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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창 생리대' 이후 청소년에게 차등없이 생리대가 지원되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전국 각 지자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리대와 인권의 문제를 짚어보며 왜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기자 말 
 
△ 바닥에 놓여진 생리대
 △ 바닥에 놓여진 생리대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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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와 월경, 그동안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는 공론장에서 듣기 어려운 말이었다. 일상에서조차 월경은 '그날' '마법'이라는 말로 대체되어 왔고 생리대는 검은 봉지에 담겨 화장실 칸 안에서만 빛을 볼 수 있었다. 월경을 터부시하는 사회문화로 인해 월경은 숨겨야 할, 스스로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로 여겨졌다.  

'깔창 생리대'가 이 사회에 던진 메세지

2016년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는 청소년들이 운동화 깔창을 생리대 대신 사용한다는 소식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월경을 부끄럽고 사소한 것으로 여기며 쉬쉬하는 동안 생활필수품인 월경용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깔창 생리대' 사건은 생리대 등의 월경용품이 선택 가능한 것이 아닌 월경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이라는 합의도, 월경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을 지원받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회적인 인식도 없었기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월경은 자신이 월경을 할지 말지 또 언제 어떻게 할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월경은 각자의 학습·노동·주거 환경과 맞닿아있는 문제이자 세대, 지역, 계급 등 다양한 정체성과 연관된 일이다. 특히 소득이 없거나 양육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월경문제는 학습권, 건강권, 경제권 등과 연결된 기본권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청소년에게 시혜가 아닌 권리를 보장하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의회 앞에서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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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조건 없이 무상지급해야 한다고 말하면 누군가는 "저소득층에게만 지급하면 안 되냐"고 되묻는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무상지급하고 있지만 신청률은 62.6%(2019년 4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지원제도가 만들어진 지 약 2년이 지났음에도 동사무소에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지원 대상자가 저소득층인 것이 드러났을 때의 사회적 낙인 등으로 인해 낮은 신청률을 보인다.
  
이뿐 아니라 생리대를 사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지원대상에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 양육자가 지원신청을 거부하는 경우(월경 터부, 지원신청의 문턱 등), 홍보의 부족으로 지원제도에 대해 모르는 경우 등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지급방식은 또 다른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은 충분히 가능하다
  
월경용품 무상지원이 시행된 뉴욕 공립학교의 모습
 월경용품 무상지원이 시행된 뉴욕 공립학교의 모습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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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뉴욕시에서는 미국 최초로 공립학교와 교도소, 쉼터에 월경용품을 지원하는 '무료 탐폰'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2018 스코틀랜드는 초·중·고등학생 및 대학생에게 월경용품을 무상지급하는 예산안을 승인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월경을 정치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으며 시혜적인 방식이 아닌 보편적인 지급을 통해 여성들의 월경권을 보장하고자 하고 있다.

지난 4월, 여주시는 관내에 거주하는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보건위생용품 구매비 혹은 이용권을 지원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서울 구로구, 광주시, 경기도 등 각 지자체에서도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을 서울에서도 시작하면 어떨까? 서울시는 여주시의 세 배가 넘는 재정자립도를 가지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먹히지 않는다.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가 있다. 이제는 각 지자체가 나서서 여성청소년의 기본권과 월경권을 보장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를 작성한 안현진 기자는 여성환경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생리대, #무상지급, #보편복지, #월경, #청소년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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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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