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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 브리핑에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 브리핑에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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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은행이 해외금리 연동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하기 전 대부분 자체심의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내부에서 판매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면 이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를 보면 지난달 25일 기준 독일, 영국, 미국 금리에 연계된 DLF 판매잔액은 6723억 원이다. 이 가운데 5784억 원은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예상 손실액은 3513억 원(예상손실률 52.3%)이다.

당시까지 투자자가 중도환매한 금액은 932억 원(손실액489억 원)이고, 만기가 다가온 금액은 295억 원(손실액 180억 원)이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말부터 DLF 상품 상품 설계·제조·판매 실태 점검을 위해 우리·하나은행, IBK·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KB·교보 등 5개 자산운용사에 대한 합동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날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앞으로의 검사·분쟁조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이날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하게 됐다"며 "검사 결과, DLF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투자자 가운데 개인이 92.6%로 대부분이었고, 이 중 1억 원 가량 투자한 개인이 65.8%로 가장 많았다.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이 48.4%(1562명)이었고, 법규상 고령자인 70대 이상도 21.3%(643명)나 됐다.

DLF와 비슷한 주가연계펀드(ELF) 등에 투자해보지 않은 개인투자자의 가입금액 비중은 21.8%(830건, 1431억 원)였다. 비슷한 투자경험이 1~5건인 개인투자자 비중은 41.9%(1336건, 2749억 원)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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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없는 은행 내부 상품선정위원회

금감원은 은행들이 DLF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판매가 적절한지 심사하거나, 투자자가 어느 정도 손실을 볼 수 있는지 분석하는 절차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우리·하나은행의 내규에는 고위험 상품 출시를 결정할 때 내부 상품선정위원회의 심의와 승인을 얻도록 규정돼있는데, 실제 심의를 거친 건은 1% 미만에 불과했다는 것.

특히 A은행의 경우 일부 위원들이 평가를 거부하자 찬성의견으로 임의 기재하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낸 위원을 다른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의견을 받았다는 것이 금감원 쪽 설명이다.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중간 발표여서 은행을 특정해 말하기는 어렵다"며 "(A은행이 하나은행인지 우리은행인지)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상품선정위원들의 직급이 굉장히 낮았다"며 "이는 그 목소리가 은행 내에서 힘을 얻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그는 부연했다.

또 감독당국은 은행들이 DLF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자체 리스크 분석을 하지 않고, 손실위험을 0%로 오인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 쪽 테스트 결과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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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매일 DLF 실적 점검

반면 DLF 판매를 독려하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었다. 우리·하나은행의 경우 직원들을 평가할 때 DLF 판매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의 배점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게 설정했고,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번 금감원 검사대상인 A은행은 100점 만점에 비이자수익 점수를 10점으로 매기면서 소비자보호는 -2점으로 설정했고, B은행의 경우 각각 11.8점, -4점이었다. 검사대상이 아닌 M은행에선 비이자수익과 소비자보호에 대해 3점, -5점으로 설정했다.

다시 말해, M은행 직원들은 DLF 등 위험한 상품을 팔 유인이 다른 은행에 비해 크지 않았던 반면 소비자 민원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얘기다.

더불어 문제가 된 은행들은 매년 수수료 수익 증대 목표나 DLF 판매 목표를 높여왔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 매일 영업본부 등에 실적 달성을 독려했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A은행은 그룹 차원의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 목표치를 2017년 990억 원, 2018년 1950억 원, 2019년 2344억 원으로 매년 확대했고, 매일 달성률을 점검했다. B은행은 올해 DLF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53% 가량 높였고, 계열사인 E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DLS)에 연계된 DLF 판매목표를 일별, 주별로 제시한 뒤 매일 실적 달성을 독려했다.

서류만으로 10건 중 2건이 불완전판매

금감원은 우선 DLF 판매건 가운데 20% 가량은 은행이 투자자에게 원금손실 가능성 등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판매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투자자가 작성해야 하는 '설명을 듣고 이해했음'이라는 문구를 은행 직원이 대신 쓰거나 기재를 누락한 점 등이 발견됐다는 것.

김 부원장보는 "이는 서면으로만 확인한 결과"라며 "앞으로 분쟁조정 등 과정을 통해 사실관계가 더 드러난다면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이번 합동검사로 확인된 위규 사항 등에 대해선 법리검토 등을 통해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김 부원장보는 "(은행권 고위험상품 판매제한 등) 제도 개선까지 염두에 두고 모든 과정을 살펴보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 부분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DLF, #파생상품, #우리은행,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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