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너와 매일 밤하늘을 보고 싶어.
이렇게 반짝이는 별을 보며, 함께 잠들고 싶어.
그날 있었던 시덥지 않은 일상들,
그저 그런 보통의 하루를 나누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나눈 추억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와의 사랑은 사라지게 되는 걸까. 약속을 나누고, 추억을 만든 연인이 내가 생각한 실체가 아니라면, 그와 보낸 시간은 없던 게 되는 걸까.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옴니버스 형식 중 두 번째 단편작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를 재탄생 시킨 작품이다. 로봇 정비공 은기와 우주 비행을 꿈꾸는 제이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 1년간 지구를 떠나려는 제이와 떠나지 않길 바라는 은기의 다툼은 다른 곳을 바라보는 여느 연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이의 행복과 웃음을 바라면서도, 자신과 떨어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은기의 솔직한 모습이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이유다.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 랑

 
<이보록 보통의>에는 잔잔함 속에 파장이 울린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지만, 놀라움보다 안타까움이 높아지고, 가슴이 저며 온다.
 
사고를 당하게 된 은기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그의 곁을 지켜야 했던 제이.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선택 뒤에 숨은 진심이 드러나면서, 인물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질문은 던진다. 당신이 사랑하는 이의 실체는 무엇인지, 대상의 외적 모습인지 아니면 그와의 함께 나눈 시간, 추억인지 말이다.
 
이는 제이가 자신의 DNA로 만든 복제인간을 은기 곁에 둔 것이 밝혀지면서 더 도드라진다. 자신이 함께 보낸 이가 제이가 아닌 로봇이라는 사실에, 은기는 혼란에 빠지고, 자신의 복제인간에 사랑에 빠진 은기의 모습에 제이 역시 충격을 받는다.
  
 <이토록 보통의> 포스터

<이토록 보통의> 포스터 ⓒ 랑

 
여느 연인과 다른 바 없는 '보통'의 하루를, 일상을, 사랑을 나누고 싶었던 이들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마주한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보통의' 연인일지라도, 들여다보면 각각의 소중한 러브스토리가 '특별'하게 존재한다고 <이토록 보통의>는 말한다. 대상이 누구든, 어떤 추억을 나누었듯, 그 '순간' 만으로도 찬란한 빛이 난다고 말이다.

원작의 결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무대 둘레에 쌓인 네모난 상자를 채우는 조명과 살아 숨쉬는 배우들의 열연,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 극의 재미를 채운다. 웹툰을 보지 않았다면 반전의 묘미를 즐길 수 있고, 이미 봤더라도, 결말을 알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은기 역은 성두섭, 정욱진, 정휘가 분하며, 제이 역은 최연우와 이예은이 맡았다. <이토록 보통의>는 11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이토록 보통의 제이 최연우 웹툰 원작 뮤지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