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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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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을 가만히 두면 저절로 고요해지고 맑아집니다. (213쪽)

아무리 흙이 많이 섞였구나 싶은 물이라 해도 가만히 지켜보면 어느새 찬찬히 가라앉습니다. 고요한 물이 되면 흙물 아닌 맑은 물로 바뀝니다. 마음이 어수선하다면 이 어수선한 가닥을 한 올씩 느끼면서 풀어내면 되어요. 서두른다면, 더 바빠게 몰아친다면 어수선한 마음은 자꾸 엉키기만 합니다. 가득 쌓인 빨래나 설거지도 하나씩 하노라면 어느새 끝납니다. 섣불리 "이 많은 걸?" 하고 여기면 제풀에 지치거나 짜증이 일지만 "천천히 하나씩 해야지" 하는 마음이면 사뭇 달라요.

사전이라고 하는 책을 짓다 보면 처음에는 언제 저 고개를 넘느냐 하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해도 걸리고 세 해도 걸리고 열 해도 걸릴 테지 하고 여기면, 스무 해나 서른 해쯤 걸릴 수 있겠지 하고 여기면, 이 고개가 그리 가파르지 않습니다. 그냥 하는 말은 아닙니다. 저 스스로 서른 해쯤 이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고개를 꽤 올랐네' 싶어 곧잘 놀라요.
 
마음이 천당과 지옥을 만듭니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15쪽)

이런 마음으로 <용수 스님의 코끼리>(용수, 스토리닷, 2019)를 손에 쥐었습니다. 스님 한 분은 <용수 스님의 곰>이란 책을 여미어 내기도 했어요. 이제 곰에 이어 코끼리를 곁에 두면서 마음읽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숲에서 그 어느 짐승보다 날렵할 뿐 아니라, 숲살이를 모두 꿰뚫는 곰이라고 해요. 더구나 곰은 풀열매를 아주 좋아하고 꿀도 매우 반겨요. 우리는 곰한테서 숲길을 배울 만하지 싶습니다. 덩치가 커서 무서워할 곰이 아니라, 숲에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길을 배울 수 있달까요.

코끼리한테서도 이와 같겠지요. 코끼리도 그저 덩치만 큰 짐승이 아니에요. 어른 코끼리는 어린 코끼리를 온몸으로 아끼고 돌보면서 사랑으로 가르친다지요. 그 커다란 덩치를 뽐내는 일이 없이 언제나 넉넉하면서 푸근하게 들판을 아낄 줄 아는 코끼리요, 들살이를 바로 코끼리한테서 배울 만하구나 싶습니다.
 
우리가 이미 완벽하고 신성한 존재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좋은 것을 갈망하고 안 좋은 것을 거부하고 두려워합니다. (31쪽)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보다는 '지금까지 참 잘했네' 충분히 인정하고 칭찬해 주세요. (43쪽)

가만히 보면 사람 곁에는 사람을 일깨우거나 타이르는 숨결이 가득합니다. 개미 한 마리도 사람을 일깨울 수 있어요. 파리나 모기도 사람을 깨우칠 수 있습니다. 나비랑 벌 한 마리도 사람을 가르칠 만하고, 작은 애벌레하고 풀벌레도 사람이 배울 만한 대목이 가득해요.

들풀이 길잡이가 될 만합니다. 들꽃이며 나무 한 그루가 길벗이 될 만해요. 그러니까 들풀을 보면서 '들풀도 사람도 똑같이 아름답고 거룩한 넋'인 줄 받아들이는 마음이 됩니다. 들꽃을 보면서 '들꽃도 사람도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사랑스러운 숨결'인 줄 받아들이는 마음이 되어요.
 
 손바닥에 잠자리 앉히기 놀이. 흙물이 가라앉듯 몸이며 마음을 고요하게 두면, 어느새 잠자리가 머리에 어깨에 팔에 손가락에, 때로는 마당에 가만히 엎드린 발가락에 내려앉는다.
 손바닥에 잠자리 앉히기 놀이. 흙물이 가라앉듯 몸이며 마음을 고요하게 두면, 어느새 잠자리가 머리에 어깨에 팔에 손가락에, 때로는 마당에 가만히 엎드린 발가락에 내려앉는다.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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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게 알려주세요.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고요.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바꾸려고 하면 아이는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느낍니다. (86쪽)

남의 마음보다 자신의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좋아하든 말든 우리 일이 아닙니다. 칭찬하든 비난하든 이미 죽은 사람을 말하듯이 신경 쓰지 마세요. (157쪽)

스님 한 분은 <용수 스님의 코끼리>라는 책으로 조곤조곤 속삭입니다. 어려운 경전이나 지식을 머리에 담으려 하지 말라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면 넉넉할 뿐이라고, 아이들을 타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른 스스로도 깎아내림질을 거두고 스스로 활짝 기지개를 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남말에 휘둘리지 않기를, 남말에 춤추지 않기를, 이리하여 스스로 가장 사랑스러우면서 고운 말을 입에서 터뜨리며 훨훨 날아오르듯 춤추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구나 싶어요. 아무렴, 이렇게 하면 다 될 테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도 실립니다.


용수 스님의 코끼리 - 본래 나로 사는 지혜

용수 (지은이), 스토리닷(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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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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