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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3개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8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3개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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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그리고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의 인수·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번 공정위의 인수·합병 조건부 승인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이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을 급속하게 장악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글로벌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공정위 심사 결과 발표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사업부문 인수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부과하지 않고 승인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공정위는 최근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 시장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CJ헬로의 가입자 수와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CJ헬로를 알뜰폰 시장의 독행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러한 발표는 불과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 과정에서 공정위가 CJ헬로비전의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에서 독행기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수를 불허한다고 했던 결정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으로 알뜰폰에 대한 공정위의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강한 의심이 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공정위의 이러한 발표는 맞는 말일까? 현재 CJ헬로가 운영하는 알뜰폰 가입자 수는 78만 명으로 대형 이동통신사의 자회사 알뜰폰 업체들을 제치고 가입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이동통신 3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로 '독행기업(Maverick)'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정위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미 알뜰폰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전체 알뜰폰 시장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마저 인수할 경우, 두 개의 대형 알뜰폰 자회사를 보유하게 되는 독과점 상황이 초래되어 알뜰폰 시장의 경쟁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합병하더라도 알뜰폰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공정위가 과연 이번 심사에서 제대로 된 심사를 진행했는지 강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익적 관점에서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길

뿐만 아니라,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펴 온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되는 결정으로 공정위가 국민들을 위한 기관인지, 아니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인지 헛갈리게 만드는 결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이후, 이동통신 3사가 주도하고 있던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서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매대가를 매년 인하하고 전파사용료를 면제하는 등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알뜰폰 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왔다.

나아가, 한 개의 이동통신사가 두 개 이상의 알뜰폰 자회사를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이동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등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방지하는 강력한 정책도 시행해 왔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알뜰폰 가입자 수는 800만 명으로 급성장했고, 이동통신 전체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이동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달리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아무 조건 없이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의 자회사로 편입될 수 있도록 허가함으로써, 그동안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알뜰폰을 활용한 휴대전화 요금인하 정책을 사실상 무위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커졌다. 결국,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는 부작용을 또한 낳을 가능성이 크다.

경쟁제한성을 주로 판단하는 공정위의 심사는 끝이 났지만, 아직 심사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심사가 남아 있다. 공정위와 달리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과 이용자 보호,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기관인 만큼, 이번 심사에서 공정위가 간과한 알뜰폰 부분에 대한 심사를 소비자 보호와 공익적 관점에서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봐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과기정통부의 심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알뜰폰 활성화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 아니면 정부 정책이 대기업 이동통신사의 이익 실현을 위한 방향으로 선회하게 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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