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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하회마을의 평화로운 풍광.
 안동 하회마을의 평화로운 풍광.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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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평소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게 아닐까? 경북 안동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한지를 뜨고, 고택에서 한복을 입어보고, 과녁을 향해 국궁을 날리고… 그 '체험의 현장'으로 찾아갔다.

8천 년 세월을 버티는 '한지'를 뜨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백 년을 넘기지 못하는 게 99%의 인간이다. 다른 생물들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주목(朱木)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다시 천 년을 산다"는 말이 전한다. 이는 주목으로 만들어진 물품의 내구성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한지는 어떨까. 종이 전문가들은 "잘 만들어진 한지는 1천 년에서 최대 8천 년까지 원상태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한지의 내구성은 장생불사(長生不死)를 넘어서는 귀물 수준. 안동시 풍산읍에 위치한 안동한지는 15개쯤 남은 한국의 한지 생산업체 중 가장 큰 곳이다.

업체 간부는 닥나무 채취에서 시작해 가마솥에서 찌기, 메밀을 태워 잿물을 만들고 여기에 가공한 닥나무를 넣는 과정, 표백과 티 고르기, 닥나무 반죽 두드리기와 종이 뜨기, 물 빼기와 건조를 거쳐 한 장의 고풍스런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안동에서 만들어지는 한지는 이탈리아 학자들이 "유럽 문화재 복원에도 사용 가능한 뛰어난 품질"이라 호평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역시 방한 때 선물 받은 안동한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 어려운 여건에서도 안동한지 임직원이 자긍심을 가지는 이유다.
 
 안동한지에서 '한지 뜨기 체험'을 하고 있다.
 안동한지에서 "한지 뜨기 체험"을 하고 있다.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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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한지에선 한지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지 뜨기 체험'을 비롯해 닥종이 인형 만들기, 한지 무드등 만들기, 한지 천연 염색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이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한지 뜨기. 한지 뜨기란 일정 과정을 거쳐 물에 섞여 죽처럼 된 닥나무 반죽을 나무로 된 발 위에 고르게 펴 올려 종이의 형태를 만드는 것.

20~30년 경력의 숙련된 기술자가 돼야 실수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뜨기를 거쳐 말린 종이가 다소 거칠고 두껍더라도 자신이 만든 '한지 한 장'을 가질 수 있다는 흐뭇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 체험 비용도 3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한복을 차려 입고 산책을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준다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음식은 개개의 인간을 유추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기에 백번 수긍할 수 있는 문장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취향, 타자와의 관계까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인의 대부분이 한복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루마기, 대님, 저고리, 버선 등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세월의 흐름 속에 지난 시대의 생활문화가 속절없이 잊히고 있는 것. 일단 주위를 돌아보자. 요즘은 명절이나 제삿날에도 한복을 입은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안동시 민속촌길에는 몇 채의 예스러운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안동반가 체험장도 거기에 있다. 주요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전문 강사의 도움 아래 격식에 맞춰 한복을 입어보는 것이다.

저고리와 바지는 물론, 허리에 두르는 장신구와 한복에 맞춤한 신발까지 제대로 갖춰 입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 안동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준비된 갓까지 쓰고 댓돌 아래로 내려섰다.

"체험을 제대로 즐기는 분들은 400년 전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 오는 월영교와 민속촌, 인근 예움터 한자마을에서 한복 입은 멋지고 예쁜 모습을 '인증샷'으로 남긴다"는 것이 김은혜 체험팀장의 설명.

비가 내린 탓에 그렇게까지는 못했지만 날렵하고 미려한 한옥 처마 아래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남기는 사진 한 장도 나쁘지 않았다. 좋지 못한 날씨임에도 대만에서 방문한 여행객 20여 명이 안동반가 체험장을 바쁘게 오갔다.

한복 체험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 성인은 물론 부모의 손을 잡고 안동을 찾은 '꼬마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김 팀장은 말했다. 하기야 어떤 아이가 신기해 보이는 예쁜 옷을 입고 엄마 앞에서 애교 가득한 포즈를 취하는 걸 싫어할까?

고추장과 가양주를 만들어 집으로

안동에선 고추장 만들기, 가양주 빚기, 목판 인쇄, 전통 활쏘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강사가 배정돼 개별 체험에 관한 설명을 들려주고, 진행 과정이 매끄럽도록 도와준다.
 
 전통문화 체험에 앞서 제조 방법 등을 설명 듣고 있다.
 전통문화 체험에 앞서 제조 방법 등을 설명 듣고 있다.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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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장류(醬類) 중 하나인 고추장은 매 끼니마다 사용되는 중요한 양념이지만, 지금은 주부들도 직접 만드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가정이 공장에서 생산된 것을 구입해 먹고 있다.

나 역시 고추장을 만들어본 것은 처음. 고춧가루와 메줏가루, 식혜와 소금 등을 섞어 주걱으로 한참을 저어주다 보면 이마에 땀이 흐른다. '사람 입에 들어가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체험이 끝난 후 만들어진 고추장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가양주 만들기 체험.
 가양주 만들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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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사람 따로 있고, 빚는 사람 따로 있다"는 술. 나는 전자에 속했다. 가양주(家釀酒)란 자신의 집을 찾는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빚는 술이다. 고두밥, 누룩, 물이 기본 재료지만 여기에 각종 약초와 과일 등이 더해질 수도 있다.

맨손으로 물에 젖어 눅눅한 누룩과 고두밥 혼합물(?)을 주무르는 느낌이 묘했다. 거칠고 서툰 손길을 보며 강사가 웃었다. 빚은 술 역시 예쁜 통에 담아 체험자에게 준다.
 
 직접 목판화를 찍어보는 즐거움.
 직접 목판화를 찍어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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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반듯한 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겨 그 위에 먹이나 잉크를 칠하면 여러 장의 종이에 같은 모양을 찍어낼 수 있다. 일종의 클래식한 인쇄다. 안동반가에선 <훈민정음 해례본>과 까치와 호랑이가 주인공인 민화를 새긴 목판을 이용해 인쇄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 옷에 잉크가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목판 제작에는 고로쇠나무, 박달나무, 거제수나무(자작나무의 일종) 등이 주로 사용됐다"는 게 체험을 함께 한 김영환 강사의 설명이다.
 
 국궁 쏘기 체험.
 국궁 쏘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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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엔 200보 거리에서 활을 쏴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조그만 사과를 명중시켰다는 윌리엄 텔이 있다. 우리나라도 만만찮다. 고구려의 장수 양만춘은 그보다 먼 거리에서 적군의 우두머리 당 태종 이세민의 왼쪽 눈을 화살로 꿰뚫어 버린다.

국궁(國弓·한국의 전통 활)을 쏘아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 활쏘기를 만만하게 생각한 첫 경험에서 팔목 안쪽을 다친 적이 있어 조심스럽게 활과 화살을 잡았다. 이 체험 또한 전문가가 옆에서 안전수칙을 알려주고 명중의 노하우를 들려준다. 그러나 명궁(名弓)이 되겠다는 건 마음뿐. 하기야 잠시잠깐의 연습으로 아무나 양만춘이 될 수 있겠는가.

'탈 만들기'와 '한지 손거울 만들기' 체험 등도 가능

안동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줄 체험거리는 풍천면 하회마을 입구에도 있다. 잘 단장된 하회세계탈박물관은 '나만의 탈 만들기' '바구니 탈 만들기' '가방 꾸미기' '탈 열쇠고리 만들기' '석고 방향제 꾸미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안동 하회탈.
 안동 하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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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만들어본 한지 손거울.
 직접 만들어본 한지 손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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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면 가송리 팜카페에서는 손두부·청국장·김치·간장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기암괴석과 푸른 강물이 만들어내는 주위 경치도 아름답다. 이곳을 찾는다면 '농촌 체험'과 '눈요기' 일거양득이 가능하다. 체험 활동이 불가능한 시기도 있으니 미리 문의해보는 게 좋다.

안동민속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지척에 자리한 가죽공예 배움터를 찾아보길 권한다. 이곳 전시관에선 전통문화 체험교실 수강생들의 다양한 가죽공예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한지로 장식한 '자기만의 예쁜 손거울'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풍산읍 안동한지 연화공예관이 제격이다. 양귀숙 원장을 비롯한 한지공예 전문가들이 체험객들을 친절하게 맞이한다. 이밖에도 안동에선 규방공예 체험, 장승 만들기 체험 등이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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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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