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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봉산 고공농성장 앞에 붙여진 현수막이다.
 일봉산 고공농성장 앞에 붙여진 현수막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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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일봉산 난개발을 반대하며 8일째 고공농성을 진행중인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일봉산 지키기 주민대책위는 일봉산 개발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천안시 의회는 20일 '주민투표 청구안'을 부결시켰다.

청구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21일 오전 서상옥 사무국장은 "천안 시민들께 고합니다"라며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천안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메지시를 통해 "주민투표 청구 안건이 부결됐다는 소식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고공농성에 이어 단식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주민투표 청구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서 사무국장은 "주민투표는 행정 절차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더 큰 공익과 주민의 피해를 끝까지 막을 목적으로 정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라며 "이는 사업을 당장 중단시키는 조치도, 절차도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2019년 11월 20일은 그나마 자라고 있던 우리 지역 민주주주의의 텃밭을 무참히 밝고 짓뭉갠 날"이라고 덧붙였다.

서 사무국장은 단식 농성의 의미에 대해서도 "밤새 생각했다. 절망하고 더 아우성치기 위해 하는 단식이 아니다. 끝에 이르러 다시 돌아오기 위한 단식"이라며 "더 내려놓고 침잠하며 자연 앞에 겸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서상옥 사무국장이 단식에 앞서 천안 시민들에게 보낸 메시지 전문이다.
 
핼리캠으로 찍은 서상옥 활동가. 그는 현재 일봉산에서 고공농성을 진행 중이다.
 핼리캠으로 찍은 서상옥 활동가. 그는 현재 일봉산에서 고공농성을 진행 중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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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천안 시민들께 고합니다.
­6.2m 참나무숲 고공농성에 이어 단식에 들어가며 ­

참담한 아침을 맞습니다. 하루하루 목조여 오는 개발 세력의 포크레인이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어제 천안시의회의 주민 의사 확인을 위한 '주민투표 청구 안건' 부결 소식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우리는,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요?

밤을 새며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시민을 대신해 시정을 감시하고 대변할 이유로 의회를 구성한 25분 한 분 한 분 만나고 싶습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난개발 된다", "천안시는 공원을 매입할 돈이 없다" 이렇게 우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겠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또한 이 물음에 답을 찾았고, 또 그렇게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도시 공원의 일부를 지키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한 평의 공원도 더 이상 우리 세대의 이익을 위해 난도질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입니다.

그래서 이 땅의 주인이고 주권자인 시민에게 어찌하면 좋을지 물어보자 제안 드렸습니다. "이미 행정 절차가 진행되어 어렸다고요?" 아닙니다. '주민투표'는 행정 절차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더 큰 공익과 주민의 피해를 끝까지 막을 목적으로 법이 정한 최소한의 민주주의 장치입니다. 그래서 천안시의회에 마지막으로 주민 의견을 묻는 절차를 천안시에 제안하시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는 사업을 당장 중단시키는 조치도, 절차도 아닙니다. 의회는 주민의 민주주의 광장을 확대하고 권장해야 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결이라니요. 2019년 11월 20일은 그나마 자라고 있던 우리 지역 민주주주의의 텃밭을 무참히 밟고 짓뭉갠 날입니다. 그래서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부터 단식에 들어갑니다. 밤새 생각했습니다. 절망하고 더 아우성치기 위해 하는 단식은 아닙니다. 끝에 이르러 다시 돌아오기 위한 단식입니다. 부족한 저와 우리의 노력을 채우고 나누기 위한 단식입니다. 더 내려놓고 침잠하며 자연 앞에 겸손하고자 합니다.

"제발 이 숲만은 시민의 공원으로 지켜주세요!", "공원 보전, 시민의 뜻에 맡겨주십시오."

이 아침에도 많은 이들이 일봉산, 노태산, 월봉산, 봉서산, 청수산, 태조산, 남산에 올라 무언가를 기원하며 말 없이 걷고 있을 것입니다. 제발 이 곳만은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지나며 응원해주신 모든 시민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십시오.

2019. 11. 21
일봉산 참나무숲에서 서상옥 올림

태그:#서상옥, #일봉산 , #고공농성 , #도시공원 일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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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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