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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양양읍에서 오색약수가 있는 오색마을 구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하루 11편 있었다.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버스를 이용해 관광지인 오색약수 인근 식당에 일을 다녔다.

아침 8시 양양에서 오색으로 올라가는 시내버스로 출근해 하루 종일 일한 뒤 저녁 8시 15분에 오색에서 양양으로 내려오는 시내버스로 퇴근하는 것이 이곳의 일상이었다. 월급을 받는 이들이나 하루 일당을 받는 이들 모두 이렇게 아쉬운 생활비를 벌었다.

지난 8월초 오색천에 낚시를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오색에서 8시 15분에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생각으로 중간에 있는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아직 차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시내버스가 지나갔다. 그때 생각으로는 이전 시간에 운행하는 버스가 고장이라도 나서 늦게 내려가는 줄로만 알았다.

1시간이나 더 남은 7시 15분 무렵 중간 지점에서 지나간 버스가 막차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무려 1시간 30분을 더 기다려도 양양에서 오색으로 올라가야 할 시내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시내버스 회사로 전화를 했다.

"운전기사들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불가피하게 배차시간을 변경했습니다. 오색에서 막차가 출발하는 시간이 이제는 7시 5분입니다."

오색에서 양양으로 가는 시내버스 막차시간을 묻자 시내버스 회사에서 들려준 답변이다. "군청에서 아직 시내버스 시간표를 게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차량에 안내문을 붙이고 운행해서 다들 아실텐데요"라는 대답을 듣고 결국 택시를 불렀다.
  
변경된 버스운행시간표를 제때 정류장에 게시하지 않아 예전 운행시간표를 기억하는 이들은 불편을 겪었다. 차량의 운행이 줄어 든 것도 불편한데 변경된 시간표도 제때 바꾸지 않음으로 겪은 불편함은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다.
▲ 양양↔오색 시내버스 시간표 변경된 버스운행시간표를 제때 정류장에 게시하지 않아 예전 운행시간표를 기억하는 이들은 불편을 겪었다. 차량의 운행이 줄어 든 것도 불편한데 변경된 시간표도 제때 바꾸지 않음으로 겪은 불편함은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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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미 이런 차량의 배차시간 조정은 지난 봄에도 한 번 있었고, 이로 인해 겪은 황당한 일은 최근까지 몇 차례 더 있었다. 산엘 가려고 아침 6시 5분 터미널로 서둘러 나갔다. 그런데 시내버스는 출발시간이 지나도 없었다. 누군가 "그 버스 이젠 안 다녀요. 없어졌어요"라 해서 집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침 6시 15분 첫 차를 시작으로 7시와 8시, 그리고 9시와 10시까지 오전엔 거의 매 시간 한 대씩 버스가 있었다. 그런데 2회 운행이 줄며 차량운행시간이 대부분 변경됐는데 버스시간표를 제때 바꾸지 않아 발생한 불편이다.

오색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은 당장 단풍이 물든 설악산을 찾는 이들이 대거 몰리는 이번 가을 장사를 걱정했다. 저녁 8시에 아주머니들이 퇴근할 때는 이후 시간만 가족들이 손님을 맞으면 됐으나 이젠 손님이 많은 저녁식사시간 전체를 식구들과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직원만으로 운영해야 될 처지다. 식당에서 숙식을 하는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주방일은 맡기기 어렵다고 했다.

"말을 알아듣기는 하는데 손님이 많은 시간엔 사실 주문을 받는 것도 어려울 때가 많아요. 주방이야 아직 맡기기 어렵고요."

"주방일은 음식문화 자체가 다르니 전문적으로 우리 음식을 배우지 않고서야 힘들지 않나요?"


이런저런 얘기 끝에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들만을 위해 정치를 해서 그렇다"는 쪽으로 결론을 맺으려 하는 모습만 다시 확인했다.
  
본격적으로 단풍이 물드는 10월은 오색마을엔 연일 많은 차량이 들고난다. 단풍철을 맞아 설악산을 찾는 이들로 넘쳐나도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은 일을 할 사람들의 출퇴근 문제로 걱정이라 했다.
▲ 양양의 가을 본격적으로 단풍이 물드는 10월은 오색마을엔 연일 많은 차량이 들고난다. 단풍철을 맞아 설악산을 찾는 이들로 넘쳐나도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은 일을 할 사람들의 출퇴근 문제로 걱정이라 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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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왜 나올까? 과연 노동자만을 위한 정치란 근거가 어떻게 성립되는지 의문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들 나름으로 근무시간이 길고 임금이 낮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고용주는 고용주대로 어떤 정부에서나 다들 "세상 참 살기 좋은 정치"란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당신 자식이 아르바이트나 하고, 임시직으로 항상 고용불안정 상태라도 좋다는 말인가요?"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도 비용이 많이 늘어 어렵다"고 하소연 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돼서 지불해야 할 인건비가 대폭 상승해 수익이 없게 돼 더 이상 사업체를 운영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이 모든 게 다 문재인 정부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사업주에게 했던 말이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자녀들만큼은 정규직으로 일해야 되고, 자신은 비정규직만 선택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생각이 어떻게 이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운전기사의 노동시간 조정도 실상은 운전기사들의 노동시간을 줄여 과로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고용을 더 늘리려는 정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여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방향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이를 빌미로 차량의 운행을 축소하는 쪽으로 머리를 썼으니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농산어촌의 운전을 안 하는 노인들만 불편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지역경제는 더 상태가 나빠지게 되고…

이곳 양양군과 인근 속초시를 운행하는 버스회사들만 이렇게 운행하는 게 아니란 걸 몇 곳 다른 고장에서 확인했다. 인구가 적은 농산어촌이 우선 마을과 시내를 연결하는 버스 운행회수가 줄었다. 이렇게 지역여건을 무시하고 운행하는 농산어촌의 시내버스에 손실을 줄여주기 위한 지자체의 지원을 반드시 해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태그:#설악산, #가을 단풍철, #오색 시내버스, #농산어촌버스, #양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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