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 포스터. ⓒ ??넷플릭스

 
여전히 세계 PC 운영체제 시장의 태반을 점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의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는 그 유명한 빌 게이츠 그리고 폴 앨런이다. 창립 10년도 되지 않은 1983년 폴 앨런은 림프종으로 퇴사하고, 2대 CEO가 될 스티브 발머가 빌 게이츠와 함께 했다. 2019년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3대 CEO가 된 사티아 나델라의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으로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다. 

'제국의 역습'이라고 표현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활에 이은 제2의 전성기는 새삼 과거 '제국' 시절의 빌 게이츠를 상기하게 한다. 20세기 말, 미국 법무부는 그를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사하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그는 이 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후엔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이자 가장 성공했던 인물로 기억될 뿐이었다.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는 악마에서 천사로 탈바꿈한다.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기부를 해 그 금액이 40조 원을 넘었고, 일찍이 자산의 99%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00년대 초반 제대로 자리잡기 시작한 빌&멜린다 재단을 은퇴 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된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는 빌 게이츠(이상 '빌')의 현재와 과거를 다룬 3부작 시리즈이다. 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왜, 어떻게 악마에서 천사가 되었는지 들여다보는 대신, 원제가 'Inside Bill's Brain'(빌의 머릿속)인 만큼 '빌 게이츠'라는 사람 자체를 들여다보려 했다. 동시에 3부작은 각각 빌&멜린다 재단이 관심을 갖고 주력하는 '위생' '소아마비' '기후변화' 문제를 들여다본다. 

빌 게이츠의 어린 시절과 위생 문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더 빌게이츠> 예고편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더 빌게이츠> 예고편 한 장면 ⓒ Netflix

 
빌 게이츠의 여자 형제 2명이 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빌은 어린 시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반항기도 있었지만 항상 웃었다고 한다. 빌의 아버지는 살아 계시고 어머니는 돌아가셨는데 빌의 성정은 전적으로 어머니 덕분에 올바르게 유지되었다고 한다. 지역 공동체에 헌신하고 언행일치를 행했으며 가족들과 모든 걸 함께 하면서 자신을 쏟아부었던 빌의 어머니야말로 빌의 현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빌과 멀린다는 1997년 어느 날 뉴욕 타임스 논평 기고를 보고,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충분히 예방가능한 원인 '설사'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이 문제에 부모의 마음으로 다가갔고 이후엔 이해할 수 없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성적으로 사고했다. 빌&멀린다 재단 방침에 변화를 주어 개발도상국 위생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빌&멀린다 재단은 1996년 게이츠 도서재단을 시작으로, 1998년 아버지 이름을 딴 윌리엄 게이츠 재단과 합병하였고, 2000년 멀린다가 참여하면서 현재의 꼴을 갖추게 되었다.

위생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문제이지만, 해결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하다. 또한 정작 완전한 해결은 자본만으로는 요원한 문제이기도 하다. 빌은 세간의 관심을 끄는 동시에, 위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화장실 구조의 혁신과 상용화를 저렴한 가격 시스템으로 빠른 시일 안에 시행해야 했다. 지난 7년 동안 위생 개선 연구 사업에 2억 달러(한화 약 2400억 원)을 지원했다. 빌은 이 사업이 많은 수의 유아 사망을 막을 뿐만 아니라 질환과 관련해 많은 돈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세계적 규모의 제조회사가 빌의 화장실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빌이 주목한 위생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 단계로 접어들었다.

빌&멜린다 재단은 빈곤 국가 소아마비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들이 발목을 잡았다. 전염성이 높은 이 질병은 열악한 위생상태 때문에 '확산일로'다.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근본적인 해결이 요원한 것이다. 사실 서양에서 소아마비는 이제 오래된 추억에 불과하다. 설혹 소아마비 환자가 생긴다고 해도 해결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빈곤 국가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빌은 "이 문제(소아마비)에서 감정적인 공감은 소규모의 도움만 줄 수 있다. 정말 변화를 선사하고 싶다면 사회 전체에 적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빌은 '최적화'라는 단어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해결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한편 워런 버핏은 재산의 반 이상인 310억 달러(한화 약 40조 원)를 빌&멜린다 재단에 기부하며 '사람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재단의 이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소아마비 근절이야말로 이 이념에 부합하는 활동 아닐까.

빌과 멜린다, 기후변화 문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더 빌게이츠> 예고편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더 빌게이츠> 예고편 한 장면 ⓒ Netflix

 
영화는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의 첫 만남과 이후에 대해서도 말한다.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한 멀린다, 이듬해 창업자 빌과 만나 사내 연애를 시작하곤 1994년 결혼한다. 이듬해 첫 아이를 낳고 퇴사한 멀린다, 빌과 멀린다는 이후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갔을 것 같지만 전성기에 이른 회사와 밤낮없이 쉬는 날 없이 일하는 워커홀릭 빌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고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그들은 엄청나게 크고 수려한 대저택을 새로 지었지만 누가 봐도 '독신남'을 위한 집으로 보였다는 것. 한편, 빌이 악마에서 천사가 되는 데 멀린다가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돈 버는 데만 천재였던 빌로 하여금 어떻게 해야 돈을 잘 쓰는 것인지 알려주고 설득한 게 다름 아닌 멀린다이다. 멀린다를 향한 빌의 한없는 고마움이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빌&멜린다 재단은 세계를 위협하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돌입한다. 빌은 테라파워라는 원자력 발전 회사에 투자해 천재 전문가들과 함께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한' 원자력 이용과 핵확산 '저항성'을 기반으로 에너지와 전력을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하려는 게 목적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이다. 

하지만 문제들이 뒤따른다. 한창 진행해 궤도에 올랐을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들은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고 원자력 발전에 거대한 투자를 하고 있던 중국과 손을 잡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빌과 시진핑 주석이 만남을 가진 후 실제로 진전이 있었지만,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터진 후 미국 정부의 손에 의해 중국과 빌의 계약이 취소되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끝으로 빌에게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화장실, 전망은 있지만 돈이 많이 들어요. 소아마비, 수십억 달러가 들고 있고 올해 발병 수가 증가했죠. 테라파워, 중국과의 거래가 공중분해 됐어요."

이에 빌은 현상에 대해 답을 하지 않는다. 다만 본질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이런 말을 한 적 있나요? '이건 너무 힘들어요' '너무 많은 책임을 떠맡았어요' '그만둘래요' 가끔은 이런 말을 해야 하긴 해요. '포기합시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요.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인사이드 빌 게이츠 빌&멀린다 재단 위생 소아마비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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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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