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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오후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농장에 사육중이던 돼지를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도살하고 있다.
 9월 17일 오후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농장에 사육중이던 돼지를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도살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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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민간인 출입 통제선(이하 민통선)을 넘었다. 지난 21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민통선 안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23일 현재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모두 11건이다.

양돈 농가에 확산했던 ASF는 한풀 꺾였다. 지난 9일 연천군 신서면 양돈 농가에서 14번째로 ASF에 감염된 사육 돼지가 발견된 이후 14일째(23일 기준) 조용하다.

널뛰는 ASF 바이러스 확산에 양돈 농가는 불안하다. 아직 ASF의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 보니 더 그렇다. 특히 2010~2011년 당시 구제역으로 돼지와 소 350만 마리를 땅에 묻었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는 농가들이 많다. 정부도 당시 약 3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ASF 확산은 이대로 끝이 나는 걸까? 아니면 민통선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김현일 양돈수의사회 ASF 비상대책 센터장을 만났다. 22일 그의 사무실이 있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을 찾아가 ASF의 현안과 해법에 관해 물었다. 그는 돼지와 닭의 질병 진단 전문가로 농림축산식품부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담팀에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자의 글쓰기란 프로젝트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란 제목의 책을 내놓기도 했다.  

"최초 대응 좋았지만, 발병 농가 인근 3km 살처분은 과잉"
     
김현일 양돈수의사회 ASF 비상대책 센터장
 김현일 양돈수의사회 ASF 비상대책 센터장
ⓒ 김현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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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7일 한국에서 ASF가 처음 확진 판정됐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을 진단한다면?
"정부가 ASF 발생 1년 반 전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나름 준비를 했다. 그 결과로 말하자면 '아주 잘함'과 '보통', '아쉬움'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아주 잘한 것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불법 축산물에 대한 검역'이다. 이건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관리를 강화해 세계에서도 가장 철저한 수준이었다. 검역이 철저한 호주와도 비교할 수 있다. 호주는 전체 관광객 중 30%를 전수조사하는 나라로 이를 어길 경우 높은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우리도 여기에 버금가는 수준의 검역을 했다. 

두 번째는 보통은 '잔반' 문제다. 해외에서 아무리 불법 휴대 축산물을 가지고 입국해도 이걸 돼지에게 직접 먹이지 않으면 ASF가 걸릴 이유는 없다. 문제는 버려진 음식물을 사육 돼지에게 먹이는 농장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6000여 양돈 농가가 있다. 이 중 300개 양돈 농가, 약 5% 정도가 사육 돼지에게 잔반을 먹이로 준다. 100개 양돈 농가는 옛날 방식으로 잔반을 직접 끓여서 먹이로 줬고, 나머지 200개 양돈 농가는 전문 처리업자가 잔반을 사료화한 것을 먹이로 주고 있다. 이는 ASF가 국내에 발병하기 전 정부가 6000개 양돈 농가에 전화를 걸어 잔반을 먹이로 사용하는지 전수조사한 결과다. 

정부가 전수조사는 잘했으나 '잔반 급여 금지' 조치는 늦었다. 지난 7월 25일에서야 재래식으로 직접 잔반을 끓여서 먹이로 주는 100개 양돈 농가만 '잔반 급여 금지' 조치를 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자. 중국과 베트남에 ASF가 창궐한 이유 중 잔반도 큰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선진국에선 잔반을 먹이로 주지 않는다. 또한 금지 조처를 내렸으나 이를 확인하는 조사가 없었다. 

세 번째는 야생 멧돼지에 대한 조치다. 멧돼지는 환경의 일부로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조건 줄이거나 그럴 수 없다. 야생 멧돼지도 ASF에 걸리면 100% 죽는다. 이들을 보호하고, ASF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도 야생 멧돼지가 ASF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했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야생 멧돼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위험 지역에서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10월 16일에 공개된 한돈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야생 멧돼지 검사 건수가 53건에 불과했다. ASF 발생 이후 한 달 만에 160건 정도를 검사한 것과 대비된다. ASF가 야생 멧돼지를 통해서 전파된다는 걸 알았는데도 멧돼지에 대한 사전 검사와 야생 돼지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

- 10월 9일 연천군에서 14번째 ASF가 발생한 뒤, 열흘이 넘도록 양돈 농가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난 경우가 없다. 정부가 양돈 농가 방역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 성과를 거둔 것이다. 예로 베트남은 ASF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돼지 농가 200곳이 감염됐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사육 농가 발생 건수로는 14건이 끝이다. 이런 수치가 방역을 잘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사육 농가 발생 지도를 살펴보면 휴전선 인근 지역이다. 여길 오가는 사람과 차량이 많다. 그런데도 더 이남하지 않는 것은 차단 방역을 잘하고 있어서다."  

-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계속 ASF가 검출되고 있다. 10월 21일 기준 11건으로 늘어났다.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보긴 이르다. 멧돼지는 자기 영역이 있어서 고르게 분포한다. 그래서 사체 발견도 쉽지 않다. 민간인 통제구역을 넘어섰지만 확산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 단, 멧돼지가 더는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강력하게 저지해야 한다."  

- 어떻게 강력하게 저지해야 하는가?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 뒤에 그는 종이에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은 원을 그리며) 감염지역이 있으면 (조금 더 큰 원을 그리며) 완충 지역을 설정한다. 그리고 이들보다 조금 더 큰 게 집중 사냥지역이다. 집중 사냥지역 밖에서 감염지역으로 멧돼지를 밀어 넣어야 한다. 총을 쏘면 다른 지역으로 도망간다고 하는데, 집중 사냥지역에 울타리를 치는 등 차단막을 설치하면 그런 일은 없다. 이러면 총을 쏘지 않고도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자연스럽게 방역막 안에서 폐사하게 된다. 강력한 조치는 총으로 멧돼지를 사살하는 게 아니라 더는 수도권으로 이남 하는 걸 차단하는 걸 말한다."

- 아직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에 대해선 파악된 게 없다.
"휴전선 근처에서 발생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 북한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아직은 북한과 농장을 연결한 매개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잔반 급여 금지 조치가 좀만 더 빨랐다면 아예 배제할 수 있을 텐데, 조치가 늦은 것도 좀 아쉽다. 북한에서 내려왔다고 가정하면 군사분계선 주변 멧돼지가 감염되고, 그 다음에 민통선 밖에 있는 농가로 퍼져가는 게 상식인데, 그것을 증명할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발병 원인 및 전파 경로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 향후에도 발병 원인과 경로 파악이 어려운가?
"그건 아니다. 이제라도 정밀하게 조사한다면 가능하다. 야생 조류와 물, 야생 멧돼지, 심지어 파리까지 다 검사한다면 진짜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연천에서 발생한 1차가 진짜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9일 연천군 양돈 농가에서 발생한 14차 ASF 확진 판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황을 보자. 연천군 양돈 농가에서 지난 9월 19일 ASF가 확인됐다. 그리고 같은 지역에서 두번째로 발생한 게 지난 9일 14차다. 20일이 지나서 사육 돼지가 ASF에 감염된 것이다. 그런데 이때 연천지역은 이동 제한이 걸려 있었다. 방역도 철저히 되고 있었다. ASF는 보통 1주일 이내 발생한다. 이는 무엇인가가 감염지역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게 뭔지 모를 뿐이다. ASF 전파 경로 미스터리는 연천군 14차 발생 양돈 농가를 조사하면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돼지 사육 농가의 살처분과 야생 멧돼지 사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감염지역에 있는 야생멧돼지를 일부 사살하는 건 꼭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연천군 지역의 광범위한 살처분은 지양하는 게 좋다. ASF는 직접 접촉에 의해 발병한다. 구제역처럼 공기로 전파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살처분 지역을 구제역과 같은 3km로 하는 건 맞지 않는다. 500m 이내로도 충분하다. 광범위한 살처분보다는 정확하고 빠른 살처분이 더 필요하다."

"ASF 해법, 과학적 분석과 양돈 농가 선진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발병한 9월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 한 농장에서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발병한 9월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 한 농장에서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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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야생멧돼지 사살에 나섰다. 적절한 조치인가?
"사살보다 중요한 것은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다른 지역으로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감염 위험지역 및 주변 지역 멧돼지에 대한 정밀하고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폐사체 검사도 강화해야 한다."

- 야생 멧돼지 사살 이외에 필요한 방역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양돈농가의 선진화다. 외국에선 양돈 농장에 사료 차가 들어가는 일이 없다. 양돈 농장 밖에서 사료를 주는 시설이 돼 있다. 출하할 때도 양돈 농장 안으로 차가 들어가지 않고 외부경계에서 차에 싣는다. 농장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선 완전 세척·소독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위험요소를 아예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우리 양돈 농가들도 세척·소독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잔반을 먹이로 사용하지 말고, 야생동물이 접근할 수 없게 울타리도 철저하게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 10월이 지나면 ASF 확산 방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ASF는 환경 저항성이 크다. 날씨가 추워지면 농가와 야생 멧돼지 소독도 어렵다. 11월이 되면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소독 효과가 떨어진다. 이번 달 이내에 꼭 ASF를 근절해야 한다. 11월로 넘어가면 날씨가 추워져 방역에 어려움이 크다."

- 양돈 농가에선 ASF 발병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재입식(돼지를 다시 우리에 넣어 기르는 것)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과학적인 분석을 마치면 재입식을 허용하는 게 맞다. 그때는 ASF 퍼지는 걸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다만 정부가 정밀조사와 정책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

- 정밀한 조사와 정책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ASF 바이러스가 감염지역에서 완전히 없어졌다는 걸 확인해야 한다. 먼저 ASF 발생 양돈 농장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 해당 지역 야생동물도 재조사해야 한다. 그다음 완전히 안전해졌다고 판단됐을 때 재입식을 하면 된다. 다만 재입식을 할 때 앞서 말했듯이 양돈 농가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 악성 바이러스에 똑같은 고충을 당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을 갖출 농가 지원책도 필요하다." 

-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째 잔반 급여 금지다. 일부 농가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야생동물에 대한 관리 방안도 필요하다. 감염지역 야생 멧돼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완충 지역 밖에서 감염지역 쪽으로 몰아가는 방법을 써야 한다. 세 번째는 양돈농가의 재입식을 위해 정확한 근거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ASF의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과학적인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SF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면 안 된다. 무서운 질병인 것은 맞지만 두렵게 대응할 질병은 아니다. 과학적인 예측이 가능한 통제 가능한 바이러스다. 실제로 1차 ASF 발생 농가 사례를 보자. 우선 농장 주인의 신고가 빨랐다. 정부 대응도 신의 한 수였다. 새벽 6시경 곧바로 48시간 동안 이동을 제한하면서 ASF가 급격하게 확산하는 것을 막았다.
  
언론도 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ASF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돈육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돈 농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베트남이랑 상황이 다르다. 일단 농가에서 출하할 때 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면 출하하지 않는다. 도축장에서도 이중 검사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후 검사도 한다. ASF에 감염된 돼지를 소비자가 먹을 확률은 제로다. 더욱이 ASF는 불화되는 바이러스로 지난 100년 동안 사람이 ASF에 걸린 적은 단 한 건도 없다."

태그:#아프리카돼지열병, #A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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