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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월 2일 오전 경남 김해시 관동동 관동초등학교를 찾아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을 참관 중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월 2일 오전 경남 김해시 관동동 관동초등학교를 찾아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을 참관 중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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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수십억을 들여 '초등학생용 VR 디지털교과서' 콘텐츠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지만, 정작 삼성과 Sony 등 VR 헤드셋 장비 제조업체들은 건강 및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어린이 사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할 교육부가 앞장 서서 어린이의 안전을 저해하는 모순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함께 만든 3~6학년용 사회, 과학 VR 디지털교과서 콘텐츠 34개를 전국 초등학교에 보급했다. 이것을 VR 장비를 써서 교과서 활용하듯이 수업에 쓰라는 것이다.

유은혜 장관 옆에서 VR 헤드셋 낀 초등학생들
  
교육부가 만든 <초3·4 디지털교과서 실감형 콘텐츠 활용안내>란 책자를 보면, VR(Virtual Reality)은 "가상의 공간에서 입체적 경험을 하도록 스마트폰과 HMD(헤드셋 등의 장비) 장비를 결합해 체험할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 유형"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지난 5월 2일 디지털교과서 정책연구학교인 경남 김해 관동초를 방문해 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다. 유 장관 옆에서 밝게 웃는 초등학생들은 머리에 VR 헤드셋을 끼었다. 교육부가 만든 VR 디지털교과서를 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VR 헤드셋이 초등학생들에게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 '기어 VR' 사용설명서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와 있다.
 
삼성 '기어 VR' <사용설명서>에 나온 내용.
 삼성 "기어 VR" <사용설명서>에 나온 내용.
ⓒ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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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용자(4000명 중 1명)는 심한 현기증, 발작, 뇌전증 발작을 경험하거나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중략)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는 시력발달에 중요한 시기에 있으므로 '기어 VR'을 사용하지 마세요."
 
국제 과학전문지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VR 헤드셋에 대해 Sony는 '12세 이상 사용', HTC는 '어린이 사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카드보드(Cardboard)라는 VR 기기를 보급해온 구글은 "어린이는 보호자의 지도 없이 Cardboard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 매체는 2016년 10월 3일자 영문 기사 '가상현실 헤드셋은 어린이에게 안전한가?'(https://www.livescience.com/56346-are-virtual-reality-headsets-safe-for-kids.html)에서 "쥐에 대한 2014년 연구에서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원들은 공간 학습과 관련된 뇌 영역 뉴런의 절반 이상이 VR에서 종료되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매우 가벼운 어린 시절 뇌는 관련 장치에 장기간 노출되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한 연구원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 "만 13세 미만 어린이는 사용하지 마세요"
Sony "12세 이상 사용"
HTC "어린이 사용 금지"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VR 콘텐츠 제작에 수십억의 예산을 쓰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만 12억 원이 들었다. 2017년 이후 올해까지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를 만드는 데 총 157억6900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중 얼마나 VR 콘텐츠 제작에 들어갔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에듀넷 디지털교과서 사이트에서 초등 교사들에게 초등학생용 VR 헤드셋 활용 방법을 동영상으로 찍어 안내하고 있다. 학교에 보낸 <디지털교과서 활용 안내> 책자도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VR 제조업체들도 자발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초등학생 사용금지' 방침을 교육부가 깨고 있는 셈이다.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유 장관의 여러 차례 발언이 무색하게 됐다.
 
교육부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함께 만든 '초등학생용 실감형 디지털교과서 사용 안내' 동영상 화면 갈무리.
 교육부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함께 만든 "초등학생용 실감형 디지털교과서 사용 안내" 동영상 화면 갈무리.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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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디지털교과서 감수를 벌인 한 교육전문가는 "VR 기기를 팔아 돈을 버는 업체들도 13세 이하 사용금지 등 자체 규정이 있는데 교육부가 VR 헤드셋 사용을 어린이에게 권장하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학생의 안전을 위해서 교육부는 VR 자료 제작과 보급을 멈추고, 위험성에 대한 연구부터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우리나라엔 VR 기기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디지털교과서 실무책임자는 "VR 기기 착용 상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초등학교에 스마트패드를 중점 보급하고, 일부 초등학교의 VR (기구) 적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필요한 안전상의 조치를 시도교육청과 함께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디지털교과서, #VR 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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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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