덜미를 잡혔지만 6개월 뒤 독일 적지에서 패배를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비상하는 네덜란드, 월드컵 이후 추락하는 독일

네덜란드는 유로 2016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쿠만 감독 체제 이후 비상하고 있다. 과거처럼 공격진에 특급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쿠만 감독이 다져놓은 조직력과 다양한 전술로 뚜렷한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후방에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 반 다이크가 중심을 잡고, 허리에서는 데 용이 공수 연결 고리를 맡는다. 좌우에는 바이날둠, 데 룬 등 기동력이 뛰어난 동료들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어느 팀과 맞서도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에 반해 바벨, 데파이, 베르바인 등이 이끄는 공격진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속도와 활동량으로 약점을 상쇄한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네이션스리그에서 프랑스, 독일과 한 조에 속해 1위로 통과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4강에서 잉글랜드마저 격파한 네덜란드는 결승전에서 포르투갈에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라이벌 독일과는 1년 사이에 무려 네 차례 격돌했는데, 네이션스리그에서 1승 1무, 유로 2020 예선에서는 1승 1패로 주고받으며 도합 2승 1무 1패로 우위를 점했다. 이젠 네덜란드가 독일을 완전히 앞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독일은 점점 내리막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독일의 선수층은 두텁고 화려하다. 그러나 독일은 지난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치욕을 맛봤다. 그리고 네이션스리그에서는 프랑스, 네덜란드를 맞아 2무 2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뢰브 감독은 네이션스리그 실패 이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감행했다. 노장 토마스 뮐러, 마츠 훔멜스, 제롬 보아텡을 제외했다. 르로이 사네, 나브리, 클로스터만, 슐츠, 타, 하버츠 등 젊은피를 수혈했다. 독일은 올해 열린 A매치 4경기에서 3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와의 유로 2020 예선전 3-2 승리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열린 네덜란드와의 리턴 매치에서 완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

뢰브 감독은 이날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전술을 들고 나오며 네덜란드에 맞서고자 했다. 그러나 비슷한 유형과 동선이 겹치는 베르너, 로이스를 동시에 기용한 것은 패착이었다. 중원이 강한 네덜란드를 상대로 투 볼란치 크로스-킴미히 라인으로 대응한 전략도 아쉬움이 남았다. 긴터-쥘레-타로 구성된 스리백은 이날 네덜란드전에서 완전히 붕괴됐다.

뢰브 감독은 13년째 독일 대표팀을 맡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을 우승으로 견인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 월드컵부터 줄곧 실패를 겪고 있다. 뢰브의 장기 집권 체제가 서서히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과연 뢰브 감독이 무너진 전차군단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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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독일 유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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