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연말부터 작년 연초를 강타한 JTBC 드라마 < SKY캐슬 >은 2월 1일에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이 23.8%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각 명문 집안의 2세들을 연기한 청소년 배우들은 < SKY캐슬 >을 통해 방송가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멘탈이 약한 아이' 강예서를 연기한 김혜윤은 MBC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통해 주연 신고식을 무난히 마치며 2019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우수연기상을 휩쓸었다.

노승혜(윤세아 분) 가족의 쌍둥이 중 둘째 차기준을 연기한 조병규의 활동도 매우 활발했다. 상반기 영화 <우상>과 <걸캅스>(특별출연)에서 얼굴을 비춘 조병규는 하반기에도 tvN의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SBS <스토브리그>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다. 가짜 하버드생 차세리를 연기했던 박유나도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소아과 의사 이미라로 환생하는 송화공주를 연기했다.

하지만 < SKY캐슬 > 2세 배우들의 활발한 활동 속에서 시청자들이 잊고 있었던 이름이 있다. 예서의 라이벌이자 이복형제로 때로는 뻔뻔하고 때로는 광기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김혜나 역의 김보라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5월 종영한 <그녀의 사생활> 이후 차기작 소식이 뜸했던 김보라는 경자년의 시작과 함께 3일 첫 방송되는 채널A의 금토드라마 <터치>에서 아이돌 데뷔에 실패한 연습생 한수연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분량 짧은 역할이나 아역 연기 도맡아 해오던 동안 배우의 설움
 
 김보라(오른쪽)는 영화 <몬스터>에서 이민기에게 죽임을 당하는 김고은의 동생 역으로 출연했다.

김보라(오른쪽)는 영화 <몬스터>에서 이민기에게 죽임을 당하는 김고은의 동생 역으로 출연했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1995년생 김보라는 < SKY캐슬 >의 2세 배우들 중에서 성인을 연기한 차세리 역의 박유나(1997년생)는 물론 작년 2월 건국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김혜윤(1996년생)보다도 한 살이 많은 맏언니다. 초등학생 시절이던 2004년 드라마 <웨딩>으로 데뷔한 김보라는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주로 교복을 입는 학생 연기를 도맡아 했다(물론 이는 예서 역의 김혜윤 역시 마찬가지).

김보라는 <소문난 칠공주>와 <있을 때 잘해>, <로얄 패밀리>, <내 딸 서영이> 같은 인기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분량이 짧은 아역이라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뱀파이어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는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속 연지나 냉혈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하는 복순(김고은 분)의 동생 은정으로 출연했던 영화 <몬스터>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였다. 

김보라는 2015년 <후아유-학교 2015>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돈으로 우정을 사는 일명 '지갑'으로 불리는 학생 서영은을 연기했다. 물론 <후아유>에서도 단 3회만 출연하고 전학을 가는 작은 역할이었지만 주인공 한이안(남주혁)과 공태광(육성재)의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제공하고 극에서 퇴장했다. 10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김보라의 얼굴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주상욱-차예련 부부를 만나게 해준 오작교 역할을 한 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차예련의 아역을 연기한 김보라는 2017년 <왕은 사랑한다>에서 장영남이 연기한 원성공주의 아역을 맡았다. < SKY캐슬 > 2세 배우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김보라 역시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들을 착실히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2018년 겨울, 김보라는 자신의 연기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는 작품 < SKY캐슬 >을 만났다.

< SKY캐슬 >이 배출한 스타, 데뷔 17년 만에 첫 주연 발탁
 
 김혜나를 연기했던 <SKY캐슬>은 김보라의 배우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었다.

김혜나를 연기했던 은 김보라의 배우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었다. ⓒ jtbc 화면 캡처

 
사실 < SKY캐슬 >에서 김보라가 연기한 김혜나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란 흙수저 출신 비혼모의 딸로 명문가의 입시전쟁을 그린 < SKY캐슬 >의 주요스토리와는 조금 동 떨어진 캐릭터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명문 신아고에 수석입학한 '공부천재' 예서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 등장한 조연 캐릭터 정도로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혜나는 김보라의 뛰어난 연기를 만나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얻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특히 혜나가 예서와 심한 말다툼을 하다가 아빠가 강준상(정준호 분)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14회는 혜나 캐릭터는 물론이고 < SKY캐슬 > 전체에서도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명장면 중 하나였다. < SKY캐슬 >을 통해 데뷔 연기자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김보라는 작년 4월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에서 성덕미(박민영 분)의 덕질 라이벌 신디를 연기하며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그녀의 사생활>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인 역을 맡기 시작한 김보라는 3일 첫 방송되는 채널A 금토드라마 <터치>에서 아이돌 연습생 출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망생 한수연을 연기한다. 김보라가 드라마에서 서브가 아닌 메인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출세작 < SKY캐슬 >에서 다소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김보라가 <그녀의 사생활>에 이어 또 한 번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터치>에는 김보라 외에도 주상욱이 대한민국 뷰티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뷰티샵 '차뷰티'의 대표이자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미의 남신' 차정혁으로 출연한다. <황금빛 내 인생>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에 출연했던 신예 이태환은 연습생 시절부터 수연의 친구였던 한류스타 강도진 역을 맡았고 여전히 대중들에겐 개명 전 이름(한은정)이 더 익숙한 한다감은 정혁의 옛사랑이자 재벌가에서 돌아온 탑클래스 여배우 백지윤을 연기한다.

여전히 교복을 입은 학생연기가 잘 어울리는 앳된 외모를 자랑하지만 김보라는 어느덧 올해로 연기경력 17년 차를 자랑하는 베테랑(?) 연기자다. 함께 성장했던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이 하나, 둘 스타로 떠오르는 동안 때론 작은 역할도 소화해야 했던 김보라가 17년 만에 처음으로 주연의 기회를 얻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작품을 이끌어 가게 될 김보라가 <터치>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보라는 <터치>에서 17살 연상의 주상욱과 멜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보라는 <터치>에서 17살 연상의 주상욱과 멜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 <터치> 홈페이지

 
김보라 SKY캐슬 터치 채널A 금토드라마 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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