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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2019.7.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2019.7.1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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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이 두 달여 남은 상황,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미국 하원은 오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탄핵 조사를 공식화하는 결의안을 표결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시작된 이후 탄핵 관련 공식표결은 처음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9월 24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개시한 뒤 하원 정보위를 비롯한 3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 투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여부가 아닌, 조사 기본 절차를 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하원 결의안이 "투명성을 보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분명한 길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이 탄핵 절차를 시작한 건 '우크라이나 의혹'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그동안 백악관은 하원의 문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전·현직 관리들에게 소환 요구를 무시하도록 지시하는 등 조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비공개 증언을 청취 중인 민주당은 일부 증인이 공개 증언하는 공청회를 검토 중이다. 증언을 거부한 증인에게 의회모욕죄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탄핵을 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아직 탄핵에 결정적 역할을 할 단서가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가 탄핵되려면 하원이 아닌 상원의 공화당이 움직여야 하는데, 공화당이 무너지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원의원 100명 중 공화당이 53명, 민주당이 45명, 무소속이 2명인 상황이다.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찬성이 결정된다고 해도,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은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트럼프, 비핵화에 적극적일까] "미국 내 정치상황 눈치볼 것"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시작 기자회견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시작 기자회견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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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조사와 내년 미국 대선(2020년 11월 3일)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어떤 자세를 취할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은 깨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미국 내 정치 상황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 될수록 북한과의 협상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를 내주는 등 북한의 요구에 화답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 교수는 "북한은 미국에 양보를 원하는데, 미국 정치상황을 신경 써야 할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작은 양보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내 정치상황이 힘든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까지 들어주면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때까지 구체적인 협상보다는 북한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정도를 원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 김정은과의 만남을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골치아프니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이 판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한발 물러설까 나설까] "북한, 트럼프의 미국과 대화 원할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2019.6.30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2019.6.3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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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트럼프 탄핵 가능성이 높거나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비핵화 협상의 판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사실 북한은 미국 정권 교체기마다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북한은 1994년에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맺은 제네바 합의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으로 2002년 결국 무효화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조금 다른 상황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놓치고 싶지 않은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바이든, 워런 후보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북한은 줄곧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만이 비핵화 협상을 끌고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내 여론은 '북한과의 협상'에 미온적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협상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의원 중에서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 내 전문가 등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트럼프가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단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도 미국 내 정치상황의 판을 읽고 있겠지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기에 협상을 이끌고 나가려 한다는 것.

김정 교수는 "트럼프가 흔들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너지는 수준은 아니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거나 트럼프와 대화를 중단하려면,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게 확실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 수준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김계관, 김영철 등이 담화를 발표하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초조하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두 달 여 앞두고 권력 핵심부 인사들이 전방위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이달 초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북미 핵 협상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지휘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도 담화를 발표했다. 이들의 메시지는 하나다. 미국에 시한을 거듭 상기시키며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는 것이다.

이상신 연구위원은 "북한은 아직 미국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려 북한이 적극적"이라며 "북한이 여러 인사를 동원해 미국에 메시지를 내는 건 미국에 대화하자는 요구"라고 짚었다.

태그:#북한, #미국,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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