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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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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만 정체돼있습니다.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임원 인사절차가) 공공기관보다 못하게 됐죠. 그 사이 금융회사와 상장회사의 지배구조는 계속해서 개선됐고요."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동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지부(아래 거래소 노조) 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앞서 거래소가 민영화되면서 인사절차에 대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고, 이후 관료 출신 낙하산들이 요직을 차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거래소 내 유가증권시장본부장(유가본부장)과 파생상품시장본부장(파생본부장) 등 임원 자리는 전임자들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다. 노조는 하루 평균 18조원의 증권과 41조원의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국내 자본시장의 최고책임자 자리까지 낙하산으로 메워질 것을 우려해 최근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낙하산 반대' 목소리 나온 뒤 취소된 이사회

노조는 성명에서 "거래소 임원 인사는 오직 금피아(금융관료+마피아)만을 위한 '낙하산 품앗이'의 일부로 전락했다"며 "거래소 이사장은 금융회사와 상장기업 수준으로 임원 추천절차와 기준을 정비한 이후,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장본부장을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 뒤 거래소는 당초 20일로 예정돼있던 정기이사회 일정을 취소했다. 금융권에서는 거래소 임원 자리가 현재 공석이므로 이번 정기이사회 때 임원 선임을 논의하기 위한 주총을 소집하는 안건이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거래소 상임이사인 유가본부장과 파생본부장은 이사장이 추천하고,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된다.

거래소 쪽은 "올릴 안건이 없어 이사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는 밝혔다. 거래소의 경우 이사장이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는데, 이사회 소집 권한도 그에게 있다.

노조는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깜깜이' 임원 인사절차를 개선하라고 지적해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데 이 법은 지난 20년 동안 (거래소 임원 선임과 관련해) 개선되지 않았다"며 "노조가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 사측은 자본시장법을 따랐다고만 한다"고 했다.  

자본시장법이 방치된 배경

이어 "그런데 자본시장법 개정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거래소 임원으로) 금융위 출신 낙하산이 오기 때문에 (개정되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거래소 이사장과, 감사, 시장감시위원장 등의 선임절차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파생본부장과 같은 상임이사 인사는 사실상 이사장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 노조 쪽 설명이다. 거래소 주주 90% 이상이 의결권을 거래소에 백지위임하기 때문에 임원 선임의 마지막 관문인 주총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또 사측에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법령을) 왜 안 지키느냐 비판하면 '거래소는 금융회사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상장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거래소는 상장사가 아니다'라고만 답했다"고 말했다.

금융사는 별도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임원후보를 선별해야 하고, 상장사는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지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규제 받고 있는데 거래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국, 금융버블 조장... 거래소는 부화뇌동"

이처럼 허술한 틈새로 거래소에 자리잡은 낙하산들이 '금융산업 육성'에 매몰된 관료들의 눈치를 보는 동안 시장감시가 소홀해져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이 위원장의 말이다.

"행시 출신들이 와서 거래소를 장악하니 시장정책이 정부만 따라가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투자자 보호가 도외시되는 것이고요. 금융위가 어떻습니까. '500만 개미 털어먹자, 대형 IB(투자은행) 육성하자'고 하잖아요. (그런 분위기에서) 은행들이 단기성과주의에 빠져 DLF(파생결합펀드) 같은 것을 팔다 사건이 터졌죠.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고, 거래소가 부화뇌동하고 있죠. '바담 풍'하면 '바람 풍' 해야 하는데..."

이어 그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계속 이야기한 점이 코스닥시장 활성화"라며 "금융당국이 지난 2년 동안 공매도, 상장폐지 (활성화)로 버블을 조장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금융위가 코스닥 붐을 일으켜보자 하더라도 거래소에선 과열을 경고해야 하는데, (거래소 임원들이) 관료 출신이다 보니 (견제가 어렵다)"고 했다.

노조는 지금이라도 거래소가 금융회사 수준으로 임원 선임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거래소는 은행보다 파급력이 큰 공익성을 띠고 있는 조직인데, 은행보다 못한 절차로 운영되고 있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만큼이라도 지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이사장이 (파생본부장 등을) 추천한다고 해서 바로 선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종적으로 주총에서 선임된다,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어느 정도 운영을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들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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