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06 18:08최종 업데이트 19.11.19 18:52
  • 본문듣기

그리스 장수 아이아스가 아테나 성상에 매달려 있는 카산드라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어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주거정책을 저주하는 그들

트로이의 카산드라 공주는 예언의 신 아폴론에게 예언 능력을 받았지만 그의 사랑을 거절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겼다. '목마를 성안으로 들이면 트로이가 멸망한다'는 그녀의 예언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트로이는 멸망한다.


신화 속의 카산드라는 미래를 볼 수 있지만 설득력이 없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데, 미래를 볼 수 없지만 설득력이 있는 가짜 카산드라, 일부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 등이 문재인 정부 주거정책의 실패를 섣불리 예언하고 있다.

8·2대책, 9·13대책이 나오기가 무섭게 실패를 예언하고 있으며,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고개를 들면서 시장의 비웃음을 샀던 '참여정부 시즌 2'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건설·부동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부 전문가와 언론 등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전방위로 공격하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했는데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분양가상한제에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고, 공급만 위축시킬 것'이라는 예언이 횡행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할 때 당연히 가져야 하는 '틀릴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책 효과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어렴풋이 그려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무시된다. 전망에 필요한 인구·가구 구조, 소득 등 기본 변수에 대한 분석은 물론 주택 가격 동향 분석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인근 부동산을 찾아 최근의 분위기를 살피는 게 일부 전문가와 언론 등이 주로 하는 일이다.

그들에게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은 과학과 분석보다 '감'의 영역, 즉 '점성술'의 영역이다. 하루만 지나면 맞고 틀리고가 명확하게 밝혀지는 일기예보와 달리 1년 또는 6개월이 지나야 주택 시장 전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하는데, 그 때가 되면 전망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흐지부지된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미래의 주택 시장에 대한 '가짜 뉴스'가 또 다른 '가짜 뉴스'를 덮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금리, 심리, 정책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주택 가격에 대한 전망은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물론 공식 부동산 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감정원의 전망도 맞은 적이 거의 없다. 2018년 7월부터 9·13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서울 주택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지만 한국감정원은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감정원이 2018년 7월 12일 발표한 '2018년도 상반기 부동산시장 동향 및 하반기 전망'에서는 수도권을 보합으로 발표했다. 2018년 7월 16일 전국 6,000여 협력공인중개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하반기 주택시장에 대한 공인중개사들의 예상은 하락 25.5%, 보합 62.3%, 상승 12.2%이었다. 이 전망은 결국 완전히 틀린 것이었는데, 한국감정원은 이런 엉터리 조사 결과를 6개월 마다 발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장기 집값 전망은 자기실현적 예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떨어질 것'이라고, 올라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건설·부동산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혹은 스스로가 이해관계자인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집값이 '올라갈 것' 아니 '올라가야 한다'고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 없애면 집값 폭등했던 엄연한 역사

일부 언론에서는 건설·부동산 업계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주택 시장 전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설문조사라는 형식을 빌려 여러 명에게 응답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한치 앞을 볼 수 없고, 공인중개사도 건설·부동산 업계 종사자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건설업계에는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라는 건배사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호응하듯 거침없이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폈던 박근혜 정부 때 호황을 누렸던 건설·부동산 업계는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목재 및 마루 사업으로 성장해온 동화그룹은 2015년 한국일보를, 중흥건설이 모태인 중흥그룹은 2019년 헤럴드경제를 인수했고, 호반건설은 2019년 서울신문의 주식을 사들여 3대 주주가 되었다. 호반건설은 2011년 광주방송을 인수했고, 태영건설은 지상파 방송사 SBS의 지배주주이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사주와 대주주인 건설자본으로부터 언론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건설자본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언론, 특히 건설자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언론이 앞 다투어 '실패할 것이다'는 전망과 정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건설자본에 의한 '언론 사유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 신상호

 
1981년 민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가가 상승해 1983년 다시 규제가 도입되어 1989년까지 유지되었고, 이후 원가연동제가 도입되었다가 1999년 분양가가 전면자율화 되었다. 전면자율화 이후 분양가가 급등해 2005년 공공택지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었고, 2007년 민간택지로 확대되었다. 2007년부터 2015년 4월 박근혜 정부에 의해 분양가상한제가 실질적으로 폐지될 때까지 주택 시장, 특히 서울의 주택 시장은 수 년 동안 안정세가 유지되었다.

윤관석 의원실에 의하면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가 실질적으로 폐지된 2015년부터 4년간 2,056만원에서 3,153만원으로 53%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의 3.3㎡당 실거래 매매가는 2015년 2,014만원에서 2019년 상반기 3,333만원으로 66% 상승했는데, 연도별로 매매가와 분양가가 거의 유사해 두 가격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분양가 규제를 실시하는 동안에는 집값이 안정되다가 자율화하면 분양가가 상승하는 역사적 경험이 우리 사회에는 여러 번 축적되어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어도 결국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과 언론의 전망은 근거 없는 '미래에 대한 바람' 혹은 '저주'에 가깝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를 분석해 보면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논의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 해 7월 이후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매매가는 2019년 6월 3,627만원으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하기 시작해 7월 3,570만원, 8월 3,358만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는 2019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9년 8월 역대 최고점인 7,051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과 강남 아파트의 월별 가격 변화 흐름이 엇갈리는 현재 시점에서 향후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집값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그 영향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제대로 된 전망이 이루어져야 한다.

업자와 언론은 어설픈 점쟁이 흉내를 멈춰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건설자본이 받고 싶은 만큼 책정하는 고분양가를 통해 용적률 상승에 따른 개발 이익을 조합과 건설자본이 독점하고, 이로 인해 주변 집값까지 폭등하는 문제를 사회가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참여정부 때처럼 분양가상한제를 모든 택지에 대해 의무 시행할 수 있도록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민간택지에 대해서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현행 방식으로는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정권이 바뀌면 곧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게 되면, '조금만 참으면 집값이 또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핀셋 규제' 방식으로는 풍선 효과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힘들고, 일부 제한된 규제 지역이 아닌 전국에서 분양가심사위원회를 통한 적정한 분양가 책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행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 등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역사적 경험과 데이터에 대한 분석 없이 점쟁이 흉내 내는 것을 멈춰야 한다. 한국감정원도 공인중개사들이 주택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게 아니라, 실거래가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

미래를 볼 수 없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큰 목소리를 가진 가짜 카산드라, 일부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 등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비극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시민의 깨어 있는 힘이 절실하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