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서남쪽으로 65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TUV PROVINCE, SERGELEN SOUM,1-R BAG) 게르 이동 주택을 찾았습니다. 게르 안에는 침대와 남녀 생활용품이 양쪽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정면 왼쪽에는 남자들이 말을 다루는 데 쓰는 마구 여러 가지가 걸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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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게르 이동 주택에서 천장에서 발견한 말 땀 긁개입니다. 대나무나 나무로 만들어서 사용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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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는 안장을 중심으로 가죽으로 만든 고삐나 여러 가지 끈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게르 천장 보에는 우리나라 빨래방망이와 비슷한 것이 꽂혀 있었습니다. 궁금하여 가족에게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 물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말 땀을 닦아내는 땀 긁개였습니다. 몽골은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물이 귀합니다. 그리고 게르 이동 주택이나 목축을 위해서 이동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가까이에 늘 물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말이 낮에 사람을 태우고 다니면 땀을 많이 흘립니다. 물이 많으면 샤워라도 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말 주인은 말 땀 긁개를 준비해 두었다가 말 몸에 흘린 땀을 긁어서 닦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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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안장입니다. 판자를 잇대어 만든 몽고 말 안장(사진 왼쪽 )과 가죽 안장(오른쪽)입니다. 말 크기나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나 사람이 타는 데는 비슷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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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몸은 가죽과 털과 덮여있습니다.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방치하면 말 가죽이나 털에 병이 생깁니다. 그리고 말 가죽에 날파리나 등에(虻·蝱)를 비롯한 곤충이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기도 합니다. 말 몸에 피부병이 생기면 말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 땀 긁개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말 주인에 따라서 자신이 타고 다니는 말을 정해놓고 그 말만 이용합니다. 말 긁개 역시 정해놓은 것을 특정 말에만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말이 나이를 먹어서 더 이상 긁개를 이용할 수 없거나 사별을 할 경우 말 땀 긁개 역시 다시 다른 말에 사용하지 않고 오보에 제물로 올려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 크기나 돌보는 방식은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오래 전부터 말을 이용해 온 사람들이 말을 위하고, 말을 돌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승마용 말과 달리 몽골 말은 말발굽을 붙이지 않습니다. 몽골 초원은 맨 땅에 풀밭이 넓기 때문입니다. 말발톱이 자연스럽게 자라서 초원을 달리면서 닳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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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난 말발굽입니다. 말을 타기 전후로 발 발굽 사이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고 물로 씻은 뒤 기름칠을 해두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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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말 발굽을 붙인다고 해도 늘 완전하지 않습니다. 말 발굽은 사람들이 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붙입니다. 특히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 도로나 돌길에서 말발톱은 금방 닳아버려 말 발톱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쇠로 말발굽을 만들어서 말 발바닥에 붙여놓습니다. 말들은 제각기 발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쇠를 불에 달궈서 두드러 말 발바닥에 맞춰서 붙여놓습니다. 말발굽을 어렵게 붙여놓아도 말 발톱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헐거워지거나 콘크리트 바닥 마굿간 바닥에서 부딪혀 못쓰게 됩니다. 말에 따라서 다르지만 두세 달에 한번씩 바꿔서 달아야 합니다.
몽골에서는 말 안장 역시 나무로 만든 것을 이용합니다. 오래 전부터 이용해 온 것으로 몽골 말에 적합하고 편해서 말 역시 크게 거부하지 않습니다. 보통 승마용 말들은 가죽 안장을 이용합니다. 어느 곳이나 안장 아래에는 팰트 깔개를 깔아서 안장과 말 가죽이 직접 부딪히지 않도록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사람들이 준비해서 말을 탄다고 해도 말 상태나 안장이 놓인 위치, 타는 사람의 자세 들에 따라서 말 등에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한국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