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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한글날이 있는 10월, 사회복지단체 함께걷는아이들은 제5회 창작동시대회집을 발간했다(http://www.allkidspoem.or.kr/gallery). 함께걷는아이들은 '우리 사회가 처한 기회, 교육, 문화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연대의 삶을 실천하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문화예술, 교육,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단체다. 

함께걷는아이들은 올키즈스터디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기회가 적은 아동이 출발단계에서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고자 초등학습부진 아동에게 맞춤형 읽기, 쓰기, 셈하기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이 동시대회는 지난 8월 한 달간 올키즈스터디 참여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 9월 18일 수상작이 발표되었고, 이번에 동시대회집이 발간된 것이다.  

올해 시제는 '나에게는 ○○(이/가) 있다, 없다'. 이 대회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눈에 띈 몇 편의 수상작을 소개할까 한다.

'나에게는 ○○(이/가) 있다, 없다'라는 시제에 대부분은 물질에 대한 기술이 많았다. '있는 것'으로는 핸드폰, 닌텐도, 자전거가 등장하고, '없는 것'으로는 물고기, 자동차, 옷, 돈 등이 꼽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있는 것을 표현하는 언어는 자랑스럽고, 없는 것을 드러내는 언어는 뭔가 부끄럽고 슬픈 뉘앙스이다.

그리고 좀 더 오래 고민하던 중에 내게 있는 것 그리고 없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골똘히 생각하던 아이가 드디어 답을 찾는다. 내게는 '내가 있구나!'라고. 장려상을 받은 정준욱 학생이다. 귀엽고 장난기어린 제목 '나는 정준욱이다'를 통해 말이 많지만 멋있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발견한 것 같다.
 
나는 정준욱이 있다
▲ 정준욱 作 나는 정준욱이 있다
ⓒ 함께걷는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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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준욱이 있다
정준욱 

나의 모습은 준욱이다
준욱이는 듬직한 모습이있다
나는 멋있다
준욱이는 말도 많다
하지만 나는 사랑스러운 준욱이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작품은 '형은 때리지만 나는 때리지 않겠다'라는 혜안을 발휘한 이서현 학생의 작품 '때리는 형'이다. 이서현 학생은 때리는 형을 원망하거나 복수하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좋아서 때리는' 형을 '봐준다'라고 한다. 자세한 정황은 모르지만 형을 무척 사랑하는 동생임에 분명하다. 시를 통해 형제간의 우애를 만나게 되었다.  
 
때리는 형
▲ 이서현 作 때리는 형
ⓒ 함께걷는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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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는 형
이서현

콩콩콩
형이 신나서 뛰다가
퍽퍽 나를 때린다.
이유없이 팍팍 배도 때린다.
형 머리에 물이 들어서
말을 못하고
내가 좋아서 때린다.
나는
형을 봐준다.
형 머리의 물을 살살 빼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읽어볼 작품은 올해 대상을 받은 이소연 학생이 쓴 '엄마'이다. 돌아가신 지 3년째인 엄마를 꿈에서 만날 수 '있지만' 꿈에서 깨면 엄마가 '없다'는 내용이다. 꿈에서 엄마를 만나면 반갑고 행복한데 꿈에서 깨면 슬프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엄마
▲ 이소연 作 엄마
ⓒ 함께걷는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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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소연

우리 엄마는
돌아 가신지
3년 째이다.

엄마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다.

가끔 엄마가
꿈에 나타나
즐거운 시간을
나눈다.
일어나보면
엄마가 없다.
 
이 시를 통해 '엄마'라는 말이 얼마나 안타까운 단어인지를 다시 한번 배우게 되었다. 꿈으로나마 엄마를 만날 수 있고 깨어나서는 엄마를 기억하는 이소연 학생이 '있음'과 '없음'에 대해 얼마나 큰 배움을 얻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시는 없으면 안 되는가'라는 글을 통해 "언어는 문학의 매체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삶 자체의 매체다... 시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시가 없으면 안 된다고 믿는 바로 그 마음은 없으면 안 된다"고 적었다.

올키즈스터디 창작동시대회는 한글을 한 자 한 자 배우던 초등학생들이 자신이 배운 언어를 매개로 하여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정리하고 있는 것과 없는 것, 있다가 사라지지만 생생한 소중함을 가감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삶의 장이 되고 있다.

태그:#동시, #동시대회, #함께걷는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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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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