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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소회를 밝히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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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은 혁신일까 아닐까.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공정위원장)을 향한 기자들의 비슷한 질문이 반복됐다. 20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조 위원장의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 후, 바로 이어진 출입기자단 송년회 자리에서다.

우리나라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등 주로 '규제'와 관련 있는 정부 부처 수장을 향해 기자들이 '혁신'에 대해 묻게된 건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조 위원장이 내놓은 말 때문이다.

이날 조 위원장은 내년도 공정위의 정책을 설명하면서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직접 "공정위의 결정이 혁신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혁신을 막기도 한다"며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양면을 고려해 균형감 있게 접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사업이 사회에 불러올 이점과 부작용을 함께 따져보고, 혁신을 일으키는 등의 장점이 크다면, 심의에서 이 지점을 고려해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해당 사업이 '혁신'인지 여부가 중요한 셈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 혁신인지'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이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위원장이 생각하는 혁신의 범위는 넓었다. 앞서 취재진들의 질문 공세에 잠시 머뭇거리던 조 위원장은 "배달의 민족도 혁신이다"고 답했다. '타다도 혁신이냐'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도 "혁신이다"며 "꼭 기술과 관련한 혁신만 혁신인 건 아니다"고 말했다.

조성욱 위원장 "기술 있어야만 혁신인 건 아냐"
 

이날 간담회에서 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정위의 성과를 돌아보며 내년도 정책 방향에 대해 밝혔다.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공정위는 갑을관계를 개선하고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 결과 점진적인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하도급, 가맹점 등 '갑을관계' 문제가 많았던 영역에서 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공정위는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전속거래를 더 이상 강요할 수 없게 했다. 전속거래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다른 회사와 거래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소유, 지배 구조를 개선한 것도 또다른 성과로 꼽았다. 조 위원장은 "2017년 9월 기업집단국이 생겨난 후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대부분 해소됐다"며 "2년 전까지만 해도 282개 이르던 공시대상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 수가 올해 14개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내년도 계획의 방점은 '혁신성장'에 찍혔다. 조 위원장은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고 거대 플랫폼 기업이 나타나는 등 새로운 경제흐름이 생기고 있다"며 "플랫폼 경제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ICT 전담팀'을 만들어 네이버나 구글 등 ICT 분야의 독점력 남용행위를 내년 초부터 처리하고, 반도체 분과를 신설해 5G 전환과정에서 반도체 제조사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지 못하도록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의 입에서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자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의 관심은 온통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배달 플랫폼기업인 '배달의 민족'으로 쏠렸다. 배달의 민족이 곧 공정위의 심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배달의 민족에 어떤 판단 내릴까

지난 13일 배달의민족은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팔렸다. 하지만 바로 매각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결합하려는 2개 회사 중 한쪽의 자산 혹은 매출이 3000억 원을 넘고, 다른 한쪽의 자산 혹은 매출이 300억 원을 넘으면 공정위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또한 공정위의 심사 대상이다.

기업 합병으로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예상되면,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불허'나 '조건부 승인'의 결론을 내린다. 현재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 민족은 55.7%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문제는 DH가 점유율 2위와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의 모회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 지분의 100%를 DH가 갖게 되는 셈이다.

현장에 있던 한 취재진이 조 위원장을 향해 'DH와 배달의 민족 결합을 어떻게 보고 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공정위는 개별사건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신사업이 혁신을 촉진한다는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취재진이 '배달의 민족이나 타다 등이 혁신인가'라고 묻자 다시 한 번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는 처지"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혁신이 무엇인지 답변하겠다, 보통 혁신을 이야기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전에 머리카락에 구멍을 뚫는 것보다 작은 크기의 핀을 만든 부산의 혁신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기술의 발전만 혁신이라 할 수 없다, 시장에 있는 것과 차별화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 혁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에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플러스 효과가 나지만, 사업자 간의 경쟁을 배제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마이너스 효과가 난다는 걸 알고 있다"며 "두 개 요소를 비교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태그:#배달의민족, #딜리버리히어로,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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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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