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태사자

태사자 ⓒ 멜론 발췌

 

지난 주 TV를 켰다가 태사자를 봤다. TV를 켰는데 태사자가 나오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내가 어쩌다가 1990년대 세기말로 돌아갔거나, 태사자가 2019년 지금 다시 뭉쳐 돌아왔거나. 다행이도 후자였다. 반갑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반가움이었다. 

잊힌 가수를 찾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이 시즌3의 시작을 지난주에 열었고, 대망의 첫 슈가맨이 바로 1990년대 극강의 비주얼로 팬들을 사로잡은 태사자였던 것이다. 시청자들이 느낀 반가움은 기대 이상인 듯했다. 방송과 함께 태사자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고, 다음날 한 음원사이트에 접속해 태사자를 검색하니 이들의 노래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들이 여럿 있었다. 

"슈가맨 보고 영상 다~ 찾아보고 다니는 중이에요."

"'타임' 노래 너무 좋아요. 다시 꼭 왕성하게 활동해주시길요 화이팅♡!" 

"슈가맨에 나와줘서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닐 것이다. 태사자가 활동하던 때 자신의 추억들을, 무더기로 되찾은 시청자들은 많은 감정을 느꼈을 테다. 나 역시 이들이 '슈가맨'에서 보여준 '도'와 '타임'을 비롯한 무대를 보고 마음이 왠지 찡했는데, 특히 '타임'은 듣고 나서 입가에서 일주일째 계속 맴돌고 있다. 지금 발표됐어도 반응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매력적인 곡이다. 
 
신곡을 비롯해 요즘 귀를 사로잡는 노래를 소개하는 이 연재에 태사자의 '타임'을 리뷰하는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슈가맨에 출연한 태사자

슈가맨에 출연한 태사자 ⓒ JTBC

 
"아주 작은 눈빛 하나로/ 너를 잊어 가면서/ 나를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널 볼 순 없어 워우/ 이제 아주 오래된 영화처럼/ 느껴질 뿐"

김형준의 애절하고 슬픈 랩 뒤로 이동윤의 고운 미성이 이어진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지금 아이돌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세련되고 준수한 외모가 놀라움을 자아낸다. 또한 1990년대의 감성은 특유의 정취가 있어, '워우' 같은 추임새에서 느껴지는 아련하고 슬프고 청순한 세기말의 분위기를 갖는다.   
 
"하지만 하지만 너에게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가슴 속에/ 남아 있는데/ 이제는 이제는/ 너 아닌 너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너를 얘기 했어
 
떠나가는 널 보고 있지만/ 아프지는 않아/ 언젠가 다시 내 품에 돌아오겠지/ 난 그렇게 널 믿고 싶었어/ 널 좋아하는 마음이 워우예/ 아직 남아 있기에" 


'워우예'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가사다. 정말 슬픈 노래이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강혜정이 출연하는데 병으로 끝내 세상을 떠나는 역할을 연기했다. 당시에는 이 곡처럼 연인의 죽음을 소재로 한 노래가 많았던 것 같다. 이지훈의 '왜 하늘은'부터 조성모의 '투헤븐'까지 가사부터 뮤비까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노래들이 떠오른다. 
 
영어가 없는 가사도 지금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랩 중에 time과 hit it, 딱 두 번 영어단어가 나오긴 하지만 거의 없다고 봐도 될 만큼 랩이든 후렴이든 모두 한글이다. 가사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으며, 정제되고 순수한 느낌을 자아낸다. '워우예'가 들어가는 곡들은 대부분 이렇듯 청순하고 슬퍼서 아련아련한 곡들이 많았다. 물론 1970~1980년대 노래들만큼 서정적이진 않지만 이때만 해도 노랫말이 차분했던 것 같다.
 
 다시 뭉친 태사자

다시 뭉친 태사자 ⓒ 김형준 인스타그램

 
"이상하게 끌려서 듣게 되는 곡. 뮤비는 십 수 년 만에 보네요. 리메이크 안 하나요?"

음원사이트엔 위와 같은 댓글도 있었다. 이 댓글을 보면서 태사자가, 혹은 가요계의 후배들이 '타임'이란 노래를 리메이크 해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나 역시 했다. 멜로디와 가사가 아름다운 곡인만큼 새로운 목소리로 다시 듣고 싶은 욕심이 든다. 

김형준, 이동윤, 박준석, 김영민. 2019년 <슈가맨3>에 나온 네 사람이 반갑고 고맙다. 이들은 "첫사랑을 오랜만에 만나면 반가울 수도 있지만,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 않냐"며 "그런 실망스러움을 주지 않기 위해 멤버들과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멤버들 모두가 10킬로그램 이상의 다이어트를 하고, 노래와 안무 연습도 오래도록 했다고 하니 뭉클하다. 지금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고, 그런 네 사람의 모습은 19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그럼 나는 그때와 지금 얼마나 달라졌고, 지금 열심히 잘 살고 있나'하는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끝으로, 태사자의 '타임' 뮤직비디오를 한번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노래의 중독성뿐 아니라 '꽃미남'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려주는 4인 4색의 비주얼, 그리고 너무 반가운 강혜정의 앳된 모습이 참 예쁘다.  
 
태사자 슈가맨3 김형준 이동윤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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