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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애플사(社)에서 새롭게 내놓은 스마트폰 '아이폰11'의 디자인 논란이 있었다. 도드라진 사각형 카메라 모듈 안에 3개의 카메라 렌즈를 배치해 주방에서 쓰는 '인덕션'을 닮았다는 혹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애플 측은 초광각 카메라로 프레임 밖의 장면까지 찍어주는 등 카메라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이폰뿐 아니라 새로운 스마트 폰이 출시될 때마다 더 좋아진 카메라 성능을 경쟁적으로 광고한다. 스마트 폰인지 카메라인지 헷갈릴 정도다. 

스마트 폰 속 카메라가 중요해진 이유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영향이 크다 한다. 내가 먹는 음식, 내가 가본 장소, 무엇보다 내 모습이 멋지게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팔로워를 소유한 사람을 일컫는 '인플루언서'는 연예인만큼이나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보통 사람들도 '좋아요(하트)'를 받기 위해 이런저런 애를 쓰고 있다. '좋아요'가 많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관심을 끌지 못하면 우울해지는 SNS 우울증까지 생겼다. 인기 있는 SNS 글자를 따서 만든 '카·페·인 우울증(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 생기는 우울증)'이다.

SNS 계정을 탈퇴했다
 
 처음 SNS를 시작할 때 가졌던 '나를 위해 기록하는 순수한 마음'은 없어지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SNS를 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처음 SNS를 시작할 때 가졌던 "나를 위해 기록하는 순수한 마음"은 없어지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SNS를 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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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6, 7년 전 나는 귀여운 캐릭터 음식을 만들어 SNS에 올렸다. 주위 엄마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 '이런 엄마를 가진 아이들은 정말 좋겠다', '만들기 힘들 텐데 정성이 대단해!' 책으로 내라는 권유까지 받고 으쓱해졌다. 처음에는 맛도 있고 보기도 좋은 음식들이었는데, 점점 보기에만 그럴듯한 음식 사진이 늘어났다.

어느 날 스누피 얼굴로 만든 주먹밥을 올렸는데 '좋아요' 숫자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나는 슬쩍 게시물을 지웠다. 퇴근한 남편이 "오늘 아침에 올린 거 왜 지웠어?" 물을 때, 나는 거짓말을 들킨 아이처럼 화들짝 놀랐다. 차마 저조한 '좋아요' 숫자때문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나는 처음 SNS를 시작할 때 가졌던 '나를 위해 기록하는 순수한 마음'은 없어지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SNS를 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요리 잘하는 완벽한 주부'라는 타인의 평가를 받고 싶었던 걸까? 귀엽고 깔끔한 음식 사진 뒤에는 캐릭터를 만드느라 오리고 찍어내고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들이 있었다. 막상 먹을 때 아이들은 눅눅해진 김과 말라버린 노란 치즈를 떼고 먹는다. 나는 SNS 계정을 탈퇴했다.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SNS가 없던 1990년대,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는 '사회성 계량기 이론(Sociometer theory)' 실험을 했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제각기 방안에 앉아 5분 동안 마이크에 대고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1분이 지날 때마다 앞에 놓인 화면에 숫자가 깜빡인다. 다른 사람들이 1점에서 7점까지 주는 점수이다.

사실은 일부에게는 계속 점수가 올라가도록, 일부에게는 계속 점수가 내려가도록 미리 조작한 숫자였다. 평소에 타인의 반응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확언한 사람들까지도 점수가 내려가자 자신감이 점점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신경을 쓰면서 '사회성 계량기'로 측정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타인의 평가란 신발을 벗어버리고 맨발로 다니는 용기는 쉽지 않다. 미국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도 저서 <바른 마음>을 통해 말한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조상은 소규모 집단에 들어가 그들의 신뢰를 얻느냐의 여부로 생존이 좌우되었다. (중략) '사회성 계량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가 인간관계의 파트너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끊임없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성 계량기의 바늘이 아래로 내려가면 삑 하고 경보음이 울리며 우리 행동에는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156쪽)"

각자의 마음에만 있던 '사회성 계량기'가 이제는 SNS를 통해 측정되고 비교되면서 사람들은 보이는 삶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타인의 반응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인스타그램(사진•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월간 이용자 수는 10억 명)에서는 11월 15일부터 한국 일부 사용자들에 한해 '좋아요' 수를 숨기는 기능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계정 소유자만 '좋아요'를 받은 구체적인 숫자가 보이고, 공개적으로는 ″좋아요 ㅇㅇ님 외 여러 명"으로 표시된다.

인스타그램 대표 애덤 모세리는 지난 5월부터 캐나다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범 운영해왔으며 반응이 좋다며 "우리는 이용자들이 '좋아요' 수에 대해 걱정하는 걸 알고 있다. 타인의 반응보다 자기 표현에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타인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나를 포장하게 된다. 진짜 나의 모습이 헷갈리기도 한다. 나는 '타인의 반응'에 민감해질 때마다 '당나귀를 메고 가는 아버지와 아들'이란 이솝우화를 생각한다.

사람들은 당나귀와 나란히 걸어가던 아버지와 아들을 바보라고 놀린다. 아버지를 태우면 어린아이가 가엾다고 하고, 아들을 태우면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른다 하고, 둘이 같이 당나귀를 타고 가면 당나귀가 힘들어서 불쌍하다고 한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를 메고 간다.

타인의 반응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해 보이는 대로 함부로 말하기 쉽다. 그 사람의 사정이나 진실에는 관심도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리고 금방 잊어버린다. '좋아요'의 관심이나 인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좋아요' 숫자가 당신이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SNS의 '좋아요'나 댓글 수가 신경 쓰인다고 해서 너무 자책하지는 말자. 앞서 인용한 조너선 하이트의 말에 따르면 '타인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오직 사이코패스뿐'이니까!(159쪽)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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