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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성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전문가와 성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많은 두 아이의 엄마가 쓴 성교육 책이다. 자식이 대학 신입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성에 관해서는 아이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아재' 독자로서는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다.

주문한 책을 기다리는 것은 항상 설레지만 이 책은 유난히 그랬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공동저자인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가 부디 발칙한 질문을 거침없이 해주기를 응원하면서 배송상황을 실시간으로 주시한 끝에 영접을 하였다.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심에스더, 최은경 지음, 오마이북(2019)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심에스더, 최은경 지음, 오마이북(2019)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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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기자와 나는 더 이상 성교육을 받고 실습(?)을 해볼 기대로 잠을 설칠 나이는 아니다. 다만 자식과 어떻게 섹스 이야기를 나눌지 모르는 부모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아이를 둔 부모가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길을 끌어서 베스트셀러가 되겠다는 욕심은 보이지 않고 부모가 알아야 할 필요한 성지식을 차분하고 자세하게 알려준다. 성교육 책에도 필수 교과목이 있다면 이 책이 교재가 되어야 한다.

요즘 학교에서는 예전과는 달리 성교육을 좀 더 많이 한다. 하지만 정규교과가 아니고 이따금씩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성 문제를 일상이 아닌 과외활동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성 교육 자체가 성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고 있는데 민망하게 부모가 가정에서 성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지도 모르겠다. 이 의문에 대한 내 대답은 확고하다. '부모의 성교육은 학교와는 별개로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이 실제로 만나는 성과 관련된 일들은 가정을 비롯한 학교 밖에서 주로 일어나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에는 성에 눈뜨기 시작하는 자식을 둔 부모라면 꼭 알아야 할 성지식과 이슈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망라되어 있다. 노브라, 19금 동영상, 화장하는 아이, 생리, 동성애, 낙태(임신중단), 데이트 폭력, 장애인의 성, 성범죄 등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아이를 위한 성교육 강사가 아니고 학생이 먼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른이라면 이 책이 좋은 선생이 되어 줄 수 있겠다. 

생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생리 혈 자체에 나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고 생리대에 들어 있는 화학약품 때문에 불쾌한 냄새가 생성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생리하는 여자의 고생을 단지 생리통으로만 생각했던 무지도 반성하게 되었다. 자기도 느끼지 못하게 생리 혈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굴을 낳은 느낌'이 난다니 그 불편함을 상상도 못하겠다.

이 책이 성을 배우지 못한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생리 컵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상한 책이기도 하니까.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을 읽다가 육성으로 한탄하게 된 부분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섹스를 '남자가 성기를 삽입하면서 시작되고 사정을 하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섹스는 남자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닌데 남자의 행위로 시작해서 끝나는 것이 섹스라는 인식이 만연한 것이다. 섹스의 주체로서 여성은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섹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영접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 용감하게 성교육,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심에스더, 최은경 (지은이), 오마이북(2019)


태그:#성교육, #최은경,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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