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하는 북극곰과 펭귄이 보인다. 6일 오전 10시 대구시청 별관 앞은 캠페인이 한창이다. 본격적인 한파로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졌지만 이곳 열기는 뜨거웠다. 왜 이들은 동물 탈을 쓰고 손 피켓을 들고 '기후위기' 구호를 외치는 것일까.
이날 열리는 대구시 솔라시티위원회에서 제5차 지역에너지계획을 심의하는데 있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들이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지난 11월 대구는 시민에너지기획단을 모집, 에너지 문제 학습 워크숍 2차례와 시민원탁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는 올해 6월 정부가 세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17개 광역지자체가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는데 따른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1.5℃ 시나리오'를 최종 선택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꼭 가야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솔라시티총회, 세계에너지총회, 세계가스총회 등 에너지 관련 굵직한 국제행사에 목메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역에너지계획을 집행하고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미온적인 게 대구의 현주소다.
이전 지역에너지계획들처럼 '캐비넷 속에 잠든 계획뿐인 계획'이라고 비판받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되고 실행력이 담보돼야 한다.
불 타 오르는 지구에서 대구만 무사할리 없다. 폭염도시 대프리카는 더 이상 별칭이 아닌 현실이다. 캐비넷 안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답을 찾아나서는 대구의 적극적인 행정을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