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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권센터가 21일 공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에 NSC(국가안정보장회의) 관련 부분.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돼 있다. 문건 작성 당시 NSC 의장인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21일 공개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에 NSC(국가안정보장회의) 관련 부분.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돼 있다. 문건 작성 당시 NSC 의장인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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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계엄 업무 대비 문건보다 이건 실행 계획에 가까워요. 이거 우리나라가 지금 홍콩같이 될 뻔했습니다."

21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공개된 '계엄령 문건'(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국군기무사령부 작성)을 두고 김종대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2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성토의 말이다. 인권유린과 폭압이 판치는 홍콩 사태를 내세워 극한 위기감을 표현했지만, 계엄령이 실행됐다면 우려는 이 정도로 그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경찰력에 의해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홍콩과 군인들의 총칼로 인권이 짓밟히는 계엄령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긴 어렵다. 새로 밝혀진 계엄령 문건을 보면서 대학 때 숨죽여 봤던 1980년 광주 비디오의 끔찍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가 홍콩같이? 그 정도가 아니다
 
박근혜 취임 4주년 광화문에 모인 촛불인파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7년 2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즉각탄핵과 특검연장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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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문건의 내용처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시기에 계엄이 실행됐다면 어땠을까? 당장, 당시 야당 국회의원 몇몇은 계엄사에 끌려가 죽도록 맞고 구속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계엄해제 시도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는 세부 내용을 군사비밀 문건에 엄포용으로 써놓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1980년 7월 전두환의 계엄사령부는 '광주사태'(?)의 배후가 김대중이라며 내란음모 사건을 발표했다. 과거의 사례에서 유추해 봤을 때, 2017년 군사법정에서 야당의 모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는다는 상상은 과하지 않아 보인다. '반정부 정치활동 의원 집중검거 후 사법처리'라는 실행 방안이 뚜렷이 적혀 있지 않은가.

세상 이야기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국경도 없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는 지금, 계엄령 실행은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건 모르는 소리다. 준비 문건에는 보도검열단 및 언론대책반을 편성해 운영에 관한 도표까지 준비돼 있었다. 방송·신문·통신·외신·출판·공연·전시·음반, 사이버대책반까지 나눠 검열단의 투입인원까지 준비해놨다. 

기무사는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 및 소셜미디어 차단을 계획하면서 2016년 터키 군부 쿠데타 때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차단한 사실도 언급했다. 전두환 정권의 총칼이 광주를 둘러싸고 진실은 은폐했었다. 박근혜 정권의 기무사는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고 소셜미디어를 차단해 폭압을 숨기려 계획한 것이다. 

'기무사 헌병 경찰과 국정원 수사국에서 계엄법 위반자를 수사하고 1·2심 재판을 군사법원에서 처리하겠다'는 구상. '광화문은 물론 여의도와 서울역 일대에 무장 군인을 배치하고 한강의 10개의 다리를 통제하겠다'는 계획은 홍콩 경찰 수준의 계획이라기보다는 학살을 통해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계엄사령부의 계획과 닮았다.

지난 2016년 말부터 2017년 3월까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의 꼬투리를 잡아 국민 앞에 총구를 들이밀고 부패한 정권을 지키겠다는 야심이다. 이런 야심이 계엄령 입안자의 머릿속에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반드시 밝혀져야 할 의혹이다.

'강한 부정'만 있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의 해명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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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제 그런 말을 했을 거예요. 계엄령의 '계' 자도 못 들었다. 저에게는 보고된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지금 얘기한 것은 거짓입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아마, 고소나 고발을 통해서 사법조치가 되도록 그렇게 할 것입니다." - 10월 2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계엄령 문건'을 공개하면서 탄핵 정국 당시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계엄령 계획을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한국당은 '정체불명의 시민단체를 앞세운 친문친위대의 정치공작' '제1야당 대표 흠집내기'라면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국민들도 황교안 대표의 말을 믿고 싶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엄을 선포하고 촛불이 일렁이는 광화문에 탱크를 들이민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참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엄령의 '계' 자도 못 들었다는 강한 부정만으로 의혹을 씻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국무총리로서, 탄핵된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는 권한대행으로서 기무사의 계엄령 준비를 몰랐다는 건 정황상 쉽게 이해될 수 없다. '계엄령 문건'에는 국무총리나 청와대, NSC가 계엄준비시 해야 할 역할과 진행과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기무사가 독자적으로 계엄준비를 했다는 말을 믿는다 치더라도 계엄선포는 국무총리나 권한대행을 통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를 몰랐다면 기관의 '쿠데타 음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자인하는 셈이다.

또 국무총리나 권한대행도 모르는 계엄령으로 어떻게 국정원과 경찰과 군부대를 움직일 수 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계엄인지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의혹이 거짓이거나 잘못된 추론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의 결백은 강한 부정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했던 민·군 합동수사단은 계엄령 문건을 두고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될 소지가 있고, 폭동에 해당할 수도 있다"라고 불기소 결정서에 적시해 놨다. 그러나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의 신원 확보가 가능하지 않아 기소를 중지했다.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됐다(관련 기사 : [단독] "계엄령 문건=폭동 가능성" 판단해놓고, 수사단은 왜?).

'표창장'에 보여준 검찰 수사력, 쿠데타 음모엔 어떨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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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폭로된 '계엄령 문건'을 두고 이전 민·군 합동수사단의 수사 적절성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폭로된 문건과 같은 계엄령 문건을 당시 민·관 합동수사단이 확보하고도 수사하고도 은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과, 졸속수사 책임에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합동수사단의 수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렇게 의도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당시 합동조사단의 체계상 서울중앙지검장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라인에 있었고 불기소이유통지에 직인을 찍은 이도 그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강한 부정 해명보다 시급한 것은 대검찰청 등의 사실관계 규명이다. 

다시 수사해야 한다. 합동수사단이 은폐를 했든 안 했든 새로운 문건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문건에는 지난해 공개된 문건보다 더 확실한 '계획'이 담겼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검찰수사를 두고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그 지적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의혹에 대한 수사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처럼 전방위적으로 수사해야 하지 않을까. 조국 전 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 의혹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인력을 동원했던 검찰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쿠데타 모의 정황이 담긴 새 증거 앞에서 '조현천이 잡히지 않아서'라는 핑계를 댈 순 없는 일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전두환·노태우 처벌을 요구한 국민들의 고소·고발이 있었던 1995년,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 장윤석 검사가 한 말이다. 윤석열 체제의 검찰이 '실행되지 못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진 않을 것이라 본다. 그때의 검찰과 지금의 검찰은 다르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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