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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지역의 한 재개발 현장
▲ 타워크레인 노동자 고공농성 이틀째 서울 은평구 지역의 한 재개발 현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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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정작 시장은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내년 4월까지 상한제 적용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면서,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집값 정상화는 물 건너갔다"는 한탄도 나온다.

시행령 개정안, 29일 시행되지만...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오는 29일 관보에 게재되면 정식 시행된다.

개정안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요건을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한 지역' 등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행령 개정안 시행이 당장 분양가상한제의 전면 시행을 의미하진 않는다. 정부는 개정안에 따른 요건을 충족시킨 지역을 대상으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적용 지역도 시군구가 아닌 동별로 세부 지정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시행령의 관보 게재와 함께 시행 지역을 지정할 방침이지만, 상한제 지정 지역은 서울 강남 등 극히 일부 지역에만 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6개월 이내 분양 개시하면 적용 안돼

신속하게 지역을 선정해도 내년 4월까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나오기 어렵다. 정부가 시행령 시행 6개월 이내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상한제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행령이 10월 29일 시행될 경우, 정비조합은 내년 4월 29일 이전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면 별다른 규제 없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종이호랑이'가 돼버렸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집값 하락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내년 4월로 미뤄지면서, 시행령이 시행되고 지역이 지정돼도 집값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면서 "내년 4월 이후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나오더라도, 아파트 가격을 낮출 정도의 물량이 될 수 있는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집값에 별다른 영향 없다"
 

김은진 부동산 114 팀장 "재개발·재건축 분양가가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데, 유예 기간을 줬으니 내년 4월까지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내년 4월 이후에도 가격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정부가 부동산 시장 눈치보기를 하면서 사실상 집값 잡기를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시행할 때 효과는 강력하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서 확대 실시할 경우, 1년간 1.1%p의 서울 주택가격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만약 4년 동안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서울 주택 가격은 11.0%포인트 하락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상 급등했던 서울 집값을 상당부분 정상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렇게 효과가 증명된 분양가상한제를 유예하고, 빠져나갈 구멍까지 만들어주면서, 정부가 집값 잡기를 포기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상한제가 유예되는 기간동안 건설사들은 밀어내기식 분양을 하고,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를 것"이라며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재건축 아파트들이 대부분 상한제 적용을 빠져나간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김 국장은 또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업계와 투기세력을 대변하면서, 집값 잡을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머뭇거리면서 결국 온 국민을 부동산투기판으로 내모는 꼴이 돼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반대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비아냥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분양가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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