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처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가치관을 충돌시키고, 이로 인해 현재의 교착상태를 벗어나 출구를 찾는 것이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미래를 맞이한다면 우리는 매번 속도를 최고로 높여 똑같은 벽을 향해 달려드는 '충돌시험용 마네킹'과 같은 존재로 역사를 반복할 것이다."(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사회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걸까. 빠르게 변모하는 세태를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지는 않을까.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안에서 해결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 관객들을 찾는다. 바로 연극 <렛 뎀 잇 머니>다.
18일 오전 서울 LG아트센터 VIP 라운지에서 연극 <렛 뎀 잇 머니> 기자간담회가 진행됐으며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이 참석했다.
▲ <렛 뎀 잇 머니>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 ⓒ LG아트센터
<렛 뎀 잇 머니>는 유럽을 대표하는 연극 제작 극장 '도이체스 테아터'가 5년 만에 내한해 펼치는 작품이다. 도이체스 테아터는 136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저명한 예술가들을 배출한 명문 극장이다. 매년 레퍼토리 작품 50편, 신작 30편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4년 내한해 데아 로어가 극본을 쓴 <도둑들>를 선보이기도 했다.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2011)과 유럽영화상 다큐멘터리상(2001)등을 수상한 영화감독이다.
"수많은 이야기가 특별한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해, 긴 연구 단계를 거쳤다. 노동,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앞으로 수십 년 간 펼쳐질 시나리오를 고민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직업을 가질까, 기본 소득이 존재할 수 있을까, 홍수 등 날씨 문제는 어떨까, 나라간의 발전은 어떻게 이뤄질까? 더 관계를 맺게 될까 아니면 더 단절될까 등에 대해서다. 아니면 국가 자체가 해체되지 않을까, 국가보다 개인의 형태로 이뤄질까, 경제 특구 형성은 어떻게 변할까 등에서도 말이다."
<렛 뎀 잇 머니>는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 등이 일반 시민들과 리서치와 토론을 통해 '참여형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 독일에서 2018년 9월 초연됐다.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홈볼트 포럼이 "우리를 굴복시킬 다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위치 퓨처>라는 연구 및 연극 제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됐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2년 동안의 연구조사와 심포지엄을 통해 미래에 대한 예측과 계획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면서 향후 10년 우리의 미래를 그려냈다. 유로존 붕괴, 난민 대이동, AI에 의해 대체되는 노동력, 데이터의 통제와 감시, 민주주의의 위기 등 유럽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사건을 나열했다.
"미래 영향에 대해 워크숍이 진행됐는데, 한 참여자가 식량에 관한 이야기로 관심을 받지 못하자 언짢아 했다. 경제, 돈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가 '렛 뎀 잇 머니'라고 소리쳤는데,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의미였다. 제목으로 잘 맞는 거 같아 올리게 됐다.
작품을 통해 진행된 질문은 의외로 다양했다. 독일은 기후 변화가 제일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너무 건조해서, 수확물에 피해가 막대했다. 숲도 점점 죽어가고, 산림에 평소의 10배가 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러한 이슈 등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작품으로 다루기엔 민감한 소재고, 또 난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인 만큼 어렵지 않게 다가가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 <렛 뎀 잇 머니>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 ⓒ LG아트센터
"복잡한 문제지만, 예술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우리는 예술가이지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 예술 분야에서 다각도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연출가가 바라본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그의 고민은 작품에 고스란히 담긴다.
"지식의 양도 늘어나고, 과학적으로 큰 성장이 있지 않을까. 국가의 개념이 와해되고, 무자비하고 이기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인권이 약해져,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찾게 되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도 생기지 않을까. 이 같은 과정이 작품에 담겼다. 지금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태에 대해,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행하고, 또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위기는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도 앞으로 일어날 사태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 미래 모습을 타진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원동력 삼아서 질문을 던지고,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다."
공연에는 새하얀 소금이 촘촘히 깔린 무대에서 펼쳐진다. 2028년을 배경으로, 유럽 사상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이유를 조사한다. 유럽 경제가 붕괴되는 상황에서 정치가, 자본가, 권력자들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앞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렛 뎀 잇 머니>에는 정치가들도 참여했다. 작품을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토론 등을 진행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답을 구하는 것이다. 각각 분리된 세계를 연결하고자 한다. 예술과 정치, 사회와 예술 등, 예술로서 즐거움만 전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세계를 맞닿게 하고,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매개체가 되길 바랐다."
<렛 뎀 잇 머니>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책임자들을 납치해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던지고, 추궁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책임을 전가하는 반대 편에 서는가 하면, 같은 의견을 내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또한, 와이어에 매달린 철판이 바닥과 천장을 오가고, 인물들의 설전과 라이브 방송이 진행된다. 배우들은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참고 자료가 많았지만, 우리만의 여정을 떠나고자 했다. 참여자들과 전문가들이 던진 질문이 시작 지점이었다. 관객들에게 부담을 전하고 싶진 않았고, 질문을 하다보면 우연한 길을 만나지 않을까 싶었다. 약 250명이 참가했는데, 그 안에서 선별 과정을 통해 중요한 문제를 뽑았다. 많은 것들을 버렸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작품이 13시간 가량 진행됐을 것이다."
<렛 뎀 잇 머니>는 오는 20일, 21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