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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중파에서 중계된 골프 경기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선두를 달리던 한 선수가 티 샷 직전, 카메라 셔터 소리에 토핑이 나면서 공이 옆으로 나가자 갤러리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욕을 했다. 결국엔 '자격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로 이어졌는데,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선수의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처럼 정숙을 요하는 것은 비단 골프 경기장뿐일까. 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부터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미술관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미술관에서는 정숙은 기본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소개하는 두 전시는 지금껏 알려진 에티켓을 '무시'해도 된다. 오히려 어떤 변칙을 허용했으며, 때론 그런 관용을 과감히 노린 것으로 눈길을 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X사랑> 10. 10~10. 25, 통의동 보안여관
 
 오는 25일까지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계삭되는 전시 <X사랑>에서는 "사랑은 무엇일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공개된다.
 오는 25일까지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계삭되는 전시 에서는 "사랑은 무엇일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공개된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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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멍멍"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카랑카랑한 외침은 마치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의 그것과 비슷하다. 전시가 열리는 통의동 보안여관의 정문에 들어서자 흰색 와이셔츠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신사가 빨간 확성기를 들고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고백한다. 그런데 여기에 답례하는 일부 관람객을 향해 그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개가 된 마냥 짖어댄다. 얼핏 봐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데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관경에 보는 이들도 적잖이 당황해하는 눈치다.

1936년에 지어진 목조여관을 그대로 보존하여 이제는 서울의 상징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은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공간의 정체성을 오롯이 살려냈다. 시간이 멈춘 듯 1960년대 복장을 한 카운터의 노부부는 요란한 냄새를 풍기는 자장면을 먹으면서 투숙객(?)들을 반긴다. 오래된 나무로 뒤덮인 내부의 방에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각양각색으로 펼쳐진다.

사전에 촬영한 영상과 동시에 진행되는 퍼포먼스는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는데, 공통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과연 사랑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각자의 해석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 12살 소녀가 들려주는 어른의 사랑이라든지, 조그만 틈 사이로 무언가를 훔쳐보는 장면, 실성한 듯 버려진 사랑에 울고 웃는 여자, 두 눈을 붕대로 가린 채 밧줄에 묶여 절규하는 사내, 모니터에서 들리는 힙합에 맞춰 부르는 구수한 판소리까지.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여기저기 북적거림은 관람객의 눈과 귀가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다.

오는 10월 25일까지 진행되는 <X사랑>전은 최근 5년 동안 국내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김기라와 김형규가 함께하는 첫 번째 전시다. 총괄 기획한 김기라 작가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오랜 세월, 대한민국에서 '작가'로서 살아왔는데 지난 2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주위를 둘러보게 됐어요.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아내뿐 아니라 토끼같은 아이들까지 고통받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넌 사랑을 아니?'라는 질문을 제게 던지는거 같았어요."

김 작가는 전시에서 공개된 모든 퍼포먼스를 위해 직접 오디션을 진행했다. 힙합, 판소리, 연기, 영상, 설치 등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은 다양성은 이것이 전시라고 불려도 될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작가의 메시지는 사랑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을 금지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사랑이 일반적인 로맨스'라는 개념에서 탈피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전시의 막바지인 24일에 이 모든 퍼포먼스가 한 번 더 공개된다.

예술, 5G를 만나다 (유플러스 5G 갤러리, ~2020. 2. 29)
 
 내년 2월 29일까지 서울 지하철 6호선 공덕역에서 진행되는 ‘유플러스 5G 갤러리’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미술관 관람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내년 2월 29일까지 서울 지하철 6호선 공덕역에서 진행되는 ‘유플러스 5G 갤러리’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미술관 관람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 LG 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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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을 보고 싶으면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과감하게 셔터를 누르세요."

미술관에서 울리는 '찰칵' 소리가 옆 관람객에게 방해가 될 거란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오히려 원하는 작품을 보려면 휴대폰 속 사진기 앱을 열라고 전한다. 내년 2월 29일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6호선 공덕역의 '유플러스 5G 갤러리'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미술관 관람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정숙한 실내 미술관이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철 역사이기 때문에.

지하철 역사로 나온 미술관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상업광고를 줄이고 지하철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려는 서울특별시의 시도는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2017년 개통된 서울시 최초의 경전철 우이신설선의 '문화철도', 얼마전 녹사평역을 통째로 미술관으로 바꾼 '서울은 미술관'이 그 예다.

그러나 '유플러스 5G 갤러리'는 단순히 미술 작품만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관람객이 주도적으로 예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통해 팁을 알려준다. 이를 위해 현대미술 작가를 비롯해 무용수, 사진가,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손을 잡았다. '어떻게 하면 정적인 작품을 5G라는 신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문화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것이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꼽히는 <리슨 투 더 댄스>는 여러 장르의 무용수들이 19세기 조선시대 궁중 향악정재(鄕樂呈才)의 하나인 춘앵전(春鶯囀)의 무보를 듣고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그 몸짓을 360°로 담은 것이다. 이는 관람객에게 단편적인 시선을 강요하지 않고, 어떤 방향에서도 원하는 몸짓을 볼 수 있게 한다. 어떤 이는 정수리에서, 어떤 이는 등에서도 가능하다.

이번 전시에는 24명이 총 88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특히 회화작품은 원본 작업을 디지털 이미지화한 후 움직임과 소리를 덧입혔다. 관람객은 해설을 얻기 위해 별도의 홍보물을 뒤져보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해설에는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부터 제작 과정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 '문화+서울'의 11월호 전시 리뷰 기사로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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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시사 월간지 <문화+서울>의 편집장으로, 매주마다 한겨레 신문에 '주간추천 전시/공연'과 '사람in예술' 코너에서 글을 쓰고 있다. https://bit.ly/2M2J5y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