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품인데, 어쩜 이렇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을까요. 한두 장면, 한두 대사가 아니에요. 정말 많은 부분이 공감돼요."
 

배우 예수정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연극 <앙상블> 프레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앙상블>은 가족 구성원이 지적 장애를 겪고 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애증의 양상을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장애를 바라보는 가족과 사회의 시선, 그리고 희생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전막 공연에 이어 원작 작가 파비오 마라, 심재찬 연출, 번역·예술감독 임수현, 출연 배우 예수정이 자리해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 놀랐다. 서양 작품임에도 한국 정서와 너무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극 중 이자벨라의 모습은, 엄마를 보는 것 같아 또 놀랐다. 작가가 30대 남자인데 어떻게 여성 심리, 엄마의 애환, 동양의 정서를 표현했을까. 양극화가 만연해진 우리 사회에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자는 공존의 의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다."(심재찬 연출)
 
심 연출은 작품에 대한 생각에 이어, 작품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한 설명을 이었다. 엄마와 딸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비춰질 인물들의 성격 때문이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엄마와 딸의 관계다. 딸 산드라가 오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 아니라, 정말 가족으로서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가 비인간적이게 그려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산드라의 입장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잘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많았다."
 
 <앙상블>

<앙상블> ⓒ 극단 산울림

 
엄마 이자벨라 역의 예수정은 "이 작품 하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만족을 드러냈다.

"미켈레를 보면 정말 햇빛 같지 않나.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 좋더라.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출연하고 싶었다. 삶을 비교하며 인물에 다가갔다. 삶 속에서도 감정을 절제하고 그러지 않나(웃음). 감정이 더 고조되면 그 마음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폭발시켜야 하는데. 인생을 돌아보면 그런 거 같다. (어떤 상황도) 수용해야지, 먹어야지, 그런 게 인생 아닌가 싶다. 정말 와 닿는 대사도 많다. '나중에!' '괜찮아!' 이런 대사가 진짜 엄마들이 많이 쓰는 표현 아닌가?(웃음)."
 
원작 작가이자, 배우 파비오 마라는 어떻게 작품을 쓰게 된 걸까. 작품 속에 드러난 가족애 뿐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시선 등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항상 경쟁하는 환경에서 살았는데, 누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또, 정상과 비정상, 어떻게 나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나타내고자 했다. '정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각 나라마다, 정서마다, 상대적이지 않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전막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웃음과 눈물을 보이며 만족감을 드러낸 파비오 마라. 한국 배우들이 올린 <앙상블>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는 프랑스 공연에서 연출 뿐 아니라 마켈레로 관객을 만났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공연된 작품이지만, 매번 놀라움을 느낀다. 한국 공연은 특히나 작품의 본질을 잘 잡은 거 같다.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인물들의 감정이 격해지고, 표현이 더해질 때는 눈물이 나고, 스펀지처럼 받아들여지더라."
 

프랑스 작품을 번역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을 터. 번역된 작품이라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이질감 없이 감정이 전해지는 데는 자연스러운 대화의 힘이 크다.
 
"<앙상블>은 생생한 구어체로 쓰인 작품이다. 끌고 가는 흡입력 또한 강해서, 원작 대본을 엄청 빨리 읽었다. 중점을 둔 곳은 이자벨라와 산드라의 대화다. 존대어로 하려고 하다가, 일상언어로 담았다. 의역도 하지 않고, 텍스트를 그대로 옮기되, 우리 언어의 호흡을 따랐다. 특히 미켈레의 언어는 알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희화화 되거나 너무 진지하게 담길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마켈레가 어떻게 말했을지 정신과 선생님께 자문을 구해 참고했다."(임수현)
 
<앙상블>은 극단 산울림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자벨라 역은 예수정, 미켈레 역은 유승락, 산드라 역은 배보람, 클로디아 역은 한은주가 맡는다. 오는 10월 20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앙상블> 포스터

<앙상블> 포스터 ⓒ 극단 산울림

연극 앙상블 극단 산울림 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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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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