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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 필 무렵의 일본 구마모트 성(2008. 4. 2.)
 벚꽃 필 무렵의 일본 구마모트 성(2008. 4. 2.)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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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지난 10월초 민화협의 한 직원(김민아 간사)으로부터 11월 3일에서 6일까지 일본 우키시마(浮島丸) 호 사건 추도회에 참석요청을 받았다. 그 사건은 내가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3년사>를 집필할 때 숙지하였던, 일제강제동원 노동자들이 귀국 길에 겪은 황당한, 비극적인 참사였다. 그 현장을 74년 만에 유족들이 찾아간다는데 한 기록자로서 동행 취재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기에 선뜻 따라나섰다.

11월 3일 오후 4시 55분 김포공항 발 대한항공 KE739 편이지만 그날 일찍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 19분 원주 발 청량리 행 무궁화호를 탔다. 여행에서 짐처럼 짐스러운 것 없지만, 나의 취재가방에는 늘 장비가 많게 마련이다. 카메라, 플래시, 배터리 충전기, 멀티어댑터에 이번에는 노트북까지 지참했다. 그러다 보니 짐은 이전의 해외 취재여행 때처럼 쏠쏠 했다.

원주에서 청량리로 가는 중앙선 언저리의 산하 경치가 일품이었다. 추색이 한껏 짙은 이즈음은 두목(杜牧)의 시구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서리에 물든 나뭇잎이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 그대로다.

이번 우키시마 호 사건 한인 희생자 추도제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의 공동 주최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약속시간보다 1시간 빠른 2시 30분이었다.   

공항 4층 밥집에서 늦은 점심을 느긋이 먹고 2층 대합실로 가자 민화협 오유정 간사가 "선생님!"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의 도움으로 다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취재여행을 할 수 있었다.

16시 55분 정시에 이륙한 대한항공 KE739편은 커피 한 잔 마시고 두리번거리는 새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닿았다. 새삼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 나라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이렇게 '가까운 이웃나라'가 왜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되었을까?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가깝고도 먼 나라'로 살아야 할까? 어쩌면 이생의 마지막일 이번 일제강점기 역사 현장 답사 내내 나는 이 점을 골똘히 생각해 볼 예정이다.
 
 우키시마 호 침몰 현장인 교토 부 마이즈루 만 내해
 우키시마 호 침몰 현장인 교토 부 마이즈루 만 내해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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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생활철학

18시 55분에 간사이공항에 닿았다. 이 공항은 일본 긴키지방의 오사카, 고베, 교토의 관문으로,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이라고 한다. 곧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 섬인데,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 나라들은 이와 같이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해수면이 오를 것이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태평양의 어느 섬은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바다에 잠겼고, 2050년대에는 태평양 여러 섬들과 연안의 여러 도시들이 수몰될 위기라 한다.

그날 저녁 숙소는 간사이공항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짐을 풀고 곧장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일본 방문 때마다 경험한 바이지만, 일본인들의 자원을 아끼는 절약정신, 소식(小食), 그리고 청결함에 탄복치 않을 수 없다. 숙소 구내식당의 우동그릇은 마치 어린이 소꿉놀이 장난감 같았고, 우리가 일용으로 먹는 김도 그 크기가 1/4의 정도임에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전에 나는 일본 내해를 항해하면서 선식(船食, 배 안에서 식사)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밥공기조차도 소, 중, 대로 나눠 크기에 따라 150엔, 200엔, 250엔으로 차등해서 팔고 있었다. 식사 후 내 방으로 와서 세면장에서 이를 닦는데, 거기 마련된 칫솔 역시도 어린이용처럼 매우 작았다.

우리는 일본을 '왜소하다', '구불구불하다'는 뜻의 왜(倭), 왜국, 왜놈으로, 또는 '작다', '쩨쩨하다'는 말로 깔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작은 일본이 그들보다 몇 십 배나 더 큰 중국을, 러시아를 이긴 힘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그것은 작은 것이 더 강하다는 그들의 신념이요, 확집이요, 생활철학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무엇이든지 작게 만들고, 그 작은 것을 즐기면서, 그 조그마한 상품을 더욱 작게 만들어 외국에다가 내다팔면서 부국강병을 이루었다. 그들의 자원 절약정신은 우리가 배울 덕목이 아닐까.
 
 종이 컵에 담긴 나토(왼쪽)와 우리가 일용하는 1/4 크기의 구운 김
 종이 컵에 담긴 나토(왼쪽)와 우리가 일용하는 1/4 크기의 구운 김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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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네와 다테마에

우리는 그들의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의 이중성을 경계하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겨레는 두 번 다시 일본에게 나라와 국혼(國魂, 나라의 넋)을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밤이 깊어도 숙소 창밖은 대낮처럼 환하다. 한일 두 나라의 바람직한 미래, 곧 '가까운 이웃 나라'로 발전할 이런저런 묘안을 가다듬는 새, 긴 여독 탓인지 눈꺼풀이 쉽게 감겼다. 

(* 다음 회에 계속)
 
 한일병탄에 찬성한 조선 고관부인들의 일본 나들이로,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일병탄에 찬성한 조선 고관부인들의 일본 나들이로,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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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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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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