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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남성이 아닌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제주의 최연소 해녀 정소영 지난 11월 27일 제주의 최연소 해녀 정소영(35)씨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제주의 최연소 해녀 정소영 지난 11월 27일 제주의 최연소 해녀 정소영(35)씨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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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제주 최연소 해녀 정소영 인터뷰① 

해녀의 세계는 규칙이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리더 말을 잘 따라야 하고, 위계서열도 단단하다. 잠수할 수 있는 물의 깊이에 따라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으로 서열이 나뉜다. 그리고 누가 하군이 되고 누가 상군이 되냐는 것은 하늘이 점지해준다. 

남의 구역 안 건드리는 해녀

- 해녀도 등급이 있고, 활동지역이 다르다던데.
"그렇죠. 하군, 중군, 상군, 대상군이 있죠. 대상군이 해녀 안에서 리더일 거예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리더가 아니에요. 물질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 대상군이고 리더죠. (나이가 들면 채취를 더 잘하는 게 아닌가?) 오래 하면 물길과 물때를 잘 알죠. (물길이 뭔가?) 바닷속 길인데요. 어느 포인트에서 잠수를 한다고 해서 밑에 도착했을 때 그 돌이 어떤 돌인지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그걸 다 외우는 거예요. 이 큰 돌 옆에 작은 돌이 있고, 이쪽 쯤에 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가 있다. 여기서 소라를 잡은 게 작년 이맘때였으니까 이제 여기 또 있겠구나. 그런 거요. 소라들의 아지트 같은 게 외워지는 거죠. 전 아직도 멀었어요. 저희 엄마는 눈 감고도 찾아요."

- 정소영님은 얼마나 깊게 들어가나?
"저는 15m는 못 들어가요. 상군이나 대상군은 돼야 들어가요. 하군은 5m, 중군하고 상군은 10m 정도, 대상군은 그 이상이죠. 욕심이 생겨서 더 깊게 가고 싶어도 그걸 절대 넘어올 수가 없어요. 자연스럽게 위계질서가 잡히는 거죠. 하군은 중군에 들어갈 수가 없고, 중군은 상군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상군이 하군 쪽에 와서 물질을 하지는 않아요. (예의라서?) 그렇죠. (그런 게 해녀의 규칙일까?) 그렇죠. 이 구역은 넘어오지 말아라, 대신 나도 안 넘어간다. 너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게 거기니까 너는 거기서만 딱 해라. 그게 질서죠."

- 정소영님은 대상군의 자질이 있나?
"대상군은 타고나는 거예요. 하늘이 점지를 해줘요. 해녀 자체의 재능이 타고 나요. 잠수할 때 이퀄라이징(압력평형)을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자동으로 되는 거죠. 그런 사람들보고 타고났다고 하죠."

- 어떻게 해야 물질을 잘하게 되나? 숨을 길게 참으면?
"숨을 길게 참는 것도 참는 건데, 잘 따고 나오려면 다음 들어갈 곳을 빨리 파악해야 해요. 상군, 하군 컨트롤도 해야 하고 바다 물 때도 빨리 알아야 해요. 언제 좀더 안으로 들어가도 될지, 나와야 할지도 알아야 하죠. (대상군이 지시하는 거에 따라서?) 네. (어머니께서 대상군이시겠다) 그렇죠. 저흰 둘밖에 없어서. 정신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체력이 한계에 다다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면 물질하게 되더라고요."

물질을 한 지 9년. 수영 선수 출신이지만 정소영씨는 여전히 바다가 무섭다. 정씨는 물이나 바다를 다룬 공포 영화는 피한다고 했다. 물속에 들어갈 때 생각나기 때문이다. 바다에 대한 두려움은 생존을 위해 필수사항이다. 은퇴를 늦게 하는 해녀의 특성상, 물속에서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어느 날 홀연히 세상을 떠나는 해녀들을 보면 바다 앞에서 더 겸손해진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왜 해녀들은 계속 바다로 들어갈까.

위험한 물질,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
 
 제주의 최연소 해녀인 정소영 해녀가 자신이 잡아올린 미역을 물 속에서 들어보이고 있다.
 정소영 해녀가 자신이 잡아올린 미역을 물 속에서 들어보이고 있다.
ⓒ 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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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나.
"항상 위험해요. 바위하고 부딪쳐서 상처도 많죠. 물도 너무 차죠. 물 속에 들어갈 때 납을 허리에 차는데 낚싯줄이 납에 엉켜버리기도 해요. 저도 그런 적 있었어요. 제가 힘이 좋아서 떼고 나오긴 했는데 큰일 날 뻔했죠. 또 시즌에 따라 바닷속 해초류가 정말 크게 자랄 때도 있어요. (얼마나 크게?) 15m 정도. 그게 위험해요. (피하면 되지 않나?) 그런 해초 밑에 해삼이 있어요. (웃음) 거기를 비집고 들어가면 해초가 발에 걸려요. 딸 때는 집중해서 잘 못 느끼지만, 해초류도 발에 감기면 못 나와요. 못 나와서 물을 몇 번 먹죠. 헙헙."

- 갑작스러운 사망도 많을 것 같다.
"해녀가 사망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정말 홀연히 가버리시는 경우가 있어요. 서서히 죽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거죠. 제주에서는 바다 가서 죽는 거면 용왕님이 데려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큰 영광이죠. 나이 든 해녀들은 죽어도 물에 가 죽어야지, 땅에서 못  죽는다고 해요. 우리 엄마가 그런 말 했죠."

- 물에 들어가는 게 아직도 무서운가.
"무섭죠. 우리 엄마도 30년 들어가셨는데 여전히 무서워해요. 들어갈 때마다 무서워요. 그렇다고 안 할 순 없죠. 밥줄이니까요. 그래도 둘이 하면 좀 의지가 되죠. 서로서로."

- 그런데도 계속하는 이유는?
"해녀들 고집은 못 꺾어요. 해녀들이 물질하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거나, 돌 틈에 끼어서 돌아가시는데요. 어릴 땐 왜 그러는지 몰랐어요. 왜 나이 먹어서까지 계속하는지. 근데 이젠 알겠어요. 저도 아마 할 것 같아요. 이건 해본 사람만 알아요. 중독성이 있어요. (물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 물에 들어가는 거 정말 힘들어요. 고무옷 입기 전까지는 정말 들어가기 싫은데 막상 들어가면 너무 좋죠. 2~3일 쉴 때는 너무 좋다가도, 조금 쉬었다 싶으면 다시 물에 들어가야겠다 싶은 거예요. 나이 들면 물속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더 잘 알거든요. 조금만 하면 딸 수 있겠구나 싶거든요. 한번 들어갈 때 큰 소라나 전복이 있으면 너무너무 좋고요. 그래서 계속하는 게 아닐까요."

- 자식에게도 해녀 직업을 추천할 건가?
"엄마는 제게 해녀를 추천했지만 제가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절대 해녀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위험한 일이잖아요. 어릴 때 엄마가 물질하러 나가면 저는 참 불안했어요. 집 앞에서 하면 괜찮은데, 숨비소리(해녀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가 안 들리면 바로 무서워졌죠."

언제부턴가 해녀를 꿈꾸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서귀포시 법환해녀학교는 3년간 8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제주한수풀해녀학교는 300여 명의 졸업생이 나왔다. 

해녀가 하고 싶다면, 진지하게 오라

- 젊은 사람들이 해녀 하고 싶다고 하면 추천하겠나.
"장난스럽게 다가오는 거라면 오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 그래도 배우고 싶다면?
"물질을 배우고 싶다면 해녀에게 직접 배워야죠. 해녀는 물질을 생계로 하는데, 그냥 한번 해본다라거나 취미로 생각하면 안 되죠. 그건 레저용으로 배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일본은 해녀 교육이 생계를 위한 것과 홍보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구분되어 있어요."

- 해녀학교도 있지 않나.
"해녀 학교 나온다고 다 해녀가 되지는 않죠. 정말 해녀를 하고 싶다면 학교를 갈 게 아니라 해녀에게 와서 직접 물어보고 자세하게 알아보면 좋겠어요. 정말 관심 있다, 해녀 하고 싶다, 이렇게요. 진실되게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해녀학교를 운영하거나 다니시는 분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잠수어민증이 없으면 채취를 하더라도 팔 수도 없어요. 해녀증이 금방 나오는 것도 아니죠.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요.

아마 해녀의 역사나 전설에 대해서는 저보다 해녀학교 졸업생분들이 더 잘 알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물질은요? 그건 알 수 없죠. 저는 생계로 이 일을 해요. 목숨 내놓고 전복 따오죠. 생계로 이 일을 할 수 있는 진짜 해녀들이라면 환영이에요. 이슈몰이 하고 홍보만 하는 해녀 말고요."

인터뷰 내내 위풍당당한 그녀의 에너지에 압도당했다. 제스처가 크고, 목소리에 거침이 없었다. 특유의 넉살과 개그 덕에 많이 웃었다. 과연 제주 해녀다웠다.
 
제주 돌담에 선 제주 최연소 해녀 정소영 지난 11월 27일 제주의 최연소 해녀 정소영(35)씨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제주 돌담에 선 해녀 정소영 지난 11월 27일 해녀 정소영(35)씨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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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여성은 생활력 강하고, 단단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저희 어머니 강단이 세시거든요. 유명해요. 해녀라면, 엄마라면, 다 세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바다에서 일하면 사람이 세질 수도 있죠. 파도 소리 때문에 소리도 크게 질러야 하니까요. 위험하니까 강하게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뱃사람도 강하게 이야기하잖아요. 게다가 돈도 벌고, 제주에 평등사상도 깔려있고 하니까요."

-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
"해녀양성을 제대로 하고 싶어요. 해녀학교를 설립하고 싶은 건 아니고, 진짜 해녀를 하고 싶은 분에게 가르쳐드리고 싶어요. 해녀 직업이 끊기지 않도록요. (어떻게 할 사람을 구할 건가요?) 지인이 되거나 소개를 받을 수도 있겠죠? 해녀를 하려면 해녀 밑에서 배워야 해요."

- 언제까지 물질할 생각인가?
"60살까지는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안 될 것 같아요. (더 할 것 같다는 얘기?) 네. 물질에 중독되어서요. 더 할 것 같아요. 나이 들수록 횟수만 적어질 뿐이죠. (오래 하면 언제까지 하나?) 90살에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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