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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문학의 대작가이자 1930년대 농촌의 현실을 반영한 농촌문학가인 김유정 작가, 1908년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33년 <제일선>에 '산골나그네'를, <신여성>에 '총각과 맹꽁이'를 각각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1937년 요절할 때까지 '동백꽃', '봄·봄'과 같은 걸작들을 비롯한 31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그는 단순히 좋은 작품을 발표했던 소설가여서 후대에 유명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고향에 야학인 금병의숙을 만들어 농촌계몽활동을 전개했고,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당시 우리나라 농촌의 암울했던 현실을 해학적이면서 풍자적인 소설로 풀어나갔으며, 작품의 제목(소낙비, 노다지, 만무방, 솟, 봄·봄, 봄과 따라지 등)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도 순 우리말(감때사납다, 퍼들껑하다, 잡도리, 황밤주먹, 후무리다 등)을 사용했기에 유명한 작가로 남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금 실레마을에는 김유정 생가가 복원되어 김유정 작가를 기리기 위한 문학관인 '김유정문학촌'이 조성되어 있고, 매년 이곳에서 김유정추모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학촌 근처에는 경춘선 '김유정역'이 세워져서 김유정문학촌의 관문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죠. 그리고 문학촌과는 조금 멀리 있지만, 이곳에 어울리는 책과인쇄박물관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죠. 그럼 지금부터 우리나라를 빛낸 단편문학작가 김유정을 기리는 문학관인 '김유정문학촌'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직 한 사람, 김유정 작가를 위해 이름을 바꾼 실레마을의 기차역

김유정문학촌 근처에 위치한 '김유정역', 서울과 춘천 시내로 향하는 경춘선 복선전철이 하루에도 수십여 차례 정차하는 이 역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사람의 이름을 역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차역이라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본래 신남역이었던 역명을 2004년 12월 1일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했는데요, 이는 춘천이 자랑하는 소설가인 김유정을 기리고자 역 이름을 바꾼 특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래 신남역으로 불렸으나 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역명을 변경한 경춘선의 김유정역
 본래 신남역으로 불렸으나 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역명을 변경한 경춘선의 김유정역
ⓒ 김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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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와집같은 모양으로 새로 지어진 역사가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지만 김유정역이 우리나라 단편문학의 대작가인 김유정을 위한, 김유정에 의한 실레마을의 기차역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을 것입니다.
    
김유정역에는 새로 지어진 역사와는 별개로 과거 경춘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사용했던 구 역사와 플랫폼이 그대로 남아있는데요. 레일바이크나 자전거길로 활용되고 있는 폐선 부지와 달리 이 곳은 사람들이 선로를 거닐거나 플랫폼과 구 역사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 과거 경춘선의 옛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플랫폼에는 북카페와 춘천여행안내소로 활용중인 무궁화호 객차와 디젤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고, 구 역사 내부에는 철도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 근처의 옛 경춘선 선로에는 강촌레일바이크가 운행 중이기 때문에 레저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죠. 만일 김유정문학촌을 방문하실때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김유정역 구 역사를 둘러본다면 더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김유정의 생가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을 재현한 동상들, 그를 기리기 위한 전시관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룬 김유정문학촌
 김유정의 생가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을 재현한 동상들, 그를 기리기 위한 전시관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룬 김유정문학촌
ⓒ 김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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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히 복원된 김유정의 생가가 문학촌이 된 이유
 
김유정문학촌에 위치한 한국 단편문학의 대작가이자 춘천이 자랑하는 소설가인 김유정의 동상
 김유정문학촌에 위치한 한국 단편문학의 대작가이자 춘천이 자랑하는 소설가인 김유정의 동상
ⓒ 김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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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문학촌인 김유정문학촌, 김유정의 조카인 김영수씨와 실레마을 주민들의 증언과 고증을 거쳐 복원한 김유정 생가를 지난 2002년에 '김유정문학촌'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습니다.

사실 이곳은 춘천에서 그리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지난 2010년 개통된 경춘선 전철로 인해 타지에서의 접근성이 향상되었고,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문학촌도 유명세를 타고 춘천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한 곳으로 거듭나게 되었죠.

작가의 생가뿐만 아니라 기념전시관과 김유정 작가와 관련된 서적과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이야기집,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실레마을을 돌아 다닐 수 있는 실레이야기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걷기만 해도 책 속의 주인공들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유정의 생가를 중심으로 한 마을이 작가의 작품들을 탄생시킨 무대가 되었으니, 이것이 이곳을 문학촌(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김유정문학촌에서 중요한 곳은 누가 뭐래도 김유정 작가의 생가가 되겠습니다. 그의 조부이자 춘천 의병 봉기를 지원했던 김익찬이 지었던 이 생가는 전형적인 초가집이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ㅁ'자로 집을 지었고, 집 골격에 초가가 얹어진 특이한 모습을 지녔습니다. 당시에는 빈곤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하고, 외부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죠.
 
김유정의 생가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을 재현한 동상들, 그를 기리기 위한 전시관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룬 김유정문학촌
 김유정의 생가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을 재현한 동상들, 그를 기리기 위한 전시관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룬 김유정문학촌
ⓒ 김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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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생가 내부에는 키작은 굴뚝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사랑방 구들을 데우는 역할을 하는 사랑방 굴뚝입니다. 전통한옥이나 오래 보존된 가옥에도 안마당에 사랑방 굴뚝을 설치한 경우는 있지만, 김유정 생가의 경우 아궁이에 불을 때면 방구들 윗목에 파놓은 개자리에서 머물던 더운 기운이 맑은 연기로 빠져나가서 미적 기능을 보여주며 방충기능도 맡았던 것이죠.

문학촌 근처에 위치한, 문학촌과 어울리는 박물관

김유정문학촌에서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책들이 여러권 꽂혀 있는 것 같은 모양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책과인쇄박물관'이 바로 그곳입니다. 문학촌과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찌보면 김유정 작가의 고향인 실레마을과 어울리는 박물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운크라 교과서부터 과거에 사용되었던 활자와 인쇄기계까지 전시되어 있는 춘천의 책과인쇄박물관
 운크라 교과서부터 과거에 사용되었던 활자와 인쇄기계까지 전시되어 있는 춘천의 책과인쇄박물관
ⓒ 김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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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층의 인쇄 전시관에는 188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인쇄소인 <광인사인쇄공소>를 재현한 것 같이 각종 활자부터 주조기, 인쇄기, 복사기같은 인쇄기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2층의 고서 전시관에는 훈민정음부터 천자문, 행실도, 동의보감과 같은 각종 고서적들이 전시되어있고, 3층의 근현대 책 전시관에는 '3.1운동 독립선언서'부터 '딱지본'이라 불리웠던 소설책들, 각종 잡지와 근현대 문학책들, 운크라 교과서들까지 전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활판기와 활자를 이용한 인쇄를 직접 체험할 수 있고, 1층에 자리해 있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김유정문학촌을 방문하실 때, 기회가 된다면 이곳을 관람하며 얻은 지식을 배워가고, 채워보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 김유정문학촌과 책과인쇄박물관 모두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에는 휴관합니다. (김유정문학촌은 1월 1일, 설·추석 당일에 휴관하며, 책과인쇄박물관은 추석과 설 당일에만 휴관합니다.)
* 김유정문학촌의 관람료는 2000원, 책과인쇄박물관의 관람료는 6000원입니다. (책과인쇄박물관의 경우 체험료는 입장료와 별개이며 재료비가 포함됩니다.)
* 본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https://gl-revieuer86.postype.com/post/4771328)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김유정문학촌, #김유정역, #책과인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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