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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외치는 문 대통령 향해 'X'자 그린 나경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도중 검찰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손으로 'X'자 모양을 그려보이고 있다. ⓒ 남소연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인사하러 가는 문재인 대통령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악수를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석으로 향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뒤돌아 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자유한국당 의원들 쪽으로 걸어가 악수를 했다. ⓒ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의원들은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다.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를 뒤로한 채, 단상에서 내려온 문 대통령의 발걸음은 뒤돌아서 나가려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바로 몇 분 전, 대통령의 연설 도중 손으로 '가위표'를 그리는 등 항의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나가려던 한국당 의원들 몇몇은 문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자 어색하게 웃으며 악수를 받았다. 자리에 서 있던 나경원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손을 거절하지 못했다. 2020 예산안을 두고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한 대통령의 상징적 제스처였다.
 
'공수처' 언급에 소란... 한국당, 손으로 'X' 표시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전세계적인 경제 하강 국면 속에서 한국 경제의 상황도 쉽지 않음을 강조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대로 적극적인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일부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혁신' '포용' '공정' '평화'를 위해 2020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공정'과 '개혁'을 키워드삼아 공정사회에 대한 요구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입시제도 개선, 채용비리 근절 등을 약속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아래 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30여 분간의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28번의 박수를 받았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부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한두 명의 의원들이 박수를 치려고 했다가 주변 눈치를 보고 들었던 손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대통령 시정연설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혀를 차거나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아예 외면하거나 팔짱을 끼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개선된 고용지표를 거론할 때는 헛웃음을 짓거나 "에이" "그만하세요"라고 외치는 등 대통령 발언에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공정'을 키워드로 꺼냈을 때는 "조국, 조국" 하고 외치거나 "사과하세요"라고 요구하는 한국당 의원들도 있었다. 국회의 협력을 요청할 때는 "그러니까 야당과 협의를 해야지" "협치를 하세요, 협치를" "패스트트랙 태웠지 않느냐"라며 항의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또한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포함한' 입시제도 개선 방침을 이야기하는 등 한국당 당론과 겹치는 부분이 나오자 몇몇 의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병사 월급 인상을 이야기할 때는 한국당 한 의원이 지지하는 뜻을 보이며 박수에 동참했다가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의원으로부터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입장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검찰개혁" 시정연설 문 대통령 향해 'X'자 그린 나경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도중 검찰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손으로 'X'자 모양을 그려보이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 향해 'X' 날리는 자유한국당 2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발언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석에서 손으로 '엑스(X)'를 표시하며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한국당의 반발이 가장 컸던 대목은 '검찰 개혁'과 '공수처'가 등장했을 때였다. 문 대통령이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라고 언급하자 한국당 의원석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대통령이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라고 하자 한국당 의원들 다수가 손으로 '가위표(X)'를 그리며 "아닙니다!"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이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의원들의 고성이 크게 울리면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연설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이라고 말한 뒤 한국당 의원들이 앉은 쪽을 바라본 채 잠시 몇 초간 뜸을 들였다. 이후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한국당 의원들 사이의 소란이 더 커졌다.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연설 마치고 야당 의원들에게 걸어간 대통령
 
문 대통령이 연설 말미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하자 "두려워하시라"라고 한 한국당 의원이 외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함께 잘 사는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가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부터 실현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할 때 본회의장 전광판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종류의 태극기가 등장하며 펄럭였다. 한국당 의원들 일부는 전광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대통령이 "감사합니다"라고 연설을 마치자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로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 쪽이 아니라 한국당 의원들을 향한 건 이때였다.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예상하지 못한 듯 조금 당황해하면서 대통령이 먼저 내민 손을 잡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마친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나서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태그:#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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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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