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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임명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지면서,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상승했다. 9월 7일 조국 청문회를 다룬 MBN의 '강적들'은 3년여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시사 토론프로그램에서 정치 이슈에 의견을 내며 전문가로서  정보를 제공하는 출연자들의 성별과 나이대는 어떠할까? 서울YWCA는 지상파·종편(종합편성채널)·케이블 방송의 25개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 분석을 진행했다. 모니터링은 7월 8일부터 28일까지의 방송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여성 24%, 남성 76%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약 3배 많아 

분석 결과, 25개의 시사·토론 프로그램 속 출연자(진행자, 패널, 리포터, 전문가 인터뷰이만 포함) 성비는 여성 24%(76명), 남성 76%(240명)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약 3배 많았다. KBS1 <생방송 심야토론>의 경우 모니터링 기간에 방영된 회차의 출연자 총 11명 중 오직 1명만이 여성이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또한 16명 중 단 1명만이 여성이었다. 심지어 MBN <판도라>의 경우 7명 중 여성 출연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시사·토론프로그램을 남성이 이끈다는 것은 공적/정치적인 영역은 남성의 몫이며 사적/비정치적인 영역은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을 공고히 한다.

50대 남성이 전체 출연진의 1/3을 차지... 과대 대표 심각 

출연자의 성별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50대 남성이 전체 출연진의 1/3을 차지하였다. '50대 남성'이라는 특정 성별과 연령대가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과대 대표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은 30대까지는 비슷한 수로 등장했지만 40대가 넘어가면서 급격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40대에는 남성이 2배 더 등장했으며, 50대에서 들어서면 여성은 13명, 남성 101명으로 무려 7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러한 격차는 점점 더 심해져 60대 이상의 남성이 42명 등장할 때(전체 중 13.3%) 60대 이상 여성은 단 한명도 등장하지 못했다.이처럼 정치가 과도하게 남성 중장년 중심으로 이뤄질 때, 청년세대와 노년여성은 정치 담론 형성의 장에서 배제된다.
전체 출연자 성별 연령대
 전체 출연자 성별 연령대
ⓒ 서울Y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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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 기간동안 비평가 평론가로 등장한 여성 0명

직업군별 성비가 가장 두드러진 직업군은 비평가/평론가와 공무원이었다. 남성은 각각 9명씩 등장했지만 여성은 단 한명도 등장하지 못했다. 또한 국회의원의 경우 약 7배, 교수는 3배, 법조인은 6배 남성이 더 많이 등장했다. 이것이 실제 특정 직업군의 성비 불균형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 여성 법조인이 전체 법조인 중 26.1%를 차지함에도, 시사·토론프로그램 속에서는 13%(38명중 5명)를 차지했다는 점은 실제 직업군의 성비와 관계없이 시사·토론프로그램에서 남성이 과대 대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시사·토론프로그램 속 성비 재현이 남성중심으로 이뤄질 때 지식, 정보, 공적인 것의 주관자는 '남성'이 된다. 남성이 과대 대표되었을 때 남성의 시각이 시사를 다루는 보편이 되기 쉬우며, 남성중심적 주장과 의견이 대표성을 지닌 보편적 의견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늘밤 김제동>과 <보도본부 핫라인>의 보도 방식 차이에 주목  

한편, 보도 내용의 측면에서 성평등적 내용은 7건, 성차별적 내용은 9건이 발견되었다. 특히 베트남 이주 여성 폭행 사건에 대한 KBS1 <오늘밤 김제동>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 다룬 방식의 차이는 성평등한 보도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KBS1 오늘밤 김제동, 7월 8일 방송화면
 KBS1 오늘밤 김제동, 7월 8일 방송화면
ⓒ K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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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오늘밤 김제동>에서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힘든 현실과 가정폭력을 당해도 신고하기 어려운 점에 주목했다. 또한 이주여성인 아내가 공개한 폭력 당시의 영상을 최소한으로 사용했으며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요구되는지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이주 여성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을 다룰 때 언론사가 단순히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것 이상의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7월 8일 방송화면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7월 8일 방송화면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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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는 같은 사건을 두고 폭행 장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그쳤다. 아이가 울거나 아내에게 발길질하는 남편의 모습의 영상을 지속해서 반복적으로 자료화면으로 사용했고, 사건 관련자들의 과거 행적을 불필요하게 자세히 보도했다. 이처럼 같은 사건을 다루더라도, 언론의 문제의 원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에 따라, 보도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지식 영역이 남성 중심적으로 재편되.. 성비불균형 해소 시급 

정치·사회 담론을 구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성비 불균형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던 문제이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자가 등장하는 시사·토론프로그램에 남성들이 과대 등장할 때 한국 사회의 지식 영역이 남성 중심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시사·토론프로그램에서 성범죄 보도를 다루는 방식이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라보는 담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사·토론프로그램에서의 젠더 묘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태그:#시사프로그램,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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