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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관련,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 구속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
201일. 지난 4월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으로 고소·고발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한 사람은 검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간 지 58일 만에 구속된 반면, 다른 한 사람(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은 고소·고발된 지 무려 201일이 지나서야 -그것도 59명을 대신해- 소환조사를 받았다.

58일과 201일. 검찰은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 극명하고도 살벌한(?) 차이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러쿵 저러쿵 뒷말이 쏟아지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죽하면 정의당 원내지도부가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폭력 사건에 연루된 한국당 의원들을 신속하게 수사하라며 대검을 항의 방문(12일)하고, 소환조사에 대해서도 "달팽이보다도 느린 늑장출석"(13일)이라고 '콕' 집어 말을 했을까.

실제 두 사건은 수사의 속도 뿐만이 아니라 내용과 분위기 역시 확연히 달라 보인다. 정 교수의 경우, 검찰은 여야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한 다음날인 8월 27일 부산대의학전문대학원·서울대·고려대·웅동학원 등 10여 곳에 대해 고강도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기와 사안, 그동안의 수사 관행 등을 감안해 볼 때 검찰 수사가 그만큼 이례적이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9월 6일 자정을 앞두고 정 교수를 전격 기소해 청문회장을 일순간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청문회 도중 검찰의 후보자 가족 기소 역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당시 청문회 도중 "처와 자녀 등 온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으로 구속될지도 모른다.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데도 결정을 못 하나?"라며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생활기록부 유출 논란의 당사자인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아예 기소를 확신하고 있는 듯 질의를 이어갔다. 그는 "표창장이 위조된 것으로 밝혀지면 후보 사퇴를 하시겠다고 그렇게 답변한 것으로 저는 기억한다"라며 "(표창장 위조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가 오늘 밤 12시이기 때문에 검찰은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조 전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런가 하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검찰 내부에서도 분출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페이스북에 "저는 사건의 실체를 알지 못 한다. 제가 아는 건 극히 이례적 수사라는 것, 검찰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려해선 안 된다는 것 그뿐이다"(9월 7일), "검찰권남용 피해의 당사자로서 유례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9월 8일)라며 검찰의 수사가 '이례적'이고 '유례없는' 경우라고 꼬집었다.

임은정 검사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사건 배당과 투입 인력으로 장난치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긴 하지만 검찰의 정치개입이 참 노골적이다 싶다"(9월 7일, 페이스북), "검찰의 생리는 총장님이 결단하시고 이 수사의 주체가 되셨기 때문에 사냥과 같은 수사가 시작된다. 지금 우리 검찰에서 전 병력을 투입해서 열심히 수사하고 있지 않나?"(9월 20일, 검사 공문서 위조사건 고발인 조사 출석 당시)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또 현직 부장검사인 진모 검사는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검찰 수사를 가리켜 "정치개입"이라 못박기도 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진 검사는 9월 8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의 편파수사, 정치개입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에서 "지난 3주 동안 110만건의 기삿거리를 쏟아내면서 '당신이 이렇게 의혹이 많으니 그만둬라, 물러나지 않으면 주변을 더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족을 넘어 사건의 참고인들, 참고인의 주변인들을 뒤지는 듯한 인상을 언론에 흘리면서 '재판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진술하지 않으면 너의 비리를 더 수사할 것'이라는 압박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조 전 장관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정치권, 법조계, 시민사회 등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의 '별건수사', '먼지털이 수사', '신상털기 수사', '반인권적 수사' 행태를 문제 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의 경우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와 비교해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된다. 무려 201일 만에 첫 소환조사가 이뤄진 현실을 비꼰 정의당의 논평처럼 검찰이 늦장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여야는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 설치 법안 등 패스트트랙 입법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고소·고발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109명이 검찰에 고소·고발 당했고, 이 중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의원 30여 명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주지하는 것처럼 한국당 의원은 13일 나 원내대표가 조사를 받기 전까지 단 한 명도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경찰과 검찰의 소환 요구에 모두 4차례나 불응하면서 이날까지 버텨왔다.

검찰은 정 교수가 받고 있는 입시부정 의혹과 10억 원 상당의 사모펀드 의혹 수사에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을 투입해 7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펼쳐왔다.

검찰의 뜨거운 수사 의지와 열정을 생각한다면 의안 접수와 의사일정 방해, 의원 감금, 국회 기물 파손 등 국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엄격하고 세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더욱이 나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를 저와 자유한국당은 반드시 지켜내겠다.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여권의 무도함에 대해 역사는 똑똑히 기억하고 심판할 것이다"라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의원들의 불법 폭력 행위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국회선진화법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주도해 만든 법이다. 그리고 패스트트랙은 법안 처리가 무기한 표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법 규정대로 진행된 정당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물리적 폭력을 동반해 얼룩지게 만들었으면서도 궤변으로, 소환 불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이날 "자유한국당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며 한국당 의원들을 대표해서 자신만 수사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선별적 수사를 받겠다는 초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간 이런 저런 핑계로 수사에 불응해온 당사자치고는 참으로 무책임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관심은 자연스럽게 검찰로 모아지고 있다. 조 전 장관 관련 의혹 수사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검찰이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 수사와 관련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열린 취임식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집행에 임해야 한다"는 취임사를 남겼다.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당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고 어떻게 수사했는지 조금 있으면 다 드러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수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간 조 전 장관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선택적 수사' 행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검찰은 58일과 201일 사이의 간극이 야기시킨 불신을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 수많은 눈길이 검찰을 향하고 있다. 윤 총장이 천명한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의 상식에 맞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서초동을 뜨겁게 수놓았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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